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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뒤로 가는 '한국 민주주의' 걱정된다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10. 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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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미국인들은 한국 대통령 윤석열이 노래를 못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차렸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부부가 윤과 그의 부인 김건희를 백악관 국빈 만찬에 초대한 자리. 윤은 동아시아 방식으로 향수에 젖은 발라드 공연을 해 환심을 샀다. "나는 아직도 기억할 수 있네. 아주, 아주 오래전/그 음악이 날 미소 짓게 하곤 했다는 걸." 바이든은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윤은 유쾌한 정치인이자 미국의 최고 동맹다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6공화국 시절 언론인 경력을 시작한 기자는 외국 언론 보도를 번역해 소개하던 시대는 진즉 지났다고 생각해 왔다. 특히 외국 언론에 비친 한국은 더욱 그랬다. '군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거주하던 시절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사건일지라도 외신이 아니면 접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한국 언론도 '독립'했다고 생각해 왔다. 한국 언론에서도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생각과 뉴스에 굳이 '외신의 권능'을 입혀 새삼 뉴스화하는 관성을 거부해 왔다. 더는 유효하지 않은 소신이다. 지난 30일 뉴요커에 실린 글 한 편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E. 태미 김이 쓴 '한국의 우려되는 민주주의 부식'이다.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거꾸로 가는 한국 민주주의의 면모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냈다. 당연히 미국인 독자를 대상으로 작성한 글이다. 하지만 그 '거울'에 비친 한국 민주주의의 꼬락서니가 고스란히 담겼다는 생각에 소개한다.

태미 김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 총회 참석 길에 바이든 대통령을 만난 뒤 실수로 내뱉은 '바이든/날리면' 발언 이후 MBC를 비롯해 뉴스타파, JTBC 등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해온 언론 탄압 문제를 먼저 짚었다. 윤 정부 문화부는 지난해 만평 '윤석열차'를 그린 10대에게 상을 준 것을 비난했다면서 대통령이 '사소한 형태의 평판 관리'에 몰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용산 어린이 정원' 개원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대통령 부부가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양 묘사한 색칠하기 종이가 배포된 사실도 놓치지 않았다. 대통령의 '자기도취'와 언론 탄압이 많은 이들에게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군사독재를 떠올리게 한다면서 검찰의 야당 정치인, 노동조합 간부 수사를 근거로 제시했다.

태미 김은 끝으로 이른바 민주주의 가치를 지향한다는 바이든 행정부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베트남 공산당 등 비자유주의 정부의 언론 및 시민사회 탄압에 입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을 독재의 나쁜 과거로 몰아가는 윤석열 대통령 역시 바이든으로부터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글을 맺었다. 윤 대통령을 모디 총리의 인도나 공산당이 지배하는 베트남과 한묶음으로 분류했다. 현 한국 정부를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면서 묵인하고 있는 권위주의 정부 또는 비자유주의 정부와 사실상 같은 부류로 규정한 것이다.

글에 실린 내용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건들이다. 언론 자유가 상식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외국 언론의 '거울 역할'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너무도 익숙해졌기에 둔감해진 한국 현실을 일목요연하게 일깨운다. 다시 '거울'이 긴요해진 시대다.

1925년 창간한 뉴요커는 주간지 형식으로 한 해 47회 발간된다. 유장한 문체의 탐사보도를 중심으로 미국 지식인층에 영향력이 있는 대표적인 매체다. 태미 김은 변호사 출신으로 뉴요커와 뉴욕타임스 매거진, 뉴욕 북 리뷰, 더 네이션 등 미국 주요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 팟캐스트(Time to Say Goodbye)의 공동진행자이자 '펑크 민족학(Punk Ethnography)'의 공저자이다. 유서 깊은 사립대 쿠퍼 유니언과 예일대, 뉴욕 시립대 등에서 강의했다.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약력이다. 이번 뉴요커 글은 추석 연휴 끝자락에,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음은 기사 전문.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 윤석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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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우려되는 민주주의 부식(The Worrying Democratic Erosions in South Korea)

최근 몇 달 동안 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에 비판적인 보도를 내놓은 언론사 사무실들을 압수수색했다

태미 김(E. Tammy Kim)

아마도 미국인들은 한국 대통령, 윤석열을 잘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일부는 그가 노래를 못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차렸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부부가 윤과 그의 부인 김건희를 백악관 국빈만찬에 초대한 자리. 윤은 동아시아 방식으로 향수에 젖은 발라드 공연을 해 환심을 샀다. 그는 음악 연주 중 바이든의 권유에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가 아카펠라 방식으로 자신의 애창곡의 하나인 돈 맥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나는 아직도 기억할 수 있네. 아주, 아주 오래전/그 음악이 날 미소 짓게 하곤 했다는 걸." 바이든은 환하게 웃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윤은 유쾌한 정치인이자 미국의 최고 동맹다운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미국식 민주주의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와 세계에서 중국에 대처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지지한다. 이러한 (한미일) 삼국의 단합은 지난 8월 바이든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과 기시다 후미오를 만났을 때 잘 드러났다. 하지만 지난해 1%포인트도 안되는 격차로 당선 된 뒤, 검사 출신으로 어떠한 정치 경험도 없는 윤은 여성 보호 및 노동자의 결사권과 단결권은 물론 무엇보다 언론 자유를 떼어내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난해 윤의 취임 몇 달 뒤부터 시작됐다. 유엔 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떻게 하나"라고 말한 게 마이크 사고로 탄로 났다. 바이든이 약속한 글로벌 보건 프로그램 예산 문제를 말한 것으로 들렸다. (비판자들은 이미 윤의 '말실수'라고 명명했다) MBC가 그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하자 윤의 대변인은 대통령은 "바이든"(날리다는 뜻의 날리면)과 운율이 다른 단어를 사용했으며 미국 의회가 아닌 한국 국회를 겨냥한 말이라고 설명하면서 부인했다. 윤의 측근은 명예훼손 혐의로 MBC와 기자를 상대로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MBC'보복 수사'라고 밝혔다) 두 달 뒤 윤은 아세안과 G-20 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미디어 풀에 MBC가 탑승하는 것을 금지했다.

