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군사작전은 적들이 대가를 치를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 또는 제3자가 새로운 적대적 행동을 취한다면, 이란은 기왕에 정해놓은 다른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 (22일, 이란 최고국가안보협의회 성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이란 공습이 '환상적인 군사적 성공'이었다고 떠버린 뒤에도 이란 정부의 반응은 요란하지 않았다. 전날 압바스 아락치 외교 장관에 이어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국을 상대로 유엔 헌장에 따른 자위권 발동을 경고했지만, 즉각적인 확전에 나설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단호하되 절제된 반응이었다. 군사적 대응은 이스라엘에 국한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장담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미국 대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국가안보협의회(SNSC) 성명은 크게 3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미국에 대해 트럼프를 '도발적인 전쟁광'이라면서 이란은 위협에 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내적으로는 국민에 대해 이란이 외국의 공격에도 회복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단합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 이스라엘이나 미국을 도울 경우 '합법적인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나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한 경고로 풀이된다.
SNSC가 경고한 '다른 방식'은 전면전이 아니다. 장기적인 비대칭 대응을 말한다. 이와 관련 이란 국회는 이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그러나 아직은 정치적 메시지에 머문다. 최종 결정권은 최고국가안보협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해협 봉쇄는 이란이 단계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대칭 대응이다.
마수드 페제스키안 대통령은 이란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모든 금지선(red line)을 넘었다"라면서 "이란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제스키안 대통령은 이날 군과 정보당국 수뇌부와 함께 비상회의를 연 것으로 보도됐지만 회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군사적 대응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주도했다. IRGC는 이날 이스라엘과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았다. 테헤란 타임스는 이날 혁명수비대가 다탄두 탄도미사일 케이바르셰칸을 동원해 생물학 연구소와 군사 지원 시설이 집중된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 등을 타격하는 제20차 공격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호세이니 살라미 IRGC 사령관은 이날 밤 TV로 중계된 성명에서 "이란의 보복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자위권을 언급하며 "침략자들은 후회할 만한 반응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성명은 이란 공습에 동원된 항공기들의 궤적을 확인했다면서 중동 지역 미군 기지들의 수와 분포는 힘이 아닌 취약함을 드러낸다면서 "침략자들은 후회할만한 반응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등 중동 각국에 최소 19곳의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이란은 실제로 2020년 1월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 10여발을 발사한 적이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두스군 사령관을 드론으로 살해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그러나 확전을 고려해 제한적으로 수행한 '약속 대련'이었다. 트럼프는 당시 이란이 보복하면 이란 내 표적 52곳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했지만, 이란의 보복 뒤 추가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이번 공습 전에도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을 경계하며 강한 경고를 내놓았던 미국은 더욱 경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TV 연설에서 "이번 공습이 "환상적인 군사적 성공(spectacular military success)이었다"면서 "이란의 주요 핵시설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공습 목적은 "이란의 핵농축 역량을 파괴하고 세계 최대 테러 후원 국가가 제기하는 핵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란의 지역 미군기지 공격을 우려해 "이란은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는다면 다음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빨리 평화가 도래하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표적들을 정밀하고 신속하며 숙련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가 강조한 '평화'는 이란이 보복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다. 미공군은 전날 전략폭격기 B-2를 동원해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했다.
아락치 이란 외교장관은 21일 "이란의 평화적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잔인한 군사적 공격은 국제법의 심각한 위반이며 끊임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란은 안보적 이익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협력기구(OIC)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튀르키예에 머물던 아락치는 회견에서 "유엔 헌장의 자위권 규정에 따라 미국을 공격할 권리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의 더 이상의 핵협상은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란 원자력청(AEOI)은 전날 미국이 B-2 전폭기로 포르도와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시설을 공격한 것과 관련,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국가산업(원자력)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임을 위대한 이란 국민에게 확언한다"고 밝혔다. 미국 공습으로 인한 방사능 오염 징후는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란 당국자는 외신에 공격을 예상하고 포르도의 핵시설을 미리 이전했기 때문에 결정적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국회의원도 파르스 통신에 "피해는 대부분 포르도 시설 지상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위성략 안보실장 서면 브리핑
대통령실은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과 관련해 긴급 안보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사태가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회의에서는 현재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동시에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이어 미국의 공습이 우리 안보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전했다. 회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다.
위 실장은 별도의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러가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 4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이 대통령 초청의사를 밝힌 뒤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참석 가능성이 높은 듯한 신호가 잇따라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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