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취임 첫날 외교안보 사령탑의 윤곽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 첫 브리핑에서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국가안보실장에 임명하고,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을 국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위성락 안보실장에 대해 "주미 대사관 정무공사,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인사로 이 대통령의 외교, 안보 공약의 설계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실용 외교와 첨단 국방,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통일부 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외교안보 전문가로 국정원의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하고 정보전달 체계를 혁신했던 경험을 토대로 통상 파고 속 국익을 지킬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특히 북한 문제를 연구한 전문성을 토대로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방, 외교, 통일부 장관 인선이 공표되지 않았지만, 외교-안보-정보를 아우르는 국가안보실장과 국정원장 자리를 먼저 채움으로써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새 정부 대외전략의 향도를 세운 것.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과의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미동맹을 주춧돌로 놓고, 그 위에 한미일 협력을 초석으로 놓아 국가안보의 기둥을 떠받치겠다는 말이다.
외교부 주요 보직을 거친 미국통 위 실장이 외교-국방-정보를 총괄하는 자리에 앉았다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총괄 경험을 쌓은 북한통 이 국정원장 후보자는 이번에 거꾸로 외교-국방-산업 각 부분에 정보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경제와 안보가 한 묶음으로 진행되는 작금의 글로벌 흐름에 절묘한 인선으로 평가된다. 위 실장과 이 후보자는 2000년대 초 참여정부 청와대 NSC에서 각각 정책조정관과 사무차장으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시민언론 민들레>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정책철학을 토로한 바 있다.
위 실장은 외교부(북미국장)와 NSC 근무 시절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참여한 미국통으로 12.3 내란으로 정상궤도를 벗어난 한미 관계를 이음매 없이 끌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참여정부는 한미 간 군사동맹에 자유무역협정(FTA)을 장착, 경제 동맹으로 확대 발전시켰다. 또 주한미대사관 및 용산기지 이전, 평택 캠프 험프리스 확충 사업을 주도했다. "한미동맹 50년 동안 한 일보다 참여정부 5년 동안 한 일이 더 많다(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라는 평가를 받던 시절 대미 외교의 선봉이었다. 또 주러시아 대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러 관계 복원에도 전문성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부과했다가 90일간 유예한 상호관세 25%와 이른바 '비관세장벽' 논의를 앞두고 있다. 동시에 주한미군의 재배치 또는 역할 증대와 관련된 안보 대화도 미뤄둔 상태다.
한러 관계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윤석열 정부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한편, 여러 번의 독자 제재를 단행, 경제적 접점마저 사라진 상태다. 그사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원장은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관계를 강화했다. 특히 2024년 6월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하고 조약 제4조에 근거해 북한이 1만 2000여 명의 병사들을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파병함으로써 한 전호(戰壕)에 있음을 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취임 뒤 미러 관계 정상화 노력이 진행되는 만큼 우크라 전쟁에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아퀴를 지은 뒤 한러관계 복원이 시급한 상황이다. "주변국 관계를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관점에도 들어맞는다.
외교부 수장을 맡지는 않았지만, '한국 외교 선진화'의 주창자답게 초당적이면서도 국익 중심 외교를 이끄는 데도 소홀하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그는 시민언론 민들레 인터뷰에서 "외교부 출신이 선거캠프를 거쳐 권력 엘리트로 돌아와 2~3년 '바지 사장'을 했지만, 그 기간 외교부 직원들이 힘을 키우고, 외교 기반을 강화하지 못했다"라면서 "지금 외교부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탄식했다.
이종석 후보자는 한미가 2006년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이로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주한미군 재배치 또는 전략적 유연성 관련 현안에 정통하다. 미국은 오늘 8월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전략(NDS)' 확정, 발표를 앞두고 인도·태평양 전략과 주한미군의 역할 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 출신으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 후보자는 대통령실의 평가대로 꽉 막힌 남북 간에 소통 통로를 탐사하기에 적합한 경험을 장착하고 있다.
북한은 2023년 12월 30일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를 기반으로 했던 기존 통일 노선을 버리고 남북이 "적대적인 두 국가"라고 규정한 뒤 민족 내부의 소통을 차단했기 때문에 녹록한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미·러 관계 정상화의 흐름 속에서 한러 관계의 복원과 맞물려 최소한의 접점을 마련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핵과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응하되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자체가 북한에 던진 대화의 메시지였다.
위 실장과 이 후보자를 관통하는 특징은 현실주의다. 이 후보자는 북한이 '두 국가론'을 펼친 뒤 통일과 남북관계의 미래와 관련, "우리 사회가 기존 관념에 매달리지 말고 장기간 다양한 층위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라면서 "공동체 차원의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그는 시민언론 민들레 인터뷰에서 "민주 정부가 들어서면 무엇보다 김정은이 말한 '가장 적대적인 관계'를 해소하고 협력을 통해 서로 이익이 되는 지점을 찾아가겠다고 공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어차피 왕조 사회주의 북한과의 통일은 불가능했다"고 단언하면서 남북관계의 현실적인 모색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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