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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는 우리가 결정한다" 드디어 목소리 낸 외교부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5. 6. 2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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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증액하고 있다. GDP 대비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의 하나다. 국방비는 국내외 안보환경과 정부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리가 결정해 나가고자 한다." (20일, 외교부 당국자, 연합뉴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샹그릴라 아시아 안보대화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5.31. AP 연합뉴스

지난 10일 차관 인사를 했을 뿐인데 외교부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전까지 미국 국방장관이나 주한미군사령관이 뭐라 하건, 일절 무반응이었던 걸 감안하면 작지 않은 변화다. 국방부도 비슷한 메시지를 내보냈다. 미국이 한국도 전 세계 동맹국들과 마찬가지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올려야 한다는 미 국방부(펜타곤)의 '주장'이 전해진 뒤 하루만에 나온 반응이다.

이날 연합뉴스 TV에 출연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이에 대해 "(미국 의도를)상세히 들여다보고 긴밀한 협의를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익명과 실명의 당국자들이 같은 날 특정사안에 대해 다소 다른 메시지를 내는 건 오래된 관행. '익명'의 목소리에 무게를 싣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아직 중장기 한반도 안보 위협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주한미군 역할 변경, 관세 인상과 한목으로 조여오는 미국에 내놓을 방안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국방비 검토는 그다음 수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18일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의 유럽 동맹들이 아시아 동맹을 위한 국방비 인상의 글로벌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라면서 GDP의 5% 인상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의 포함 여부는 연합뉴스가 지난 19일 션 파넬 펜타곤 대변인에게 확인했다며 전한 소식이다.

미국·일본·호주·인도 연합훈련(2021년). [해상자위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방비 GDP의 5%는 앞서 헤그세스 장관이 5월 3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안보대화 연설에서 밝힌 '소신'이다. 그는 독일을 비롯한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GDP 5%의 군사비를 지출하겠다고 맹세했음을 들어 "북한뿐 아니라 공산주의 중국으로부터 훨씬 더 끔찍한 위협에 직면한 아시아의 핵심 동맹과 파트너국들은 훨씬 덜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그세스의 말이 전부 틀린 건 아니다.

독일이 5%를 언급한 것도 맞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주요 동맹국들의 올해 국방예산이 대부분 GDP 1%대인 것도 사실이다. 필리핀 1.25%, 태국 1.3%, 대만 1.76%, 일본 1.8%, 호주 1.9%, 뉴질랜드 2.0%이다. (세계은행 및 각국 정부 누리집 자료) 이중 미국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나라는 대만과 일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에 10%를, 일본과 호주에는 모두 3.5%를 압박하고 있다.

독일과 일부 나토 회원국의 5% 인상 방침도 모호한 상태.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장관은 지난 5월 15일 튀르키예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GDP의 5% 국방비 인상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독일과 나토의 전통적인 국방비 인상 목표는 GDP 3.5%다. 나머지 1.5%는 국방 관련 기간시설 투자비용으로 설정했다. 도로 건설과 사이버 투자비용 등을 국방비에 포함해 여지를 남겨둔 것. 연도별, 항목별 인상 계획을 확정한 것도 아니다. 일단 트럼프에게 제시한 가이드라인이지만 나토 차원에서 채택될지도 불투명하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지명자가 4일 미국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25.3.4. AFP 연합뉴스

이를 기정사실인 양 댓바람에 아시아 동맹국도 5%로 인상해야 한다는 미국의 논리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아시아 동맹국들의 국방비 지출 현황을 보아도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GDP 2%가 안되는 국가들이 무리하게 5%를 추진한다면 정권을 내놓아야 할 판이다. 미국은 되레 거꾸로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 5년 동안 매년 국방예산을 8% 줄일 계획이다. 5년이면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줄일 테니 동맹과 우방은 늘리라는 논리다.

지난 2월 20일 헤그세스 본인이 펜타곤 연설에서 밝힌 방침이다. "비살상 부문을 중심으로 군살을 빼겠다"고 공언했지만, 2025 회계연도(2024.10.~2025.9.) 국방수권법안(NDAA)이 승인한 8952억 달러를 기준으로 할 때 5년 뒤엔 7161억 달러가 되는 셈이다. NDAA 기준 올해 GDP 대비 비율(3.04%)이 3% 아래로 떨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국방예산(2026 회계연도)은 연말쯤 확정된다. 연도별로 실제 지출된 국방비를 기준으로 발표하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미국 국방비는 9970억 달러(GDP 3.4%)였다.

대한민국을 상대로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생뚱맞다. 펜타곤 안에서도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엘브리지 콜비 펜타곤 정책 담당 차관은 지난 3월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대만과 일본의 낮은 국방비를 지탄하면서도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한국을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평가했다. 올해 한국의 국방예산은 61조 2469억 원으로 GDP 대비 2.32%다. 그러나 추세가 더 중요하다. 2015년 37조 5550억 원(GDP 2.16%)에서 무려 63.1%가 늘었다. 콜비 차관이 "한국은 국방 문제에 진지하다. 대만은 한국을 보라"고 거듭 강조한 까닭이다.

2025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의장국인 네덜란드 정부의 관련 누리집. 2025.6.15. 시민언론 민들레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의 '담대한' 동맹국 국방비 인상 요구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방비 인상 문제는 국가적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다. 당연히 저마다 국내 정치의 소용돌이를 거쳐야 한다. 각국의 반발이 벌써부터 녹록지 않은 이유다.

일본은 올해 GDP 대비 1.8%인 국방비를 3.5%까지 올리라는 콜비의 요구에 7월 1일 예정된 안보보장협의위원회(2+2) 회의를 취소키로 한 것으로 보도됐다. 대만은 작년 12월 민진당 정부의 예산 증액 노력이 야당인 국민당과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나토는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국방비 인상 가이드라인을 논의하지만, 원만한 합의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국방비가 GDP의 1.24%였던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5% 가이드라인이 "스페인 복지 국가와 광범위한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면서 '터무니 없는 목표"라고 일축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2일 미국의 국방비 인상 요구에 대해 "우리의 국방정책은 우리가 결정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외부의 압력이 아닌, 국방능력의 필요와 지역적 우선순위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호주는 2033~2034년까지 국방비를 GDP 2.4~2.5%로 올리는 계획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 국방비 인상 움직임이 현실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트럼프는 무역과 안보 문제를 싸잡아 거래로 접근한다. 댓바람에 호가를 높게 불러 충격을 주는 트럼프의 거래방식을 감안하면 GDP 5%가 최종 목표가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나토의 실질적 목표이자 미국이 일본, 호주에 요구하는 3% 선이 뉴노멀로 제시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나마 최소 몇 년, 어쩌면 트럼프 임기 4년으로 부족할 일이다. 새 정부가 미국이 제시하는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우리 실정에 맞는 타협안을 도출할 것을 다짐한 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미국은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한 향후 10년 동안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가 국방예산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 이자가 8700억 달러로 국방예산 8500억 달러를 초과한 2024년부터 시작된 현상이다. 2025.6.3. [마라톤 이니셔티브 누리집] 시민언론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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