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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관계 다지며 미국에 맞서는 '시진핑 3기' 세계전략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3. 17.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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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군사로 간다면, 중국은 경제로 간다. 적어도 당분간 유지될 미·중 갈등의 구도다. 갈등이 '비등점'에 도달하기 전까지 최대한 경제발전 노선을 고수하려는 게 중국의 전략이다. 미국이 '대만 문제 개입'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으면 무력 대응이 불가피하겠지만 중국 공산당은 더 장기적인 일정을 갖고 있다.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국교 정상화 협의 최종회의에 참석한 사우디 대표단(왼쪽)과 이란 대표단, 그리고 이 회의를 주재한 왕이 정치국원을 비롯한 중국 관계자들(중앙) 모습.  3자회담의 테이블 배치가 북핵 6자회담을 연상시킨다.  2023.03.11. 신화 연합뉴스

중공당은 2021년 하나의 백년을 매듭짓고, 2049년 또다른 백년의 완성을 향해 행군하고 있다. 창당 첫 백년이 아편전쟁으로 중국이 서구열강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던 치욕의 역사를 극복하는 기간이었다면, 신중국 건국 100돌인 또다른 백년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완성하는 기간이다. 지난해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출범한 '시진핑 3기'는 그 중간정거장일 뿐이다. 

'백년의 마라톤' 멈추지 않은 중국

미국 대통령은 연임을 해도 8년이다. 개혁·개방 이후 역대 중공당 지도자들은 10년 임기에 그쳤지만, 시 주석은 10년에 더해 5년을 확보했다. 조 바이든의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적, 경제적 중국 압박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80 고개를 넘긴 그는 재선 출마조차 불투명하다. 중공당이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생각을 할 만한 여건이다. 중국은 '백년의 마라톤'의 노정(路程)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시진핑은 집권 1기 때는 종합 국력의 상승과 함께 신형대국관계(G2) 건설을 주요 외교 방향으로 제시했다. 중국이 국제관계의 중요 행위자로 미국과 세계 질서를 논의하려는 차원이었다. 미국이 주요 2개국(G2) 담론을 거들떠보지도 않자 2017년의 2기 출범 때는 신형국제관계로 방향을 수정했다. 상호존중·공평정의·협력공영을 국가 간 관계의 토대로 대치가 아닌 협력을, 동맹이 아닌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전략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겸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4차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시 주석은 "당이 '100년 분투'를 통해 민족의 치욕을 씻었다"면서 "양안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추진하되 외세의 간섭과 대만 독립 및 분열 활동에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3.13  EPA 연합뉴스

 

제20차 당대회를 원점으로 출발한 시진핑 3기는 '중국 특색의 신형국제관계'를 대외전략으로 삼고 있다. 1기와 2기의 전략을 묶는 성격이다.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등 3대 권역 국가들과 협력공영(合作共營)의 관계를 맺고, 이를 토대로 미국과 책임 대국의 G2 관계로 간다는 복안이다. 일종의 우회전략이다. 대국 관계를 중시하되, 주변국 관계를 먼저 강화한 뒤 이를 통해 대국 관계의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주변국 관계를 통해 대국 관계를 푸는 것은 코로나19의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 공산당의 달라진 인식을 반영한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우한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중국과 세계 관계에 중대한 이정표가 됐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못지않은 반중 감정이 표출됐다. 시 주석이 "전례 없는 외부의 역경과 장기적인 도전에 맞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건 이즈음이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에 또 다른 도전이 됐다. 중국은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되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반대와 종전을 촉구하는 중립 노선의 두줄타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의 미국이 기왕에 옥죄었던 대중국 견제를 확대함에 따라 대만해협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대만포위 군사훈련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2027년 대만전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미국 싱크탱크들에 의한 '대만전쟁' 가상 시나리오가 공표돼왔다. 그럼에도 백년의 마라톤에 집중하려는 중국은 가까운 시일 내 미국과 일전을 원하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왕궁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안내를 받으며 걷고 있다. 2022.12.8. 연합뉴스

중국 우크라이나 전쟁서 미·러 사이 중립

'중국 특색 신형국제관계'가 강조하는 주변국 관계의 3대 핵심지역은 중앙아시아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을 포함한 동아시아, 중동이다. 시 주석이 제20차 당대회를 전후해 보인 동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자원 부국 또는 일대일로의 거점 국가들을 방문했다. 시 주석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첫 방문국으로 지난해 9월 선택한 나라는 카자흐스탄이었다. 현지 신문 기고를 통해 양국이 "1000년 역사의 친구"라고 강조했다. 카자흐 수도 누르술탄은 그가 2013년 일대일로(BRI)를 처음 발표한 장소였다. 방문하는 곳마다 중국의 메시지는 같다. 그는 "외세가 중앙아시아 일에 간섭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협력과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두 달 뒤 캄보디아 프놈펜과 인도네시아 발리를 잇달아 찾았다. 프놈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및 발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서였다. 발리에서는 바이든과 첫 미·중 정상회담을 갖고 최고위급에서부터 각급 단계의 대화와 소통에 합의했다.

