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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란, 군란 이은 '관료의 난' 무안 참사 핑계로 혼란 이어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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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길이 시원하게 뚫렸다. 지지부진하던 내란 수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를 둘러싼 15가지 의혹 수사도 이뤄지게 됐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하다 충돌 후 폭발한 항공기의 잔해. 2024.12.29. 연합뉴스

지난 14일 저녁, 국회가 대통령 윤석열(이하 윤석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뒤 쓴 기사의 앞 대목이다. 첩첩산중이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차 표결이 무산된 뒤 마침내 가결된 데 흥분했던 것일까. 의외의 비상식이 기존 비상식을 덮은 시간이었다. 내란사태와 2년 반 넘게 지속된 김건희 사태를 정리할 첫 단추를 끼웠다고 판단했다.

명백한 오보였다. <시민언론 민들레>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이 어려운 시기에 오로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힘과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관료의 말을 오독한 결과였다. 국무총리 한덕수(이하 한덕수)가 평생 관료의 관성에서 벗어나 중력에 몸을 던지기를 기대했다. 세계사적 사건의 한복판에서 하나하나 순리대로 엉킨 타래를 풀어갈 것으로 예상한 것도 오판이었다. 그는 관료의 관성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았다. 친위 쿠데타를 두둔하는 여당과 손잡고 '관료정치'를 도모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에 대해 여야 합의를 거꾸로 요구하더니 임명을 보류했다.

'무슨 일이 벌어지든, 국민이 아무리 불안하든, 국가가 랜딩기어 없이 콘크리트 벽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건, 아랑곳하지 않았다. 밖에 아무리 비바람이 치더라도 상관하지 않는 관료의 특성. 그 다람쥐 쳇바퀴를 타다가 경제부총리 최상목(이하 최상목)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의 바통을 넘겼을 뿐이다. 그리하여 지난 14일 잠시나마 엿보였던 국민적 희망이 다시 위기에 처했다. '관료의 난'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투자활성화 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최상목 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2024.12.18. 연합뉴스

윤석열과 국방장관 김용현(이하 김용현)이 무슨 담화문, 무슨 입장문을 연거푸 내놓고 국민을 협박한다. 윤석열의 검찰, 윤석열의 군부에 이어 윤석열의 각료들이 온갖 궤변을 내뱉으며 적극적으로 혼란을 연장한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겼다. 하루가 멀다하고 미증유의 장면들이 펼쳐진다. 관료들의 참사 대응 매뉴얼은 정해져 있다. 합동분향소를 차려놓고 사고 수습과 유가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뒤 바쁜 행보를 보인다. 여전히 남는 의혹과 부실한 수습이 드러날 즈음 관료들은 다른 자리에 옮겨 앉은 뒤일 경우가 많았다,

30일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두 개의 대형 사건은 대통령 탄핵 절차 진행과 무안공항 참사다. 마땅히 멀티태스킹이 돼야 하건만 권한대행은 무안공항 참사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29일부터 7일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대형참사를 핑계로 탄핵 절차 진행을 늦춘다면, 제2의 한덕수가 될 뿐이다. 이 와중에 탄핵안 가결로 유령인간이 된 윤석열의 대통령실까지 관료 시늉을 한다.

대통령실은 29일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비상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놀랍게도 회의 주재자는 대통령실장 정진석이다. '머리'가 잘려 나간 '몸통'이 스스로 움직인 것. 자발적으로 회의를 열어 그 결과를 권한대행에게 보고하겠다고 사후에 밝혔다. 머리 없는 수족의 더 위태로운 움직임은 대통령경호처가 보이고 있다.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는 세 차례에 걸친 출석요구를 뭉갠 윤석열에 대해 3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내란 가담자들의 육성 증언이 잇따라 확인돼도 대통령실 압수수색영장 집행도 방해한 경호처다. 윤석열이 내란 수괴라는 점이 검찰의 김용현 공소장에 낱낱이 적시됐음에도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의 검찰마저 그가 내란의 수괴임을 적시했다.

공소장은 윤석열이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 끌어내"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라는 지시를 군과 경찰에 직접 했다고 적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변호인단은 "일방적 진술의 나열"이라고 세 치 혀를 놀리고 있다. 경호처 따위가 그럼에도 대통령실이나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방해하거나, 체포영장 집행에 물리적 대응을 한다면 분명한 내란 행위다. 6시간 만에 무너진 계엄군에 이어 제2 전선을 지키겠다는 반란군이 된다.

12.3 친위 쿠데타 이후 거의 매일 전대미문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군사반란은 실패했지만, 이를 결사옹위하려는 여당과 최대한 시간을 끌려는 윤석열 변호인단, 그리고 그 정점에서 고무도장을 만지작거리는 권한대행이 이어가는 제2, 제3의 내란이다. 환율이 치솟고 국가 경제가 비틀거린다. 한덕수의 뒤를 이은 경제관료도 엉뚱한 소리를 할 것인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서울재팬클럽(SJC) 오찬 간담회'에서 통역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4.12.2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대통령실 예하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동안 헌법이 임시변통으로 올려놓은 권한대행이라는 '머리'는 따로 논다. 국민은 '짝눈'이 아니다. 무안 참사와 윤석열 탄핵 절차 진행이 시야에 같이 들어 있다. 권한대행의 손에 쥐어준 것은 옥새가 아니다. 고무도장이다. 역심(逆心)을 버리고 찍을 난에 정확히 찍어야 한다. 국회가 정당한 절차를 통해 추천한 헌법재판관 임명을, 참사를 빌미로 다시 미룬다면 그 역시 또 다른 내란의 '임시 수괴'가 될 것이다. 친위 쿠데타와 김건희 특검안 역시 수용해야 마땅하다. 빠져나갈 길은 없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잇딴 참사를 딛고 다시 안정으로 가는 탄탄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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