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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의 세계읽기]'허슬러' 래리 플린트의 이유 있는 도발, 이번엔 트럼프 탄핵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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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7. 10. 1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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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스톤이 제작하고 밀로스 로만이 감독을 맡은 1996년 영화 ‘인민 대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의 포스터. 우디 헤럴슨이 주연을 맡았다. 플린트가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에 도움이될 정보에 10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미국 도색잡지 ‘허슬러’의 발행인 래리 플린트(74)가 다시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번엔 액수가 종래 보다 10배 커졌다. 수차례 1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던 그가 이번엔 1000만달러(약113억원)를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탄핵 수있는 ‘결정적 증거’를 제공한 사람에게 주겠다고 공언했다. 플린트는 자신과 ‘래리 플린트 출판(LEP)’공동명의로 15일자(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전면광고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의견형 광고는 A4용지 4쪽에 가까운 글로 트럼프를 탄핵해야할 역사적, 헌법적, 정치적 사유를 설명했다. 광고 내용에는 미국 역사와 ‘포퓰리즘의 실험실’로 전락한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겼다.


플린트는 흔해빠진 포르노잡지 발행인이 아니다. 종교·집회·표현의 자유등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 수호를 위해 수차례 송사를 마다하지 않은, 정치·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 작고한 ‘플레이보이’의 창업자 휴 헤프너가 성혁명의 전위에 섰다면 플린트는 또다른 의미에서 한 시대를 대표해온 풍운아다.


플린트는 이번 광고에서 트럼프가 득표수에서 뒤졌으면서도 선거인단수에서 앞섰던 것을 거론하며 무엇보다 헌법의 오류를 짚었다.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자체가 남북전쟁 전 노예옹호 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실제로 투표권이 없던 흑인노예를 5분의3 시민으로 간주해 생긴 제도임을 상기시킨 것이다. ‘1인 1표’ 원칙을 위반한 선거인단 제도 탓에 와이오밍(인구 58만명) 주민이 캘리포니아(인구 4000만명) 주민 보다 대선에서 3.6배 과잉대표됐다고 통렬하게 비난했다.

래리 플린트와 ‘래리 플린트 출판(LEP) 공동명의로 10월15일자 A11면에 실린 전면광고.  워싱턴포스트 블로그 캡처

래리 플린트와 ‘래리 플린트 출판(LEP) 공동명의로 10월15일자 A11면에 실린 전면광고. 워싱턴포스트 블로그 캡처


선거인단은 당초 불안정한 선동가가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벽’이었음도 상기시켰다.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이 지적했듯이 대통령 직무에 맞지 않는 저열한, 특히 외국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정치인을 막기 위해 도입한 것이 선거인단이라는 설명이다. 정확하게 트럼프에 들어맞는 정치인이다. 플린트는 이어 투표수에서 뒤진 트럼프가 이긴 것은 2010년 인구조사 뒤 공화당이 벌인 ‘사상 최악의 게리맨더링’ 덕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욕대 브레난 정의 센터와 프린스턴대 연구팀은 선거구를 자당에 유리하게 조정한 게리맨더링은 ‘사상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악의적 게리맨더링은 특히 미시건·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프롤리다 등 부동층이 많은 주들에서 가장 심했다. 바로 트럼프가 신승한 주들이다. 

플린트는 지난해 대선이 불법선거인 또다른 이유로 주간 유권자 교차체크시스템이 110만명을 단순히 성명이 같다는 이유에서 투표권을 박탈한 점을 들었다. 반 트럼프 성향을 보인 히스패닉 유권자 6명 중 1명과 흑인 9명 중 1명이 28개주에서 700만명의 (범죄)혐의자에 ‘편리하게’ 포함된 것도 불법이라고 질타했다. 플린트는 그러나 이러한 부정행위 만으로는 법적, 도덕적 탄핵요건이 충분치 않다면서 6가지 혐의를 추가했다. 

