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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경향의 눈18

장충동과 청와대 사이 구글 지도에 따르면 서울 장충동 족발집에서 청와대 분수대까지 도보와 지하철로 24분이 소요된다. 장충동~청와대 거리가 궁금해진 것은 장충동에 자택을 두고 있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육사 27기)이 지난 2월24일부터 5월24일까지 꼬박 석 달 동안 귀가하지 않고 근무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다. 새벽이나 심야에 자동차를 이용하면 20분 안쪽으로 충분할 성싶다. 그는 청와대 인근 부대 장교막사에서 잠을 자고 식사는 거의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다고 한다. 귀가하지 않고 장교숙소를 이용하는 것은 일선부대에 새로 전입온 장교들이 종종 선택하는 근무방식이다. 물론 석 달 동안 그가 매일 여퉈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김격식 조선인민군 4군단장(현 총참모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28기)은 2010.. 2013. 6. 18.
신뢰 프로세스, 이불 속 만세만 부를 건가 “러시아인들은 격언을 좋아한다. 당신은 배우 출신이니까 격언 몇 개쯤은 쉽게 외울 수 있지 않겠나.” 국제정치 무대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한 정치인은 로널드 레이건일 것이다. 냉전 말기 미국 작가 수잔 매시가 레이건에게 익힐 것을 권한 격언은 바로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레닌의 말이었다. 고르바초프가 1987년 중거리핵전력(INF) 감축협정 조인식장에서 “당신은 회담 때마다 이 말을 되풀이한다”고 푸념했을 정도였다. 레이건은 능청스럽게 “그 말을 좋아할 뿐”이라고 응수했다. 냉전 시절 미국의 소련보다 더욱 어려운 대화상대가 남한의 북한인지도 모른다. 한반도에너지기구(KEDO)에서 근무했던 미첼 리스 전 백악관 정책실장이 연전에 들려준 말은 신뢰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리스는 .. 2013. 5. 21.
원자력협정, 누군가 국민을 속이고 있다 1975년 12월 어느 날, 파리. 윤석헌 당시 주불대사는 오전 9시에 약속이 잡힌 키 도르세이의 프랑스 외교부 청사로 막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그해 4월 프랑스 생고뱅사와 맺은 재처리 시설 도입 및 기술용역 계약 문건의 최종 서명을 받기 위해서였다. 프랑스 외교부는 별안간 전화를 걸어와 계약을 파기했다.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려던 박정희 정권의 꿈이 무산된 순간이었다.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는 우라늄 농축과 마찬가지로 핵폭탄용 플루토늄을 얻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한국 측은 “재처리 설비 수입은 원전의 핵연료를 얻기 위한 순수한 목적”이라고 강변했지만 박정희 정권의 핵무기 개발 의도를 간파한 미국의 방해 탓에 좌절됐다. 2013년 4월 워싱턴.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방미에 앞서 지난주 열린 한·미 원자력협.. 2013. 4. 23.
한·미 정상회담을 기다리는 이유 주식투자에 대해 백치에 가깝지만 지금까지 딱 두 번 직접 투자를 한 적이 있다. 과학적인 분석 없이 세태의 흐름에 역행하려는 심리에서 내지른 ‘묻지마 투자’였다. 첫번째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국면에서였다. 그해 7월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자 서울 시내에는 막연한 전쟁의 공포가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었다. 증시는 주저앉았고 서울 강남의 슈퍼마켓은 한동안 라면과 생수를 비롯한 생필품 사재기에 북새통을 이뤘다. 그 몇 달 전 박영수 북한 조평통 부국장의 ‘서울 불바다’ 발언 뒤 벌어졌던 사재기 현상의 재현이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가” 하는 반감이 치밀어 때마침 만기가 된 적금통장을 헐어 증권사에 보냈다. 두번째는 전 세계 증시가 주저앉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였다. “이 정도 충격에 미.. 2013. 3. 25.
공포의 균형, 한반도의 경우 먼저 북한의 공격수단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전자기파(EMP) 폭탄을 북한 전역에 퍼져 있는 군시설 부근에 발사한다. EMP탄은 전기나 통신선으로 연결된 모든 전기·전자·통신장비는 물론 자동차 퓨즈까지 무력화시킨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EMP 공격에 대한 우려를 내놓지만, 미국의 경우 이미 실전경험을 거친 상태로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군은 2003년 이라크 침공 과정에서 EMP 폭탄을 이미 실전사용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지난 19~22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 열린 ‘5차 연례 핵억지력 서밋’에서는 아예 EMP 핵폭탄을 개발해 대기권에서부터 전자기파 공격을 할 수 있는 신무기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음 목표는 사람이다. 대량의 중성자와 감마선을 발생시켜 미사일.. 2013. 2. 25.
[경향의 눈]북핵, 칼 포드의 제안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쁘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문제다(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라는 미국 격언도 20여년 동안 반복돼온 북핵 위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몇 차례 실수로도 모자란 듯해서 하는 말이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안보 기상도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북핵 위기를 속고 속이는 게임으로 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유사한 궤적을 그리면서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데자뷔의 인상을 연거푸 주는 게 사실이다. 안보리는 북한의 2012년 12·12 장거리 로켓 발사를 규탄하면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087호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 또는 핵실험 등의 추가도발을 할 경우 ‘중대조치’를 취할 것.. 2013. 1. 28.
[경향의 눈]루저 동맹 지난달 초 미국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의 일이다. 유엔 장애인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던 상원의원들이 비준 표결을 하루 앞두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이 반대하면서 비준 전망이 밝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언을 끝낸 존 케리 의원(민주)이 존 매케인 의원(공화)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매케인은 느닷없이 “고맙습니다, 장관(Thank you, Mr. Secretary)”이라는 농을 던졌다. 케리로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버락 오바마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에 공식 내정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얼굴이 상기된 케리는 그러나 곧바로 “고맙습니다, 대통령(Thank you, Mr. President)”이라고 응수했다. 존 케리(왼쪽)과 매케인 매케인(76)과 케리(69)는 모두 대선에 출사표를 냈다가 .. 2013.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