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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미중 정상회담? 군사훈련 끝나고 '외교의 시간' 돌아오나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9. 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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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일 청천강 하구에서 장거리 전략순항 미사일 2기를 서해상으로 발사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명령에 따른 '중요목적'의 전술핵 공격 가상 발사훈련이었다. 지난 30일 심야에는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의 31일 종료를 전후해 벌어진 훈련이다.

북한이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을 발사한 2일 연합뉴스가 전송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장면. 2023.9.3.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군사훈련 불꽃놀이 절정에 달한 8월

한·미는 21~25일 정부 을지연습과 통합, 국가총력전 수행 능력을 점검하는 UFS 1부 연습을 했다. 28~31일 2부 연습에서는 육·해·공·해병대를 동원해 연합야외기동훈련을 가졌다. 북한은 잇단 미사일 발사가 이에 대응하는 훈련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안팎 군사훈련의 불꽃놀이가 정점에 달하고 있다. 그 끝에 동아시아 정세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흐릿하나마 모습을 갖춰가는 변화의 흐름은 두 갈래다. 북한과 러시아, 중국의 군사협력 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북·중 6차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다.

우선 관심은 중·러가 기왕에 벌여온 연합훈련에 북한의 참여 여부다. 북한은 중·러와의 합훈에 참가하지 않아 왔다. 그러나 한·미·일이 8·18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연합훈련의 정례화에 합의한 만큼 북한의 참가 동기가 커진 상태다. 이와 관련,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의 발언이 주목된다.

마체고라 대사는 2일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연합훈련에 북한을 포함하는 아이디어는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비록 사견을 전제로 한 말이지만, 러시아가 북·중·러 연합훈련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마체고라는 유엔 안보리 제재는 러·북 관계의 강화를 막지 못할 것이라면서 특히 "양자 간 정치적 관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영향이 있을 것이며, 그것도 아주 오랜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제재에만 집중한다면 실질적인 영역에서 상호작용의 전망을 놓치게 된다"면서 러·북 간 정치적 관계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30일 강원도 철원군 지포리 훈련장에서 열린 기동 및 화력지원 훈련에 참가한 수도기계화보병사단 K1A2 전차가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2023.8.30. 연합뉴스

짙어지는 북·중·러 군사협력 징후

변화의 실마리는 정전 70주년(북한은 전승절)을 맞아 러·중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한 지난 7월 말로 돌아간다. 중국은 예년 수준의 당·정 대표단을 보냈지만, 러시아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한 군사대표단을 보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북한 쇼이구 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무장장비전시회'를 함께 둘러보는 한편 강순남 북한 국방상과 회담에서 "두 나라 군대 간 전투적 우의와 협조를 확대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북·러 간 국방협력의 범위가 북·중·러 합훈으로 넓어진다면, 한·미·일 군사협력의 역효과가 아닐 수 없다. 8·18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육해공·해저 공간에서 연합훈련 정례화 합의 이후 예상됐던 일이다. 한·미·일 군사협력의 '기회비용'인 동시에 안보 위협이 대폭 늘어난다.

북한은 중국과 '한 참모부'를, 러시아와는 '한 전호(참호)'에 있음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나 중국과의 합훈에 참가하지 않아 왔다. 북한보다 무기체계와 군사력이 앞선 러·중과 합훈한다면 주니어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을 터, 미군 지휘부가 설계한 연습과 훈련에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는 한·일과 DNA가 다르다. 러·중은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동해 일원에서 해·공군의 합훈을 늘려왔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대러, 대중 압박이 강해지면서 최근에는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 인근 해역에서 보란 듯이 합동 순찰 항해를 했다.

북·중·러 합훈이 된다면 육상이나 공중보다 해양훈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은 물론 일본이 러시아를 중국과 북한에 이은 '제3의 위협'하고 있어 동해에 격랑이 일게 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해군력의 강화를 강조하는 것도 무관치 않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8일 해군절을 맞아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축하 연설을 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북·중 기계연합기업소를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을 시찰했다. 북·중 기계연합기업소는 군함용 엔진 등을 생산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박용 엔진을 생산하는 평안북도 북중 기계연합기업소를 시찰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중 기계연합기업소가 "나라의 선박공업 발전과 우리 해군무력을 강화하는 데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중임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2023.9.3. 연합뉴스