정상외교의 다음 무대는 중동이었다. 12월 리야드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중국에 지역 안보상 더 큰 의미를 갖는 중동국가는 이란이다. 올해 2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을 베이징에 초청해 우의를 다짐했다. 중국은 2021년 이란과 '25년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정치적, 전략적, 경제적 관계를 강화해왔다. 이란은 오는 4월 13일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공식 회원국이 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월 베이징을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오른쪽)과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 2023.2.14 EPA 연합뉴스

사우디와 이란을 상대로 한 시 주석의 정상외교가 결실을 본 것이 바로 지난 10일의 베이징 공동성명이었다. 이란과 사우디는 7년 만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미국이 대만 전쟁에 대비해 일본 난세이제도와 필리핀 루손섬에 군사기지를 확보하고 합동훈련을 하는 '군사적 포석'을 놓는다면, 중국은 '외교적 포석'을 놓는 모양새다.

시진핑 동선과 일치하는 중국외교 우선순위

중국의 움직임을 표면적으로 보면 두 가지 착시가 생길 수 있다. 미국이 동맹국과 함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반면에 중국은 협력공영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평화세력'이라는 착시다. 우리 한민족이 수천 년 겪어보았듯이 중국은 결코 '착한 강대국'이 아니다. 당분간 미국과 정면충돌을 피하는 게 이해에 맞기 때문에 우회전략을 택한 것이다. 미·중은 각각 자신들의 강점을 활용해 미국은 군사적 접근을, 중국은 경제적 접근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개개의 현상을 보고 미국 주도 패권질서가 흔들린다는 생각은 또 다른 착시다. 절반의 진실이기도 하다. 패권은 얻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잃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미국은 경제력에서 영국을 추월하고도 70년 뒤에나 브리티시 헤게모니를 아메리칸 헤게모니로 대체할 수 있었다. 중국은 아직 길 위에서 뛰고 있고, 그렇기에 가까운 미래 미국과의 일전(一戰)을 한사코 피하려는 것이다. 이란과 국교 재개에 합의한 사우디는 미·중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9월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러·중은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직전 '한계가 없는 협력'을 다짐했다.  2022.9.16 EPA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원유거래에 달러화를 쓰는 '페트로 달러'를 부인하고 중국과의 원유거래에 위안화를 쓰겠다는 결정은 달러패권과 관련해 주목할 사안이다. 하지만 "사우디는 국방과 안보 문제에 관한 한 영어로 말한다." (트리타 파르시 퀸시연구원 부회장) MBS가 리야드를 찾은 시 주석을 아무리 요란하게 환대하고, 중국 및 이란과 보란 듯이 손을 잡았다고 해도 미국과의 안보 관계는 끊을 계제가 아니다. 두 개의 세계관, 두 개의 굵직한 흐름이 교차하는 미·중 갈등 시기다. 흐름을 정확히 읽지 않으면 허방에 빠지기 십상이다.

중국 탈출인가, 중국 열풍인가

군사주의의 완력을 과시하는 미국조차 단선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다. 바이든이 중국을 압박하면서 세계가 중국과 거리를 두는 듯하지만, 지난해 미·중 무역규모는 7594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역시 4041억 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 탈출(China Run)인가, 중국 열풍(China Rush)인가" 라는 질문(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미국도 위험분산을 하거늘, 윤석열 정부가 한쪽에 몰빵하는 것은 파멸적이다. 강대국은 상대를 어르고 달랠 수단을 갖고 있다. 중국의 완력은 미국의 완력과 성격이 다르다. 잔랑(戰狼·늑대 전사)외교가 보여준 제국의 오만과 공격적 중화민족주의는 주변국에 심각한 위협이다. 영유권과 영공 침범은 물론 사드 배치 과정에서 드러난 노골적인 경제보복도 수반된다. 중국이 주는 위협과 기회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 글로벌안보구상(GSI) 개념 및 원칙 (2023.2.21 중국 외교부 발표)

1. 공동의 포괄적, 협력적, 지속가능한 안보 
2. 모든 나라의 주권·영토통합 존중
3. 유엔 헌장의 목적 및 원칙 준수
4. 모든 나라의 정당한 안보 우려, 신중하게 고려
5. 국가 간 이견·분쟁,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해결
6. 전통적·비전통적 영역에서 안보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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