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반 이스라엘 반 시위 도중 분노한 주민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날 이슬람권 전역이 들끓었다. EPA연합뉴스
비로소 ‘트럼프와의 여정’이 시작됐다. 지난 1월 취임 이후 번번이 미국 민주주의의 제도들에 의해 막혔던 혈로가 12월에 접어들어 잇달아 뚫렸다.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 원칙에 따라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3대축(의회, 행정부, 대법원)이 모두 트럼프 편에 섰다. 지난 2일 연방의회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을 통과시켰고, 이틀 뒤 또다른 축인 연방대법원은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즉각 발효를 승인했다. 행정부는 다시 이틀 뒤,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긴다고 선언했다. 이달 첫 6일 만에 트럼프의 주요 아젠다 3개가 관철된 것이다. 미국은 이제 본격적으로 ‘트럼프의 아젠다’와 함께 살아야 한다. 미국의 망토 안팎에서 살아가야 하는 세계도 마찬가지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의 작업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전형적인 충격요법이 먹혔다. 트럼프는 지난 9월5일 느닷없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정책인 불법체류청년추방유예(DACA) 정책을 공식폐기하겠다고 공표했다.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아메리칸 드림’을 깰 수없다고 아우성을 냈다. 오바마는 “잔인하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익히 예상됐던 워싱턴 주류의 반발이다.
이 지난 6일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선언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행동수칙, ‘상대가 당황할 때 거래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월6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지역은 분노와 좌절로 가득했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고 선언하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깃발과 작고한 야세르 아라파트의 사진을 들고 나온 주민들이 가자시티 광장에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치인이 지지층을 의식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서 새 대통령 취임 초기에 “선거유세 당시의 약속을 잊어버리라”는 주문이 나오는 것은 지지층만 보고 정치를 할 수 없는 현실을 말해준다. 가급적 공약을 지키되 일단 당선됐으면 ‘집토끼’ 뿐 아니라 ‘산토끼’까지 아우르는 통합의 대통령이 돼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상식의 정치이지만, 트럼프의 정치는 아니라는 점이 반이민 행정명령 관철과정에서 거듭 입증됐다. ‘한번 들어온 돈은 절대로 내보내지 않는다’는 신조는 사업가로서 가질만한 신조다. 트럼프는 그 신조를 ‘한번 찍어준 유권자는 절대 놓치지 않는다’로 변용해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제도권 정치·언론·권력이 계속 트럼프에게 지는 이유다. 지난 3월 출범한 트럼프 재선캠페인의 마이클 글래스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은 늘 한가지 뿐”이라면서 “그것은 우리의 자유를 공격하고 위해를 입히려는 사람들로부터 미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미국 연방 상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을 통과시킨 지난 12월4일 유타주 방문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안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월2일 뉴욕에서 열린 2020년 대선 선거자금 모금행사장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나는 세계의 도전들을 열린 눈과 매우 신선한 생각으로 바라보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한 가정과 같은 가정을 하는 것으로, 실패한 전략을 반복하는 것으로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오래된 도전은 새로운 접근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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