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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앞에서 협력 다짐한 한-일 '캠프 데이비드 맹세'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8. 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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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정상은 18일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회의를 갖고 공동성명과 지침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으로, 지침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으로 각각 이름 붙였다. 3국 간 협의하겠다는 약속을 거듭 확인하는 '협의 공약'도 채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 야외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 끝무렵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뒤에서 서로 악수를 하고 있다. 2023.8.18. 로이터 연합뉴스

3국 정상은 모두 합의 문건과 공동기자회견에서 '역사적'이라는 형용사를 많이 사용하며 3국 관계에 새 장(章)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고, 메시지를 동조화하며, 대응조치를 조율키로 했다는 게 회의 결과의 요체이다. 그러나 과연 역사를 만들어낼지, 만든다면 어떤 역사를 만들지는 미지수다.

군사협력 앞세운 미·일

3국 정상이 채택한 문건의 내용은 공동기자회견 모두 발언을 통해 그 윤곽이 소개됐다. 다만 각국 정상이 강조한 우선순위는 다소 달랐다. 미·일 정상은 군사협력을 앞세웠다. 회의를 설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3자 국방협력의 강화를 가장 먼저 강조했다. 바이든은 모두 발언에서 구체적인 위협의 실체로 북한을 지목했다. 중국은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사이버 활동 등에 대한 정보 공유를 늘리고, 증강된 탄도미사일 방어 협력을 다짐했다"는 게 3자 국방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이다. 또 역내 한 국가에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핫라인을 구축기로 했다.

바이든은 두 번째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경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기경보체계의 가동을 포함한 3자 간 경제안보 협력을 강조했다. 공급망 조기경보체제는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경험한 특정 제품과 자제, 핵심 광물, 배터리 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마지막으로 태평양 도서국에 대한 개발금융지원을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악수를 하고 있다. 2023.8.18. AP 연합뉴스

바이든은 "(취임)매우 초기부터 3국을 한 자리에 모으겠다는 개인적인 의지는 진심이었다"면서 "우리의 단합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우리의 결의에는 누구도 필적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나 내년까지만이 아니라 영원히 그렇게(합의를 이행하겠다는게)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의도"라고 말해 한미일 협의를 영속화, 제도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역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을 강화해 한미일 3국의 안전보장 협력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대목을 앞세웠다. 이어 2024년에 한미일 3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참여하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인 문제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한 대화 및 개발협력을 강조했다. 그 역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강조했다.

기시다는 세 번째로 한미일 간 협력의 틀을 정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3국 정상회의와 외교장관·국방장관·국가안보실 간 회의를 연간 최소 1회 개최하는 한편, 재무, 상무 장관 간 회의도 개최키로 했다고 소개했다.

자유·인권·법치 앞세운 한국

윤석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는 이제 3국이 자유, 인권, 법치의 공동가치를 바탕으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증진하고 역내 안보와 번영을 위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천명한 역사적 장소로 기억될 것"이라며 '가치'를 앞세웠다. 올해 삼일절 및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강조한 가치의 3종 세트다.

이어 3국 간 각급 단계 연례회의 계획을 소개하며 협력의 제도화를 강조한 뒤 △유사시 신속하게 협의하고 대응하는 소통 채널의 수립 △3국 간 역내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관보급 '인도·태평양 대화'와 개발 공조 협의체 창설 △글로벌 보건, 여성 문제 △'한미일 청소년 정상회의' 등을 열거했다. 군사협력은 그다음에 배치했다.

대통령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3국 방어 군사훈련과 북한의 사이버 활동 대응 실무그룹 신설을 강조했다. 이어 △아세안과 태도국(태평양 도서국) 해양 안보 역량 강화 지원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기 위한 공조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인공지능(AI)·양자·바이오·차세대 정보통신·우주 협력 △과학기술 분야 국책 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개발과 인적교류 확대 등 합의 사항을 전했다.

대통령은 "다음에는 한국에서 우리 세 정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말로 모두발언을 닫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8일 미국 매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치고 함께 걸어가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있다. 2023.8.18. AFP 연합뉴스

"처음부터 일본의 리더십이 너무 중요"

이어진 기자회견 질의·응답에서는 캠프 데이비드 회의의 동기이자 목적인 한·일 관계가 집중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한·일 화해 움직임과 관련해 "1965년 한·일 협정 및 이후 정부 조치와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에 따른 피해 보상을 확인한) 2012년 대법원 판결과의 간극을 조정할 공탁방안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내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안보와 경제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의 공감대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사흘 전 패전 기념일(광복절)에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기시다는 '일본이 여전히 관계 개선에 소극적이지 않으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님의 우정과 신뢰 관계 하에서 한·일이 힘을 합쳐 새 시대를 열어나가고자 생각하고 있다"고 얼버무렸다.

기자회견의 하이라이트는 바이든의 뜬금없어 보이는 기시다 상찬이었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 한미일 관계 강화가 주는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댓바람에 "처음부터 일본의 리더십이 너무나 중요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시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을 넘어설 수 있는 글로벌 상황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준 게 한미일 관계 강화의 출발점이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상관없는 중국의 대만 침공설을 내세워 동아시아에 군사적 긴장을 악화시키고, 이를 토대로 한미일의 삼각공조가 가능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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