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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국방부 '베트남 민간인 학살' 끝내 항소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3. 1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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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외면하려는 한국 정부의 꼼수가 결국 베트남 정부의 공식 반발에 직면했다.

베트남 외교부는 9일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항소와 관련한 질문에 “문제의 객관적 진실이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베트남은 과거를 닫고 미래를 향하자는 방침이지만 그것이 진실을 부정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팜투항 외교부 부대변인은 "사법부의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항소는 매우 유감"이라면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정신에 기반해 한국이 역사의 진실을 엄숙하게 인식하고 존중하기를 제의한다"고 덧붙였다. 한베 평화재단이 10일 전한 브리핑 내용이다.

팜투항 베트남 외교부 부대변인이 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의 민간인 학살 배상사건 항소 결정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3.9 [국영방송 VTC1 화면 캡처] 한베평화재단 제공

베트남 정부가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를 외교적 현안으로 인정,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 문제를 더 이상 민간의 영역에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간 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의로 해석된다. 한국 정부의 항소 당일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미 이러한 방침에 대한 검토가 끝났음을 방증한다.

특히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의 정신을 언급한 것은 무거운 의미를 갖는다.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30주년이었던 지난해 12월 6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기존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응우옌 쑤언 푹 주석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지역 안보에서 전략적 협력 및 무역, 투자, 호혜적인 공급망 구축을 다짐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을 다짐했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이날 민간인 학살에 따른 피해를 '피고 대한민국'이 배상하라는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 서울중앙지법 민사 68단독 재판부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국방부는 "1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어 항소를 제기했다"라면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항소심 판결이 내려지도록 관련기관과 지속적 협의를 통해 재판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미학살 55주기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영혼에 참배하고 있는 한베평화재단 대표단. 현지 언론에 보도된 장면이다. 한베평화재단 자료사진

베트남 정부의 단호한 입장은 현지 여론의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한베 평화재단에 따르면 베트남 일간 뚜오이째는 한국 정부의 항소 소식을 전하며 "베트남은 한국이 객관적인 역사적 진실을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국영방송 VTC1 역시 이날 저녁 뉴스 헤드라인으로 외교부 발표를 전하면서 한국의 역사적 진실 존중을 촉구했다.

베트남 외교부의 공식 요구와 현지 여론의 뜨거운 관심으로 보아 한국 정부가 민간인 학살의 과거사를 부인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국방부가 항소 이유로 적시한 '실체적 진실'은 이미 밝혀진 상태다.

재판부(박진수 부장판사)는 지난 2월 7일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63)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학살의 실체적 진실을 인정하고 정부가 응우옌에게 3000만 100원의 배상금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시효가 완성됐다는 정부의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판결 당시 베트남 언론은 모두 48건의 보도를 쏟아냈었다. 항소 결정은 더 많은 보도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탄니엔 신문이 7일 한국 법원의 판결 소식을 전하면서 게재한 퐁니 마을 학살사건 기록사진. 1968년 2월 12일 대한민국 해병 제2여단 1중대 소속 군인들이 마을에 난입해 주민 74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탄니엔 신문 인터넷판 캡쳐

응우옌은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민간인 70여 명을 학살하는 과정에 가족을 잃고 자신도 총상을 입었다면서 2020년 4월 소송을 제기했었다. 한국 정부는 한국군이 가해자였음을 입증할 수 없고,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전쟁의 특성상 정당방위였다면서 소 각하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 당시 한국군 병사의 증언도 있었다.

주무부처인 국방부는 법원의 판결에도 '파월장병의 명예'를 운운하며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월 17일 국회 국방위에 출석,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은 전혀 없었다"고 발뺌한 것이 대표적이다.

월남전참전자회와 고엽제전우회, 무공수훈자회도 2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1차 판결에 대해) 대한민국 국격을 훼손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저하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참전자회 등은 "배상 판결이 국제법을 거스르고 사법 혼란을 불렀다"고 주장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요구했다. 하지만 국제법적으로 전쟁범죄는 ICJ가 아닌, 국제형사재판소(ICC) 소관이다. '전쟁범죄'를 다루는 ICC는 형사상 책임을 묻는다. 이 경우 베트남전쟁의 전쟁범죄가 인정되는 세계사적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꽝응아이성 빈선현 빈호아사에 있는 한국군 증오비(BIA CAM THU). 1966년 12월 3일과 5일, 6일 182명의 어린 아이와 7명의 임신부를 포함한 여성 268명, 노인 109명 등 430명이 희생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아래 사진은 '하늘에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라는 제목의 비문으로 한국군의 학살 만행을 세세히 적어놓았다.  한베평화재단 홈페이지

1차 판결로 주요 쟁점은 이미 정리됐기에 윤석열 정부 임기 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미룬다고 미뤄질 수 있는 사인이 아닌 것이다. 정부가 결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지난 2월 23일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베트남전쟁 시기 대한민국 군대에 의한 민간인 피해 사건 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정부는 베트남 외교부의 권고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전쟁의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을 권고하며 이를 통해 두 나라와 두 국민 사이의 훌륭한 우호협력 관계와 우호 증진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

수교 30주년을 맞아 국빈 방한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12.5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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