윤은 이후 언론에 대한 공격을 강화해 왔다. 경찰은 지난 5월 비속어 발언을 보도한 MBC 임현주 기자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임 기자가 조국 장관의 개인 정보를 다른 기자에게 전달한 혐의를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달 초 탐사보도 매체 뉴스타파와 JTBC 방송의 사무실 및 몇몇 기자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이번에도 윤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들었다. 뉴스타파는 2022년 초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이 금융 및 부동산 비리를 은폐했다고 주장하는 말이 담긴 인터뷰를 보도했다. 윤은 이 인터뷰가 가짜 뉴스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녹취 테이프를 조작한 혐의로 뉴스타파를, 이 뉴스를 유포한 혐의로 JTBC를 각각 고소했다.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 단체들은 최근의 압수수색을 '군사 작전'에 비유하며 여당이 '법치'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석열 정부가 언론에 대해 늘 적대적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다. 한국 신문과 TV 채널들은 분명하게 정치적이다. 윤은 자신의 보수 국민의 힘 당에 동조하는 매체들에는 호의를 보여왔다. 한 예로 우익 선전에 치우치는 보도를 하는 TV조선의 방송 허가를 심사했던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기소, 파면하는 것을 감독했다. (한은 혐의를 부인한다) 한상혁을 대신해 임명된 후임자는 '가짜 뉴스'로 간주하는 모든 것을 한국 인터넷에서 삭제할 것을 공언하고 있다.

윤은 사소한 평판 관리에도 관여해 왔다. 지난해 그의 문화부는 윤을 자기 부인이 운전하는 열차로 묘사한 10대에게 상을 준 지역 만화 공모전을 비난했다. (그의 부인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자기 남편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기자를 감옥에 보낼 것이라고 공언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부동산 거래에서 금융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감옥에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대통령실이 위치한 서울 한복판 국방부 관내에 '어린이 정원'을 개원하면서 윤 정부가 강아지를 포함해 다양한 부문의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을 묘사한 색칠하기 종이들을 배포했다.

많은 사람에게 윤의 자기도취와 언론 겨냥 열의는 1980년대까지 계속된 세기 중반의 군사독재를 떠올리게 한다. 지역과 전국 검찰은 기자와 출판인, 학생운동가, 노조 조직자 및 평범한 사람들을 광범위한 반공 수사망의 일환으로 추적했다. 이들 중 많은 검사가 경찰의 체포와 고문을 조장했고, 그 전모는 여전히 분류, 기록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검사들은 수사권을 동원, 진보(liberal) 성향 정치인에 대해 체포를 겁주고 위협해 왔다. 지난해 윤에 맞서 출마했던 이재명도 포함된다. 이는 대선 직후부터 뇌물수수 및 부패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그는 새 정부를 '검찰 독재'로 부르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24일간 단식 투쟁을 벌였다. 한국 국회는 최근 이재명의 국회의원 면책권을 부결하고 체포에 동의하는 표결을 했다. (이후 판사는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윤의 검사들은 진보적인 노동조합 지도자들도 쫓고 있다. 올해 초 수십 개의 노조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했다. 노조 간부들이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 건설업체들이 노조원들을 고용토록 강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이 대통령이 됐을 때, 1970년대와 1980년대 민중 또는 국민 민주주의 운동에 참여했던 많은 한국인은 검사를 선출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윤은 검사 경력 초기에 대구에서 중요한 부패 사건을 맡았고, 이후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됐다. 리버럴 성향 대통령이던 문재인은 2019년 그를 검찰총장에 임명했다. 윤은 곧 국민의힘에 유리한 사건들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문의 정적으로 자리매김하면서 2022년 대선에서 기회를 잡았다. (한국 대통령은 5년 단임제다) 선거운동 기간, 윤은 여성에 대한 반감에 편승해 집값 상승과 계층 이동성 약화로 인한 국가적 좌절을 페미니즘 탓으로 돌렸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하겠다는 문의 할당제를 없앴다. 고용인적자원부는 노동조합에 대한 윤의 공격에 더해 조만간 수십 개의 외국인 노동자 지원 센터를 폐쇄한다. 외국인 노동자는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한국에서 늘어나는 노동력의 필요한 부분이다.

바이든은 윤의 독재적 경향에 대한 어떠한 우려도 공개 표명한 적이 없다. 퀸시 연구소의 제이크 워너는 "너무도 많은 외교정책 기관들이 윤의 당선을 반겼다"고 내게 말했다. 중국과의 전부 아니면 전무 식 경쟁 전략은 역내 다른 비자유주의 정부들의 성장을 감내하는 것을 의미해 왔다. 워너는 백악관이 "미국의 외교정책이 취하는 방향을 환영하는 것은 권위주의자들"이라는 사실을 직면하지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는 힌두 민족주의 폭력을 방조했고, 카슈미르의 자치 지위를 박탈했으며, 언론을 검열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환대를 받아왔다.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은 최근 바이든의 하노이 방문 기간 언론과 시민사회 탄압을 비난한 데 개의치 않았다. 하노이 경찰은 며칠 뒤 환경 운동가를 체포했다. 윤도 마찬가지로 한국을 억압적인 방향으로, 독재의 나쁜 과거로 몰아가고 있지만, 자기의 미국 파트너로부터 어떠한 항의도 받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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