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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정상회담 흘린 백악관, 새삼 '한반도' 주목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9. 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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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한반도'가 대선 국면에 돌입한 바이든의 미국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9월 방러설이 1차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조 바이든 행정부 대외 전략의 핵심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됐기 때문이다. 한반도 안보는 부수적인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8월 18일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3.8.18. 로이터 연합뉴스

'잊힌 한반도'의 귀환? 우크라이나 전략 !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대러 무기 공급을 전제로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당국이 전날 뉴욕타임스에 정보를 흘리고 이를 다시 확인하는 방식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재임 중 대북 외교를 치적으로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공개 비난, 미국이 대선 분위기에 돌입했음을 드러냈다. 설리번은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 외교로만 북한의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을 멈출 수 있다고 믿었다"면서 "우리는 전 정권뿐 아니라 여러 정권의 대북정책 유산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를 언급하며 "우리는 미국, 일본, 한국을 더 긴밀하게 연결하는 방식으로 누대의 유산을 다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의 논리대로라면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2년 7개월 동안 한미일 협력을 도모하는 작업을 해온 게 한반도 정책의 전부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중국 또는 북한에서 비롯될 유사시에 대비한 한미일 군사적 협의가 골간이었다. 한국과 일본, 호주 등과 함께 펼친 연합군사훈련의 무대로만 관심을 끌었다. 4·26 '워싱턴 선언'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핵탄두를 적재한 전략핵잠함(SSBN) 켄터키 함을 부산에 출현시키기도 했다. 정상급은커녕 실무자급에서도 유사시를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 외교는 없었다.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는 바이든의 '외교의 실종', 그 전범이다.

트럼프의 자기과시와 이를 공격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공방은 내년 대선 쟁점으로 한반도 문제가 부각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9일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의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에 승선했다. 2023.7.19 [대통령실 홈페이지]

대북, 대러 추가 제재 경고하는 미국

미국이 주목하는 북한의 대러 무기 공급과 관련, 미 행정부는 백악관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통일, 일제히 한목소리를 냈다. 국방, 국무부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인 점과 우크라이나에 고통을 더할 것이라는 국제법적, 정서적 접근을 하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가 필요한지, 북한이 필요한 수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팩트체크는 생략됐다.

팻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복수의 안보리 결의 위반인 동시에 러시아 침공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한층 괴롭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대변인도 무기 공급의 후과를 강조하면서, "미국은 역내 동맹과 파트너들과 적절하게 조율, 필요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그 경고 내용이 곧바로 북-러 군사협력을 강화할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취해온 정책의 관성으로 미루어 미국이 동맹과 협의해 내놓을 대응은 두 갈래로 예상된다. 한반도 주변에서 북한과 러시아를 겨냥한 군사훈련을 양적, 질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대북, 대러 제재의 강화이다. 두 가지 모두 한·러 관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러시아는 캠프 데이비드 합의 뒤 한국이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하거나,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사 지원'을 하는 상황을 경고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러시아는 더 망설일 이유가 없어진다. 한·러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더 자유롭게 북·러 관계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 군함이 지난 3월 28일 동해에서 군사훈련을 하면서 대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2023.3.28. AP 연합뉴스

러시아, 한반도 전략 수정 발표 없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8월 24일 언론 질문에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과 같은 글로벌 위협을 빌미로 아태지역에 블록 대 블록의 대결 구조를 촉진하려는 삼각관계"라고 정의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특히 "지역의 이웃국가들을 갈수록 비우호적인 편견으로 대해온 한국은 이들 국가와의 양자 관계를 더욱 저해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대러시아 추가 제재를 하는 것은 물론 대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비롯한 추가 지원 노력을 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경고했다. '군사 지원'이 푸틴이 지난해 10월부터 금지선으로 설정한 '살상무기 지원'을 말하는 것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러시아 외교부는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비난하면서도 동북아에 '포괄적 안보 구조'를 만들어 한반도의 '긴박한 문제들'을 포함해 군사적·정치적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올해 3·21 모스크바 러·중 정상회담에서도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및 한·미의 합훈 중단) △평화협정 협상 △다자간 지역안보체계 확립과 비핵화 협상 병행 등 3가지 내용을 담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중 공동방안을 확인했다. 그 전제로 내세운 게 제재와 (군사적) 완력을 동원한 '대결적 사고'의 포기였다. 러시아는 아직 한반도 정책의 전환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적이 없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러 제재를 강화하면서 올해 들어 한·미, 미·일, 한·미·일 합훈의 강도를 높여온 것은 러시아가 경고해온 '대결적 사고'로의 복귀가 아닐 수 없다. 러시아 역시 지난 4월 태평양함대의 연례훈련을 시작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러·중 해·공군의 연합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북한을 포함한 훈련이나 북·러 군사협력은 하지 않아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흑해변 휴양도시 소치에서 극동지방 도시 개발 프로그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9.5. 로이터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보여온 대러시아 비우호적 조치들은 러시아가 입장을 바꿀 또 다른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은 미국이 주도한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49개국의 하나이며, 가장 적극적으로 독자제재를 하는 나라의 하나다. 올해 2월 24일에는 지난해 57개 항목이었던 대러시아 수출통제 품목에 741개를 추가했다. 사업단 교류 및 지자체 간 협력은 거의 제로(0) 수준이 됐다.

캠프 데이비드 후폭풍

북·러 정상회담과 이를 계기로 양국이 언제, 어느 정도까지 군사협력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섣불리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주로 북한과 한·미가 높여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에 러시아까지 가세한다면, 동북아는 전대미문의 안보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지난 4월 시민언론 <민들레>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지정학적 실험'을 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한국이 그 첫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희생양이 될지 안 될지는 강대국 정치의 와중에 한국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최대한 위협을 줄이고, 대비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다. 기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북·중·러의 대응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아직도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 그리고 반국가 세력은 반일 감정을 선동하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도출된 한미일 협력체계가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대통령, 1일 국립외교원 연설)"고 했던가. 이제 윤석열 정부가 답해야 한다. 어떤 대안을 갖고 미국이 설계한 안보 구도에 뛰어들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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