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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체 견학, 대규모 관광단으로 전락한 2023새만금 잼버리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8. 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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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결국 파행의 길을 걷게 됐다. 국가별로 일부는 새만금 야영장에 남고, 일부는 떠난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진행된다. 이미 다른 장소로 이동했거나, 이동을 계획하는 대표단에는 별도의 지원을 제공키로 했다. 이로써 새만금 잼버리는 세계 스카우트 역사상 유례가 없는 '자율 대회'가 됐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을 가장 먼저 떠난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이 5일 새 숙소로 정한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로 이동하고 있다. 2023.8.5. 연합뉴스

주최 측의 역할은 야영장 영내와 영외의 관광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그치게 됐다. 프로그램도 스카우트 고유의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과 상관이 없는 산업체 견학 및 관광 프로그램으로 대체됐다. 야외활동을 비롯한 본부 야영장 행사가 불볕더위로 대부분 취소된 상태에서 임시방편적인 활동으로 12일 폐막일까지 대회기간을 채우게 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5일 "(이날 오전)각국 대표단이 회의를 열고 대회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라면서 대회 강행 방침을 밝혔다. 한 총리는 잼버리 현장 프레스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폭염을 고려해 새만금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권장하고 있다"면서 "그런 분들에게는 교통을 포함해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폭염과 습기, 벌레로 삼중고를 겪는 새만금 야영장에서 자되, 가급적 영외 활동을 하라는 말이다. 

정부의 방침은 4600명의 최대 대표단을 보낸 영국 스카우트들이 이날 새만금을 떠나 서울로 이동하고, 미국과 싱가포르 스카우트도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기로 한 상황에서 내려진 것이다. 새만금 야영장에서 계획했던 야외활동을 포기하고 국가별로 장소를 선택하는 것은 사실상 대회 자체가 실패한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를 중단으로 표현하지 않는 계속된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복합적인 결정을 내렸다. 국가 차원의 '거대한 실패'를 어떻게든 봉합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5일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 프레스룸에서 정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뒤에는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김현숙 장관. 2023.8.5. 연합뉴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듯이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정부가 한국의 산업과 문화를 잘 알 수 있는 영외문화 체험 행사를 긴급 추가해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볼 수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긴급 추가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면서 '관광 프로그램'을 '영외 문화 체험 행사'로 대체한 것이다.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가 산업체 견학과 관광으로 꾸며지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다. 청소년의 모험심과 자연환경에서의 긴급 대처 능력을 배양하는 스카우트 정신과 무관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정은 '스카우트 운동 세계기구(WOSM)'가 이날 오전 6시(한국시각) 주최 측에 행사를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 끝내고 대안을 모색할 것을 요청한 것에 대해 부분적으로 답한 것이다. WOSM은 성명에서 참가자들이 다른 장소에서 다른 프로그램을 소화할 것과 이에 따르는 추가경비 및 운송수단, 인력 등의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아메드 알엔다위 WOSM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새만금 잼버리의 의미와 관련해 "우리는 젊은이들이 서로 연결하고, 서로에게 배우며, 활동적인 세계시민으로서 우리 행성이 직면한 가장 긴박한 문제에 도전할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잼버리는 젊은이들이 전환학습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우리의 세계적인 운동의 다양성과 단합성을 축하할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체 견학과 관광 프로그램이 과연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글로벌 현안 해결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묘연할 뿐이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니 종교단체가 나섰다. 대한불교 조계종이 새만금 잼버리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 170여 사찰 시설을 야영이나 숙박용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사진은 사찰 체험을 하는 잼버리 참가 청소년들. 2023.8.5. 연합뉴스

세계 스카우트 운동의 발상지인 영국 스카우트 대원과 성인 자원봉사자 4600명은 이날 버스 편으로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서울로 이동했다. 미국 대표단 1500여 명은 이날까지 프로그램을 소화한 뒤 6일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로 이동해 11일 귀국할 때까지 머물 계획이다. 미국 대표단은 부모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계속되는 극한 날씨와 잼버리 야영장의 상황 탓에 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서 미리 떠나는 어려운 결정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대표단 67명이 야영장을 떠나기로 확정됐다고 조직위가 밝혔다.

반면에 아시아태평양과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새만금 야영장 잔류를 선언했다. 조직위는 이날 0시 현재 대회 참가인원이 153개국 4만 2493명이라고 밝혔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 대표단을 제외하면 3만 6000여명이 남지만, 정부의 자율 방침에 따라 추가로 출영하는 대표단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야영장 내에 쓰레기와 재활용품이 가득차 있다. 2023.8.4. 연합뉴스

정부는 4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잼버리 대회 지원을 위해 69억 원의 예비비 집행을 의결했다. 그러나 각국 대표단의 이동 교통수단 제공 및 영외 활동프로그램 긴급 편성, 지원에 추가적인 예산 지출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아직 추가 예산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틀 동안 새만금 현장을 점검했다는 한 총리는 샤워 시설을 비롯한 편의 시설 불편 문제에 대해선 "상당 부분 개선됐다"면서 정부는 시설 청결 유지를 위해 700명 이상의 서비스 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소 잃고 이제야 외양간을 고치는 작업이 시작됐다는 말이다.

영국 가디언 신문은 5일 "미국과 영국 대표단의 철수는 지난 며칠 동안 잼버리 대회에서 발생한 부정적인 인상을 제한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하는 등 전면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한국 당국에 타격이 됐다"고 짚었다.  신문은 특히 2030 부산 엑스포 개최국 결정이 11월로 임박한 것을 지적하면서 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에 이어 2030 월드 엑스포를 유치한 세계 7번째 국가가 되는 것을 국가적인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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