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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Again 새만금' 'Again 도쿄'가 안 되려면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8. 5.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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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70개 국가에서 전라북도 새만금으로.'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부실한 준비와 엉성한 조직 탓에 세계의 지탄을 받는 가운데 대회를 유치한 전라북도 누리집에 게시된 문구다. 그런데 전라북도는 왜 나무 한 그루 없고, 배수 시설조차 갖추지 않은 새만금 간척지에서 행사를 개최했을까. 세계 4만여 명의 청소년들은 왜 불볕더위 속에 속속 쓰러지고 있는가.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 내 잼버리 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살피고 있다. 2023.8.3. 연합뉴스

행사 자체의 의미는 뒷전이고 경제적 기대효과만 강조한 전라북도 누리집에 그 답이 있다. 어른들의 탐욕이 부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전라북도가 세계 잼버리 대회의 기대효과로 꼽은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 △새만금 및 전북 브랜드 가치 상승 △인프라 확충으로 전북 균형발전 △글로벌 청소년 리더십 센터 건립 등 4가지였다.

어디에도 주인공인 아이들 중심의 시각은 없었다. 전 세계 4만여 명의 청소년들을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1지구(9.9㎢, 약 300만 평)에 몰아넣은 이유다. 전라북도는 물론 우리 청소년들이 각국 청소년들과 어울려 글로벌 체험학습을 갖게 된 의미는 보이지 않는다.

못난 어른들의 영업 마인드는 전라북도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은 지난 2일 '새만금 이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 "새만금의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새만금을 '첨단산업 특화단지'와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규제를 혁파하고, 세제와 예산지원을 통해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저녁 새만금 잼버리 개영식에 참석하기 전에 가진 일정이다. 

경제효과는 글로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뒤 기대할 수 있는 '부수적 효과'에 불과하다. 잿밥에만 관심을 둔 어른들이 참가자, 특히 청소년들의 안전을 깊이 고려했을 리가 없을 터, 이번 사태가 후진국형 인재(人災)가 된 까닭이다.

2024 강원 동계 YOG 개막 D-168

새만금 잼버리 사태는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준비 탓에 우려를 사고 있는 2024 강원 동계 청소년올림픽(YOG)을 앞당겨 걱정케 한다. 불과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내외적인 홍보와 준비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YOG는 성인 올림픽 및 장애인 올림픽과 함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공인하는 3대 올림픽이다. 비유럽권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 YOG이지만, 국내에서조차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15~18세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새만금 잼버리(14~18세)와 비슷한 글로벌 청소년 이벤트이다. 남녀 합해 1900명의 각국 청소년들이 참가한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기 조직위 출범식에서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조직위원장에 선임된 진종오(왼쪽)·이상화씨가 대회 마스코트 '뭉초'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2.21 연합뉴스

YOG는 성인 올림픽과 달리 경쟁과 배움, 경험의 공유에 방점을 둔 축제 마당이다. ‘더 높이, 더 빨리, 더 강하게’ 실력을 겨루되, 경쟁이 테마가 아니다.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과 함께하는, 청소년에 의한(For, With, and By Youth)' 축제를 기본 정신으로 한다. 대회장 안뿐 아니라 대회장 밖에서 아이들의 참여와 교육, 문화 활동이 성공 여부를 가늠한다. 유럽 국가들이 YOG를 아예 '축제(Festival)'라고 부르는 이유다. 국내의 준비 상황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지난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경협·임오경 의원이 연 토론회에서는 우려가 쏟아졌었다. 동계 스포츠인들은 "올림픽이라는 큰 잔치를 유치해놓고 과연 대회를 치를 마음은 있는지, 대회 자체를 치를 수는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라면서 우려를 쏟아냈다. 대회 유치 2년이 넘도록 국민적 무관심을 야기한 홍보의 부족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도지사가 교체된 것은 또 다른 악재가 됐다.

'눈이 없는 나라'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54개국의 청소년들에게 대회 참가 기회를 주기 위해 추진해왔던 지원사업이 무산됐다. 신임 김진태 지사가 이를 위한 아프리카·난민 선수단 전지훈련 지원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남·북 강원도가 공동 개최하는 청소년 '평화올림픽'을 기획했지만, 무산된 지 오래다.

강원특별자치도 누리집은 4일 동계 YOG가 168일 남았다고 게시하고 있다. 그러나 무슨 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이대로는 2023년 여름 새만금 잼버리의 참사가 5개월 뒤 강원 동계 YOG에서 어떤 형태로든 재연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청소년들이 지난 1일 수돗가에서 물을 적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새만금이 상기시킨 '도쿄 올림픽 인재'

새만금 잼버리 사태는 불볕더위 피해라는 점에서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연상시킨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1년 늦게 열린 도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기보다 불볕더위와 먼저 싸워야 했다. 대회 공식 명칭은 '2020 도쿄 올림픽'이었다. 아베 신조 내각이 후쿠시마 원전 피해를 야기한 동일본 대지진 뒤 국가적 부흥을 강조해 '부흥 올림픽'으로도 불렸다.

문제는 조직위원회가 대회 연기에 따른 수입 손실을 메우기 위해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7월 23일부터 8월 8일까지를 대회기간으로 정한 게 화근이었다. 최대 수입원인 TV중계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프로야구와 미식축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좌판'을 깔아야 했기 때문이다. 1964 도쿄 올림픽(10월 10~24일)과 1988 서울 올림픽(9월 17~10월 2일) 대회기간과 비교해도 무리한 결정이었다.

 

도쿄 오다이바 해양고원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철인3종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무더위에 지쳐 쓰러지거나, 구토하고 있다. 2021.7.26. AFP연합뉴스

한여름에 대회가 진행되면서 온열 피해가 잇달았다.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벌어진 트라이애슬론 (철인3종경기)을 마친 선수들이 경기 뒤 쓰러지고 일부 구토하는 장면은 세계를 경악게 했다. 스페인의 여자 테니스 선수는 열사병에 걸려 8강전을 기권하고 휠체어에 실려 코트를 떠났다. 러시아 남자 테니스 선수는 "내가 죽으면 책임질 것인가"라고 항의하며 경기 중 두 차례 메디컬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무더위 피해가 잇따르면서 일본의 국가이미지는 실추했다.

도쿄 올림픽은 이후에도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올림픽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조직위 관계자가 스폰서 선정에 관여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1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2030 삿포로 동계올림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가하게 일본 걱정을 할 때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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