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아! 남수단, 저 소녀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Interviewees

by gino's 2018. 7. 31. 11:24

본문


크리스토퍼 트로트 영국 외교부 수단·남수단 특별대표가 지난 26일 서울 정동 영국 대사관저에서 남수단의 참혹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지금 우리가 아프리카, 특히 남수단의 안정과 희망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원조를 위한 원조가 아니다. 미래에 상환받을 투자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어나는 아프리카가 안정되면 세계는 더 안전해지고, 더 부유해지지 않겠나.” 


남수단은 여전히 끝이 안 보이는 재앙의 한가운데 있다. 반세기 넘도록 ‘북쪽 형제’ 수단과의 전쟁을 거쳐 독립을 선포한 게 2011년. 하지만 이후 내부의 종족 분쟁 탓에 독립전쟁보다 더 파괴적인 내전에 휩싸여 왔다. 지금 상황은 어떨까. 지난 26일 방한한 영국 외교부의 수단·남수단 특별대표 크리스토퍼 트로트(52)에게 인터뷰를 청한 까닭이다. 특별대표는 해당지역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인터뷰는 지난 26일 서울 정동 영국 대사관저에서 이뤄졌다.


“아니, 영국은 한국보다 훨씬 더 큰 나라 아닌가. 더구나 수단에 대한 식민통치의 역사적 빚을 지고 있는데 어떻게 지원 병력 규모가 한국과 비슷한가.” 의례적으로 방한 목적을 물은 뒤 댓바람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가 “영국과 한국 모두 300명 안팎의 평화유지군(UNMISS·유엔 남수단임무단)을 파견해 남수단의 평화과정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한 뒤였다. 27년 경력의 직업 외교관답게 트로트 특별대표는 “인구를 보면 영국과 한국은 큰 차이가 안 난다”면서 모범답변을 내놓았다.



남수단 여성들이 지난 7월30일 종레이 주 카트달록 마을 인근에서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비행기로 공중에서 떨어뜨려준 식량을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적지 않은 유엔 분담금을 내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 평화유지군을 파견하지 않다가 (특별히) 남수단에 파견했다”고 했다. 한국군 한빛부대 290여명은 수도 주바에서 활동하고 있다. ‘작은 파문’을 진정시키고, 남수단의 현황을 듣다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기자가 지난해 초 구호단체들의 자료를 제공받아 남수단 문제를 다룰 당시 소개한 ‘숫자’들은 대략 이렇다. 1100만명에서 1200만명에 달하는 인구 가운데 550만명이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 백나일강 양안의 열대우림과 광대한 초원, 비옥한 농토가 펼쳐진 기회의 땅에는 어떠한 천형보다도 잔혹한 인재(人災)가 계속되고 있었다. 독립 이후 내전에서 희생된 인명만 30여만명. 어린이 25만명은 심각한 영양실조 탓에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종족 간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살파 키르 대통령의 딩카족 정부군과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의 누에르족 민병대는 구호식량의 전달을 방해하고 있다. 난민캠프에 수용된 여성의 70%가 군경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 하나하나 확인을 요청하자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답이 되풀이됐다. “남수단 정부는 대략 한 해 30억달러로 추산되는 원유수입을 거두고 있건만, 단 하나의 병원도 건립하지 않았다. 병원들은 100% 국제사회가 건립했다.” 그의 말대로 “부패가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진 이상훈 선임기자


트로트는 “지난해 소말리아를 비롯한 동아프리카 국가들의 기근은 자연재해였다. 하지만 남수단의 재앙은 전적으로 인간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먹을거리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안전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해서 영국 정부는 소녀들의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수단의 12세 소녀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가능성보다 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 그 소녀들이 학교에서 1년 더 수업을 받는다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잠재력이 12%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전쟁 말고 다른 대안이 미래에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엔은 특정지역의 소수종족들을 민간인보호캠프에 수용하고 있지만, 유엔 캠프 울타리 밖에 방치된 주민들이 더 많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 구호단체들의 지원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300만명이 나라를 떠났고, 400만명이 국내 난민으로 전락했다. 그는 분쟁해결의 방법에 대해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 차이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작은 희망의 신호도 있었다.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우간다 등 6~7개 아프리카 국가들이 남수단 평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 북한과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는 조건으로 미국의 제재에서 풀려난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동참한 것은 고무적이다. 남수단 톤즈에서 활동하다가 유명을 달리한 이태석 신부에 대해 묻자 “남수단 사람들이 여전히 이야기를 한다. 큰 존경을 표하고 싶은 분”이라면서 “하지만 톤즈는 가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종족 간 전투의 최일선이 된 위험지역이기 때문”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7302107015&code=100100#csidxbacc23b9afe4f28911a6564727b216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