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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서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 화제…이재명-트럼프 상견례 무산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5. 6. 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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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예정됐던 한미 정상의 첫 상견례가 중동사태 악화 탓에 무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스라엘-이란 간 전쟁이 확전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16일 밤 급거 귀국했기 때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현지 브리핑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왔다"면서 "내일(17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은 어렵게 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외교 채널을 통해 가장 빠른 '다음 계기'를 찾아 무산된 한미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한미 정상이 만날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행 중인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 "실무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정상 간 회동이 성사되면 보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그러나 대통령의 나토 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4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초청 의사를 내비친 뒤 2주 가까이 모호성을 유지한 것.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함께 초청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2025.6.16.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대통령이 한미 관세협상 '보완'?

미국이 중국이나 영국 등과 한 무역협상에서는 단순히 보완을 위한 정상간 접촉(통화)은 없었다. 협상이 벽에 부딪힐 경우 난관을 돌파해야 할 시점에 접촉이 이뤄졌다. 한미 무역협상이 본궤도에도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거듭 협상 관련, 정상회담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상견례를 넘어 이 대통령에게 '모종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이 대통령은 16일 캐나다로 향하는 전용기 기내 브리핑에서 대미 관세협상과 관련, "최소한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우리 기업인들도 '다른 나라와 동일한 조건이라면 해볼 만하지 않나'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 전하면서 기본적인 목표를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G7 정상들과 기념촬영 자리에서 "만찬 뒤 귀국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밤에는 자신의 X 계정(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자신이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 노력을 하기 위해 귀국했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말을 부인하면서 "그는 내가 왜 워싱턴에 돌아가는지 알지 못한다. 분명한 건 휴전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이라고 못박았다. 이어 "그것(휴전)보다 더 큰 문제 때문"이라면서도 정확한 귀국 목적은 밝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다자회의 데뷔 무대인 이번 회의에서 다자 및 양자 접촉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16일 오후 다니엘 스미스 캐나다 앨버타주 총리가 주최한 초청국 정상 환영 리셉션에서는 각국 정상 간에 '서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호주, 한-남아공 정상회담에서도 관세 협상 문제를 놓고 동병상련 처지가 거론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국 민주주의 회복력도 리셉션에서 또 다른 주제가 됐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18일에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캘거리의 한 호텔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총리와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25.6.16. 연합뉴스

트럼프 "중동 휴전보다 더 큰일로 귀국"

이 대통령이 16일 만난 남아공과 호주 정상은 모두 미국의 횡포에 맞서 활발하게 대안을 추구해 온 지도자들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 상대는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은 "남아공이 아프리카 최대 경제 대국이며 한국의 아프리카 진출 관문"이라고 평가하고 남아공 에너지, 제조업 등 분야에서 활동 중인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고 넬슨 만델라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그의 정치적 후계자로 평가받는 라마포사 대통령과 "우리 둘 다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지금의 성취를 이뤘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라마포사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축하하며 "양국은 민주주의를 공유하는 소중한 파트너"라면서 "앞으로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더 강화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남아공은 G7의 대안으로 급속히 떠오르는 브릭스(BRICs) 국가인 동시에 글로벌 사우스에서도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주최국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남아공이 아프리카 국가로서는 처음 G20 의장국을 맡은 걸 높이 평가하면서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오는 25일이 한국전쟁 75주년임을 화제로 호주의 파병 사실과 이후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된 협력관계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에너지와 자원 문제에서 호주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다가오는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방한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제안했다. 한국과 방산협력을 하고 있는 호주는 트럼프가 최근 오커스(호주-영국-미국) 핵잠수함 협력 사업의 재검토를 발표하면서 안보상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 골프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토니오 코스타 유럽 연합 정상회의 의장,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조르지오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2025.6.16. AFP 연합뉴스

호주-남아공과 '이심전심'

앨버니지는 지난달 3일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반트럼프 정서'에 힘입어 승리를 거뒀다. 앨버니지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 "우리는 해외에서 영감을 얻지 않는다. 바로 이곳, 우리의 가치와 우리 국민 안에서 영감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무역 다변화를 상당 부분 이룬 나라라는 점에서 관심을 둘 만하다. 2024년 호주의 주요 수출국 중 한국(198억 달러)은 중국(1025억 달러), 일본(306억 달러)에 이어 3대 수출국이었다. 미국은 인도(164억 달러)에도 뒤지는 147억 달러였다. 트럼프는 호주에 대해 10%의 일반관세와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25% 품목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의 급거 귀국 탓에 어긋난 건 한미 정상회담만이 아니다. 역시 17일 예정됐던 미-호주 정상회담도 무산됐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발표한 △공동체 보호와 △에너지 안보 구축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미래 동반자관계 확보 등 3대 의제 논의도 트럼프 없이 하게 됐다. 트럼프의 귀국으로 캐나다에서 직전에 열린 G7 정상회의(2018년 샤를 부아)에서처럼 미국과 유럽-캐나다 정상의 극단적인 대치의 리스크는 사라졌다. 다만 이스라엘의 이란 선제공격으로 촉발된 중동사태가 회의를 지배함에 따라 예정한 논의가 겉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주요 7개국(G7) 정상 들이 16일 캐나다 앨버타주 카나나스키 회의장에서 발표한 중동사태 관련 공동성명. [캐나다 총리실 누리집] 시민언론 민들레

G7 정상 "국제 에너지시장 안정 협력"

G7 정상은 16일 공동성명을 발표, "우리는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되풀이한다"라면서도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두둔하는 트럼프의 노선에 충실했다. 성명은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며,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지지"를 거듭 강조했다. 민간인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이란은 지역 불안정과 테러의 주요 원천"이라고 규정하고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는 명확성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으로 빚어진 군사적 충돌을 '이란 위기'로 표현하며 "이번 사태 해결이 중동에서 적대행위의 광범위한 위기 감소로 이어지길 촉구"했다. 국제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시장 안정을 위해 '비슷한 생각의 파트너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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