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의 조화(弔花)
장례식장이나 분향소에 놓는 조화는 언제부터인가 망자와 산 자의 사회적 관계를 확인하는 수단이 됐다. 그래서인지 헝겊 리본에 개인의 이름은 무슨무슨 학교나 기업, 기관명 뒤에 슬그머니 따라붙을 뿐이다. 그제 오후 고문의 대명사로 악명이 높던 서울 용산구의 옛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5층 15호실 앞에 놓인 조화 바구니에는 이름이 없다.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라는 기관명이 있을 뿐이다. 지난달 30일 고문 후유증으로 64세를 일기로 타계한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추모하고, 경찰의 부끄러운 역사를 고백하는 반성의 취지가 담겼다. 김근태 고문의 사망 당일, 소셜네트워크 위키트리에서는 경찰관들 사이에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 사람의 경찰관으로,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상식인’으로 망자가 고문을 받았던..
칼럼/여적
2012. 1. 2. 20: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