캠프 데이비드 이후 신냉전 구도 

물론 북·중·러 합훈 성사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러·중은 아직 한반도 문제 해결에 관한 공동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언론(로씨야 세고드나) 질문에 8·18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비난하면서도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할 유일한 길은 '불가분의 안보'에 입각한 포괄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상기시켰다. 이를 위해 "한반도의 '긴박한 문제들'을 포함해 군사적·정치적 긴장을 완화하고, 제재와 완력을 동원해 대치하려는 사고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가분의 안보(indivisibility of security)'는 특정국의 안보를 위해 다른 나라의 안보를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으로 냉전시대 헬싱키 협정의 정신이었다. 북·중·러 합훈은 윤석열 정부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고, 대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리면서 악화된 한·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악재다. 러·한 관계가 돌이킬 수 없다고 판단하기 전에 북한과 군사협력을 시작할지 미지수다.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 합의가 북·중·러 군사협력을 한껏 부추기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미·중 간에 상업적인 동기에서라도 일시적 해빙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도 무관치 않다. 중국은 7·27 전승기념일에 군사대표단이 아닌 당·정 대표단만 파견,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미국도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에 남중국해와 관련해 '중화인민공화국'을 명시했지만, 중국이 주권문제로 접근하는 대만 문제에서는 제외하는 성의를 보였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방중 이후 올 11월 샌프란시스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미 가능성이 제기되는 근거다.

시진핑 친서로 김정은 초청?

미·중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 이후 6년 동안 정상 간 방문외교를 하지 않고 있다. 오는 7~10일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주최국은 인도이지만, APEC 정상회의 주최국은 미국이다. 미국이 시 주석을 공식 초청한다면 미·중 정상은 발리 정상회담 1년 만에 마주 앉게 된다. 이 대목에서 중국에 한반도 문제는 미·중 관계를 푸는 '윤활제' 역할을 해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때마침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9.23~10.8)에는 북한 대표단도 참가한다. 북·중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년 7개월 동안 닫았던 국경을 8월 하순 전면 개방해 놓은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로렐 로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8.19. 연합뉴스

북·중 관계는 북·미 대화가 진행 중일 때는 뜨악해지지만, 북·미 대화가 막힌 기간에는 활발해지는 반비례 관계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역할을 하는 모양새로 미국에 접근할 수 있고, 미국은 북한을 간접 점검하는 데 중국의 존재가 요긴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7·27 기념행사를 계기로 시 주석이 특사(이훙중 전인대 상무 부위원장)를 통해 전달한 친서에 방중 초청이 들어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양갑용 국가안보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조심스레 내놓았다.

김 위원장은 2018~2019년 시 주석과 5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북·중 간 '전략적 소통'을 강조해왔다. 양 위원은 그러나 북한의 정상회담 관행이 다자회의 참석보다 양자회담임을 상기시켰다. "아시안게임 개막식 등 여러 나라 정상이 모이는 자리보다 시 주석과 따로 대좌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중 6차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이는 미·중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을 추진할 동기의 하나가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캠프 데이비드 공동성명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통로가 열려 있음을 적시했지만, 실질적인 북·미 회담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 이럴 때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면 마다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1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산책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시 주석과의 5차 정상회담이 열린 곳이다. 2019.6.22.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중국을 통한 북·미 간 간접대화와 함께 제기되는 것은 일본 요소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미 지난 5월 27일 "김 위원장 조건 없이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달 29일 박상길 북한 외무성 부상은 담화를 통해 "일본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된 국제적 흐름과 시대에 걸맞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국적 자세에서 관계 개선의 출로를 모색한다면 서로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은 납치자 문제 해결이라는 국내정치적 수요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일 회담 분위기도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는 정상회담까지는 아니더라도 올가을 북·일 회담 가능성을 제기한다. 조 교수는 <민들레>에 "북·일 회담이 성사된다고 해도 납치자 문제 해결이 진척될 가능성은 적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이 일본을 앞세워 북한 측 의중을 떠보는 계기로는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일 회담이 성사된다면, 북·중 정상회담 및 11월 미·중 정상회담과 함께 동아시아에 일시적으로나마 대화의 시간이 돌아올 개연성은 크다. 푸틴 대통령 역시 10월 중 방중을 공언하고 있다.

G20서 만난 바이든-시진핑. 2022.11.14. 발리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펼치는 전략적 경쟁 구도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6월 방중 뒤 "미·중 경쟁은 우리 생애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대리전 수행도 가까운 시일 내 바뀌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중·러 어느 나라도 세계대전 수준의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일시적인 인게이지먼트(적극적 상대)를 통해 상대와 눈을 맞출 대화의 수요는 충분하다.

시 주석은 오는 7~10일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은 3일 시 주석의 불참과 관련, "실망했다. 그러나 나는 그를 보게 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동북아에 대화의 시간이 돌아온다는 조짐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북한, 일본, 러시아가 모두 등장하는 가운데 무르익는 대화 분위기에 유독 한 나라만 빠져 있다. 바로 윤석열의 대한민국이다. 등치고 배 만지고, 어르고 달래는 게 외교이건만 유독 윤석열정부는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의 '외줄 타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되레 국내 '반국가세력과의 전쟁'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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