래리 플린트가 2011년 4월30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한 모임에서 연설하는 모습.  하반신이 마비된 플린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AP연합뉴스

래리 플린트가 2011년 4월30일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한 모임에서 연설하는 모습. 하반신이 마비된 플린트는 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AP연합뉴스


미국 헌법은 탄핵 사유로 ‘반역과 뇌물수수, 다른 중범죄와 경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로 규정해놓고 있다. 플린트는 이에 걸맞는 혐의로 우선 적성국(러시아)의 선거 개입 및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 해임(사법 간섭), 살럿빌 폭동 이후 신나치와 백인우월주의 KKK단 옹호, 자신의 전세계 사업망을 위해 국내외정책 결정(이해충돌)을 들었다. 또 세계 현안에 대한 완전한 무식과 수백건의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부자격자를 고위직에 임명(전반적인 정실주의)한 점, 195개국과 약속한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등 6가지 혐의를 꼽았다. 

플린트는 그러나 파리협정 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트럼프가 핵전쟁을 일으킬 수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구체적으로 요구한 정보는 트럼프가 러시아로부터 돈을 받았거나, 미국 재계가 트럼프제국의 사업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타협했는지에 대한 두가지 정보를 꼽았다. 극비에 부쳐진 트럼프의 납세기록에 증거가 있을 수있다는 조언도 남겼다. 플린트는 해당 정보를 입수한 뒤 출판할 계획이다.

플린트의 현상금은 처음이 아니다. 1998년 빌 클린턴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공화당 정치인들의 성스캔들과 관련한 정보 100만달러의 현상금을 공모한 뒤 이를 출판, 밥 리빙스턴 당시 하원 의장을 사임토록 했다. 데이비드 버틀러 상원의원을 비롯한 보수적인 공화당 지도부의 위선적인 성 스캔들을 캐는데 필요한 정보에도 현상금을 걸었다. 제보된 정보는 '플린트 리포트'로 발간했다. 정치적으론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과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후보의 탈세의혹 관련 정보에도 같은 액수를 걸었다. 

백악관 선임고문 직함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오른쪽)가 10월14일 워싱턴의 세계은행 본부에서 열린 여성기업 포럼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바라보며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실에 입각해 자격이 안되는 인물들을 고위직에 임명했다는 것도 래리 플린트가 적시한 탄핵사유의 하나다.   AP연합뉴스

백악관 선임고문 직함을 갖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오른쪽)가 10월14일 워싱턴의 세계은행 본부에서 열린 여성기업 포럼에서 김용 세계은행 총재를 바라보며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실에 입각해 자격이 안되는 인물들을 고위직에 임명했다는 것도 래리 플린트가 적시한 탄핵사유의 하나다. AP연합뉴스


플린트는 광고에서 현상금을 10배 올린 이유에 대해 “현재의 위기 때문”이라면서 “트럼프의 친구들인 부자들이 나서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1000만달러는 큰 돈”이라고 강조했다. 자신 역시 1000만달러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치품을 살 수있겠지만 “역사상 가장 강력한 멍청이가 망치고 있는 세계에서 (나를 위해 쓰는 것이)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에 대한 탄핵시도가 민주당원들이 합법적인 선거결과를 뒤집기 위해 벌인 ‘(여우의)신포도’라고 여기겠지만 작년 대선이 불법이었기 때문”이라고 시작한 광고문구는 “트럼프를 너무 늦지 않게 내쫓는 것이야말로 나의 애국적 의무이자, 미국민으로서의 의무”라는 말로 끝났다.

1942년 켄터키주 매고핀 카운티에서 태어난 플린트는 레스트롱과 술집 사업으로 성공한 뒤 1973년 허슬러를 창간, 탄탄대로를 달렸다. 하지만 36세 때 명성을 좇던 연쇄살인범의 공격을 받은 뒤 하반신이 마비됐다. 2005년에는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은 ‘인민 대 래리 플린트(The People vs. Larry Flynt)’ 영화(밀로스 포먼 감독)가 1996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10151855001&code=970201#csidx11e9e25703d2ba38f3fbe365a8ea9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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