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상호관세 일정에 대해, 특별히 한국에 대해 묻고 싶다. 그들은(한국 정부는) 대선 탓에 (90일 간의 유예가 끝나는) 7월 초까지 포괄적인 타협안을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도 선거를 앞두고 있다. 캐나다는 선거를 막 치렀다. (각국의) 국내 요소가 당신의 (협상) 노력을 어느 정도 어렵게 하는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글쎄 실제로는 반대라고 본다. 이 정부들은 선거로 가기 전에 우리와의 협상에서 무역 협상의 틀을 만들기를 원한다. (선거에서) 미국과 협상을 성공적으로 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이 협상테이블로 오는데 더 간절함을 발견하고 있다. 이를(협상을) 마무리 짓고 고국으로 돌아가 그걸로 선거유세를 하기 위해서다."
미국 재무장관의 한마디가 제21대 대선을 앞둔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29일 백악관에서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취임 100일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말이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사안을 놓고 곧 공직에서 떠날 권한대행 정부가 협상을 서두른 게 과연 이 때문이었을까 하는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권한대행 한덕수의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현실과 맞물려 파장을 키운다. 베센트의 관찰은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있었던 한미 '2+2 (경제+통상) 협의'에서 있었던 것.
기획재정부는 같은 날 새벽 1시에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정부는 한미 통상협의시 대선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기를 언급한 바 없다"고 밝혔다. 베센트의 발언 자체를 부인한 게 아니다. 베센트 역시 이들(한일) 정부 협상팀이 그런 말을 했다고 적시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렇게 생각(think)하며, 미국 측은 상대국의 의중을 그렇게 발견(find)했다고 말했을 뿐이다. 기재부 설명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것.
부총리 겸 재정기획부장관 최상목도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같은 논리에 머물렀다. '우리 정부가 이렇게 이야기했느냐'는 질문에 "절대로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역시 베센트 발언을 부인하지 않고 "미국 재무부에 발언 배경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가 한걸음 더 나가 자신의 '개인적 해석'을 덧붙인 것. "10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국내용으로 이야기했구나, 라고 이해했다"는 것. 기재부와 최상목의 해명 아닌 해명은 단순히 불친절한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운명을 놓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작태다.
기자의 질문은 부정확했지만, 베센트의 발언은 명료했다. 발언 녹취록을 보면, 베센트는 각각 선거를 앞둔 한국과 일본을 묶어서 말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협상 주체는 확연히 다르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이시바 시게루 일본 내각은 임시정부가 아니다. 최상목의 개인적 해석을 걷어내고 베센트 발언과 기재부의 입장을 종합하면 한국 측이 최소한 협의 과정에서 미국 측에 그렇게 생각할 여지를 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민적 의심이 비롯되는 지점이다. 대한민국의 무거운 고민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임시정부의 사령탑인 권한대행 한덕수는 두 가지 책임에 대해 답해야 한다. 본인이 답하지 않는다면, 국회 청문회와 필요하면 사법적 판단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야 할 사안이다. 향후 몇 년간 한국 경제에 깊은 영향을 미칠 사안이다. 먼저 공적인 부분. 시한부 임시정부가 자신들의 주장대로 협상의 틀(framework)을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용을 넣으려고 했다는 점에서 '직권남용'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동시에 '평생 관료'의 처지에서 대권을 넘보는 '미래 정치인' 한덕수의 지극히 사적인 욕망 추구 혐의가 겹친다. 공적, 사적 책임을 모두 뭉개고 지나갈 사안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한덕수는 되레 지극히 높은 자리에서 국민과 국회에 호령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29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한미 2+2 협의와 관련, "우리 대표단이 협의의 기본 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그간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가 마무리되는 7월까지 숱한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며 때로는 국익을 위해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덕수의 말을 톺아보자.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말은 우리 쪽의 선제적 제안이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베센트의 천기누설은 처음이 아니었다. 24일 한미 협의 뒤 "(다른 나라보다)일찍 온 한국인들은 '최선의 제안(A game)'을 들고 왔다. 그들이 이행하는지를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측의 주장대로 '협상의 틀'을 말한 게 아니었다. 미국 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만족시킨 획기적인 제안을 들어 왔음을 의미한다. 또 트럼프의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초까지 '임시정부+새 정부' 협상단이 완성할 패키지(July Package)의 핵심이 이미 전달됐다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7월 1일까지 잠정 유예한 25%의 상호관세, 1300㎞에 달하는 가스관 공사비 60조 원 안팎에 수천조 원으로 추산되는 탄소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알래스카 LNG 사업 참여가 걸린 문제다. 미국은 자동차 업계와 제약 및 의료기기 업계 등 비관세 장벽,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 부품 규제,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등 우리 국내법과 정책에 따른 조치를 죄다 '비관세 장벽'이라고 생떼를 부린다. 미국산 무기를 수입하면서도 기술이전을 요구할 수도 없고, 미국산 쇠고기 30개월 월령 제한 폐지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요구의 일부만 추려도 이 정도다. 그런데 임시정부 협상단은 그 핵심을 이미 미국 측에 건넨 뒤 국민에겐 틀만 협의했다고 우기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대선 유세에 활용한다?
한덕수는 역시 국무회의 석상에서 위기 극복에는 "우리 국회와 정치권의 협력도 절대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된다"고 훈시했다. 말의 힘은 말하는 이에 따라 경중이 달라진다. 그는 국회와 정치권의 협력을 거론할 자격이 없는 이들이다. 12.3 계엄 불발 뒤 국민의힘 당사로 달려가 한동훈 당시 당대표와 함께 읽은 '담화'에서 자신과 여당 대표가 국정을 공동운영하겠다고 밝힌 장본인이다.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자의적 판단에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도 거부한 이다. 2인만 임명하고 1인은 역시 여야 합의를 중얼거리며 임명하지 않은 최상목도 마찬가지다. 이런 자들이 국민의 이해와 국회의 협력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초현실적이다.
'7월 패키지'가 완성될 시점에 현직에서 떠날 처지에 국가의 운명을 걸머지겠다는 건 직권 남용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에 대한 타격, 즉 또 다른 쿠데타(Coup d'État)이자, 내란 잔당이 벌이는 초현실적인 작태다. 내란수괴 협의의 형사 재판 피의자 윤석열의 불법 계엄으로 놀란 국민에 가하는 명백한 2차 피해이기도 하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백주대낮에 연거푸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간 비대칭 관계를 고려할 때 대미 협상이 녹록지 않은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국민의 위임을 받은 정부가 떠맡아야 할 협상이며, 그 결과에 따른 무거운 책임도 져야 한다. 통상 관료로 봉급을 받아 온 한덕수의 숭미·기회주의적 속성은 그 실상이 만천하에 공개된 상태다. 고객의 요구에 앞뒤 가리지 않는 법무법인 김&장 법률사무소에서도 밥을 번 인물이다. 어려운 입장에서도 혼신을 다해 여지를 마련해야 할 협상에 대표적인 '부적격자'이다. 오죽하면 지난 8일 한덕수의 전화를 받은 트럼프가 "내 엉덩이에 입을 맞추면서(kissing my axx) 통사정을 했다"고 떠벌였겠나.
그의 대선 출마를 외려 기다린다. 법적 책임을 묻기 전에 국민적 심판을 먼저 받을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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