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모든게 잘 될 거다. 늘 잘되고 있다. 잘 돼야 한다.” 역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관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군 장성들로부터 북한 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기 전 낙관적인 코멘트를 날렸다. ‘화염과 분노’ ‘북한의 완전한 파괴’ 등의 발언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였다. ‘꼬마 로켓맨’이라고 불렀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북한의 독재자’로 표현한 것도 눈에 띄었다.
방한 첫날인 7일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많이 언급한 한·미 양국 간의 이슈는 돈과 힘이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하와이에서 도쿄로 날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 회견 과 일맥상통한다. 백악관의 발표와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풀(공용)기사에 나온 트럼프의 발언록을 중심으로 그의 방한 첫날을 정리해보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7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위험한 카드 놀이는 하고 싶지 않다”, 다소 완화된 대북 발언
트럼프는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CBS 여기자가 “북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자신의 평택 기지 발언에 대해 묻자 “북한이 협상테이블로 나와 북한 주민과 세계 사람들을 위해 타협하는 것(make a deal)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어떤 움직임을 보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하지만 지켜 보자”고 말했다. CNN방송과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이 대목에 주목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당신의 외교적 전략에서 성공을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이런 경우에서 내가 성공했느냐 아니냐에 대해 내가 말하고 싶어하지 않다는 걸 잘 알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 끝에 “우리는 모험을 무릅쓰지 않고 카드를 돌리고 싶다(We like to play our cards a little bit close to the vest)”고 말했다. 성공 여부는 아직 모르겠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무력시위의 ‘발톱’을 감추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북한의 독재자는 참으로 수백만명의 무고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을 방위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필적할 수없는 우리의 군사능력을 전부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많은 진전을 이뤄내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막강한 힘을 보여주고 있다. 비슷하게라도 전에 보여준 적이 없는 힘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주변에 3개의 항공모함 전단과 핵잠함을 배치한 것을 상기시켰다. 북·미간 직접대화를 묻는 질문에 “거기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북한을 압박하는 데) 아주 도움이 된 중국과 함께 러시아도 동참한다면 (좋은)일들이, 그것도 아주 빨리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진전’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잘 이행되고 있고, 미국의 무력시위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담고 있는 듯했다. 대북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극대화하면서 무력충돌이라는 위험을 피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여전한 ‘주식회사 미국’의 세일즈맨 역할
‘주식회사 미국’의 세일즈맨 역할에도 열을 올렸다.
트럼프는 캠프 험프리스에서 양국간 교역문제에 대해 “이제 작동이 시작됐다. 그래서 미국에 일자리가 많이 생길거다. 그게 바로 내가 여기(한국)에 있는 여러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단독정상회담 전에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군사)장비를 만들고 당신들은 그걸 많이 사고 있다”면서 사의를 표했다.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잠깐 언급한 뒤 다시 돈문제로 돌아왔다. 그는 “무역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다. 아마도 내가 작년 대선에서 위대한 성공을 거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미국에 주문한 무기들로 우리의 무역적자가 줄어들 것”이라면서 거듭 사의를 표했다. 오후 5시20분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주제는 돈과 힘이었다. 하나같이 트럼프의 미국 내 지지층이 열광할 말들이었다. 기자회견 모두 발언으로 “현재 5년이 된 무역서류(한·미 FTA 협정문)을 재협상하는 지금 나는 우리가 자유·공정·호혜적 무역 협상을 도출 할것이라는 확신을 느낀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평택 미군기지 건설에 한국이 9조원을 부담한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일부 돈을 지불했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을 지키기 위해서지 미국을 지키기 위해 지불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기지건설은)내가 취임하기 오래 전에 이뤄졌다. 내가 했으면 (미국이)돈을 덜 지불했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미국 대선 승리 1주년 축하 립서비스에 다시 올라간 아드레날린
평택을 거쳐 청와대에 도착한 트럼프는 여정 탓인지 다소 지쳐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두차례 립서비스에 아드레날린이 다시 솟구친 듯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9분 단독 정상회담 직전 “내일이 당신의 (미국)대선승리 1주년이다. 취임한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당신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데 엄청난 진전을 이뤄냈다”고 축하했다. 미국 주가지수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는 것도 언급했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장광설은 오후 4시 5분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터졌다.
트럼프는 “내일 대선승리 1년이 된다는 게 재미 있다. 위대한 승리였다. 또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 승리였다”고 자화자찬했다. 뉴욕증시가 최고 지수를 기록하고, 17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 그동안 수조달러의 시장가치를 높인 것을 거론하며 “우리는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빈 만찬 전 발언을 아예 트럼프의 대선 승리 1주년을 축하하는 말로 시작했다. “한국에선 첫 생일을 축하하는 풍습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 1주년을 어떻게 축하할까 생각하다가 국빈으로 초청해 만찬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만찬장에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마이 웨이’가 연주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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