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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영국-미국 학부모들은 왜 분노했나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8. 5.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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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의 모토는 준비하라(Be Prepared)'이다. 그런데 조직위는 어떻게 그렇게 준비가 안 돼 있을 수가 있는가. (대회 참가한) 아들의 꿈이 악몽으로 바뀌었다. 실망스럽다." (아들을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보낸 미국 버지니아주 주민 크리스틴 세이어스, 로이터 통신)

"행사장이 끔직하다(dreadful)고 한다. 여행비만 5000파운드(831만 원)가 더 들었지만, 딸아이 말로는 행사가 엉망으로 조직됐고 솔직히 아주 참담하다(miserable)고 한다. 딸아이는 2시간 넘게 줄을 섰다가 결국 개영식이 열리는 스타디움에 입장하지 못했다. 첫날 밤에는 망가진 텐트를 배정받았다." (영국인 부모, 가디언)

전라북도 새만금 간척지에서 열린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석한 아이가 불볕더위로 인한 온열증상으로 들것에 실려 진료소로 옮겨지고 있다. 2023.8.4. 로이터 연합뉴스

참담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세월호 보유국'이자 '이태원 보유국'인 대한민국이 폭염 속에 나무 한 그루 없는 새만금 간척지에 전세계 4만 3000여명의 청소년들을 몰아넣었다. 각국 언론은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장에서 발생한 14~18세 참가자들의 폭염 피해를 집중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3일 35℃ (화씨 95도)에 달하는 역대급 폭염 속에서 대회 참가자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있다고 타전했다. 참가 학생들은 14~18세의 청소년들로 전체 4만 3000명의 참가자 가운데 최소 600여 명이 온열 질환으로 가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전라북도 소방 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부분은 두통이나 현기증, 구토 등 가벼운 증상을 보였지만 모두 캠프장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처음 열린 청소년들의 글로벌 행사였다. 통신은 올해 들어 한국에서 불볕더위로 인한 사망자가 16명에 달한다면서, 행사는 3일 기온이 섭씨 35도에 달한 새만금 간척지에서 진행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국의 '수석 스카우트'로 잼버리 개영을 선언한 모험가 베어 그릴스가 모든 참가자에게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것을 당부했음을 환기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덥다. 모두가 서로를 돌보아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미국 버지니아주 주민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자신의 아들이 첫날 텐트가 준비되지 않아 땅바닥에서 자야 했다면서, 다른 스카우트 대원은 더위 탓에 가료를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나흘째인 4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경찰버스에 오르고 있다. 2023.8.4. 연합뉴스

중동권의 알자지라 방송은 행사 첫날에만 대략 400명의 참가자가 더위로 인해 탈진했다는 조직위 관계자의 말을 전하면서 캠프장에 설치된 간이 진료소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더위를 피할 나무 한 그루 없는 넓은 지역에서 잼버리 행사를 개최하는 데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수천 명의 영국 아이들이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혼란에 사로잡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새만금 캠프장의 현실을 고발했다. 신문은 행사에 참여한 10대 딸과 통화했다는 한 부모의 말을 인용해 "행사장이 끔직하다(dreadful)고 한다"며 통분했다. 또 다른 영국인 부모는 영국 스카우트협회로부터 현지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해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 부모는 "우리 애는 만 하루 뒤에나 행사장에 도착했는데 구급차가 몰려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면서 "여전히 기온이 높은 밤에 텐트를 쳐야 했다. 아이와 문자 메시지만 할 수 있었고, 아이들 말로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설치된 곳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대회 전부터 우려가 쏟아졌었다. 영국인 마크 파리스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계정에 빗물에 잠긴 새만금 야영장 사진과 동영상을 올려 "걱정하는 부모의 한 사람으로 묻는다 '플랜B(대안)'는 무엇인가. 행사장에 이미 도착한 참가자들은 벌써 떠나기를 원하는데 24시간 내 4만 3000명이 몰려온다"고 적었다. 엘리자베스 미즈는 1일 역시 아들이 보내온 물에 잠긴 야영장 사진을 올리며 "일사병과 홍수, 모기, 더운 밤의 불청객이 뒤섞였다"는 아들의 소감을 전했다.

마크 파리스 트위터 계정
엘리자베스 미즈 트위터 계정

새만금 현장에 파견된 영국 스카우트협회 홍보담당 사이먼 카터는 텔레그래프에 다소 다른 말을 내놓았다. 텔레그래프에 안전 문제는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이곳이 위험하다고 생각했으면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덥지만 영국에서 여름 캠핑을 하는 것과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게 문화적 경험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영국 외교부 대변인은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 영사관 직원들이 현장에 배치돼 지원하고 있고 영국 스카우트와 한국 당국자들과 정기적으로 교신하며 영국인 참가자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는 오는 12일까지 계속된다. 아이들이 좋은 추억은 쌓지 못하더라도 무탈하게 돌아갔으면 한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참가자들이 3일 불볕더위 속에서 간신히 그늘막을 찾아 쉬고 있다. NHK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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