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라고 공식 천명한 12월6일 요르단강 서안의 베들레헴 시내에서 한 팔레스타인 여인이 트럼프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벽화그림 앞을 걸어가고 있다. 그림이 있는 벽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과 분리한 장벽이다. EPA연합뉴스
2016년 세계는 반동적 포퓰리즘의 득세를 목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대표상징된 한 해였다. 미국 포린폴리시(FP)가 예년의 ‘생각하는 사람들 (Global Thinkers)’가 아닌, ‘50인의 다시 생각하는 사람들(Global reThinkers)’을 선정한 이유다.
국내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선정됐다는 청와대 발 홍보기사가 이미 알려졌다. 하지만 50명의 면면을 훑어보면 한국 사회가 간과했거나 놓친 흐름들이 감지된다. FP는 50인이 이상한 신세계를 재고(rethink)했을 뿐 아니라, 새로 만들었다(reshape)고 평가했다. 그중 민주주의, 특히 포퓰리즘의 대안을 모색한 인물들이 눈길을 끈다. 물론 FP가 1년 동안 기사의 소재가 된 인물 가운데 선정됐지만 함의는 적지 않다. 20016년이 포퓰리즘의 해였다면, 2017년은 새로운 현실을 준비하는 첫해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의 미국’ 안에서 트럼프와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 두명을 우선 소개한다. 한명은 질풍노도와 같은 트럼프의 거센 물결에 맞서 현실정치를 마음껏 조롱하면서 미국 사회의 다른 면을 유쾌하게 부각시킨 코메디언이자 풍자저널리스트이고, 다른 한명은 트럼프와 같은 배경을 갖고 있되, 정반대의 길을 걷는 백만장자이다.
정치풍자 저널리스트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계기는 지난 4월29일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의 사회를 보면서다. 현직 대통령과 기자들 및 현안을 놓고 풍자와 조롱의 대상으로 삼아 좌중을 웃기는 원맨쇼 역할이다. 현직 대통령은 물론 각료들을 앉혀놓고 들었다 놓았다 하는 정치풍자의 정점이다. 물론 버락 오바마는 임기 8년 동안 매년 참석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불참했다. 그럼에도 미나주의 풍자본능은 막지 못했다. “정치 뉴스가 커피라면, 우리(풍자 저널리스트들)는 우리는 커피를 증류, 코믹한 에스프레소를 만든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미나주다. 그는 트럼프의 부재를 빗대 “‘방안에 없는 코끼리’는 모스크바에 살기 때문에 오지 못했다”고 군불을 땠다. 이어 “트럼프가 골프를 너무 자주 친다고 왜 사람들이 지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골프를 안치면 대통령직을 수행한다. 그가 딴데 정신이 팔려 있는 시간이 많아야 우리는 북한과 전쟁에 돌입하지 않는다”고 말해 좌중을 흔들었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2017년 우리는 거짓말의 황금기를 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거짓말 총사령관’이다. 여러분은 공공의 적 1호다. 저널리스트와 이슬람국가, 정상 길이의 넥타이를 맨 사람은 모두 트럼프의 최대 적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술 안마시는 트럼프가 새벽 3시에도 트위터를 하는 것을 두고 “그시간에 맨정신에 있는게 가능하냐”고 묻더니 곧바로 “물론 가능하다. 모스크바 시간으로는 근무시간인 오전 10시이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미나주는 지난 5월 넥플릭스에서 방영된 홈커밍킹 정치풍자 원맨쇼로 지명도를 더욱 높였다. 결국 웃음이 약이다. 일각에선 감정과잉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FP는 미나주가 현직 미국 대통령이 무시하고 거부하는 미국의 한 단면을 묘사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발견한 사람이라고 선정사유를 밝혔다.
허리케인 마리아가 카리브해를 휩쓸고 지나간 지 1주일만인 지난 9월25일. 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 구단주인 큐밴은 푸에토리코 출신 유일한 선수(포인트가드 J.J.배리어)에게 보내 구호품을 공수했다. 허리케인 2주 뒤에나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에게 페이퍼타월이나 던지면서 정부의 재난대응이 못믿을 정도로 훌륭했다고 허풍을 떤 것과 대비됐다. 푸에토리쿠 주민 340만명이 식수와 전력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던 시점이다. “푸에토리코는 월가와 은행에 진 빚을 갚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 트럼프와 달리 큐밴은 직접적인 기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큐밴은 FP에 보낸 메일에 “(트럼프 취임 이후)정치적 지도력의 영향에 대해 더 강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큐밴의 관계는 친구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친구이자 적(frenemy)’이다. 트럼프가 TV리얼리티쇼 ‘디 어플렌티스(도제)’로 성공했을 때 신기술 개발자들을 뽑는 서바이벌 TV쇼 샤크탱크(Shark Tank) 출연자로 성공했다. 트럼프는 “너는 스타가 아냐. 앞으로도 안될거야”라는 질투성 트위터를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가 지난해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만해도 큐밴은 “트럼프가 시끄러울 순 있지만 마음을 이야기 하는 사람”이라면서 “장기적으론 미국정치에 좋은 일”이라고 지지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된 뒤에는 “트럼프가 현안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다”면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 취임 뒤에는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슬람 국가 주민들의 입국금지 행정명령에서부터 멕시코 수입품에 20% 중과세, 기업 법인세 인하 등 사사건건 반대하고 있다. 그는 “내가 하는 사업에서는 경쟁이 법인세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면서 반대했다. 트럼프의 지능을 햄샌드위치에 비유하기도 했다. 큐밴은 단순히 트럼프에게 딴죽을 거는데 그치지 않고 2020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경선에 출마할 생각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이유는 트럼프와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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