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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 11개의 당이름에 담긴 프랑스의 고민

포퓰리즘 산책

by gino's 2017. 4. 23.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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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랑스 대선에 출마한 후보 11명의 얼굴. 윗 열 왼쪽부터 ‘노동자의 투쟁’의 나탈리 아르토, ‘인민공화연맹’의 프랑수아 아셀리노, ‘연대와 진보’의 자크 슈미나드, ‘일어서라 프랑스’의 니콜라 듀퐁에냥, ‘공화의자들’의 프랑수아 피용,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후보. 아랫열 왼쪽부터 ‘저항하자!’의 장 라살르, 민족전선의 마린 르펜, ‘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 뤽 멜랑숑, ‘반자본주의 신당(NPA)’의 필립 푸투 후보다. 지난 4월13일 촬영한 사진들이다. EPA/연합뉴스



■ ‘당 이름’의 정치학 

프랑스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는 모두 11명이다. 이중 여성은 극우 민족전선(FN)의 마린 르펜과 극좌 ‘노동자의 투쟁(LO)’의 나탈리 아르토 등 2명이다. 흥미로운 것은 11명의 후보를 낸 진영 가운데 ‘당(parti)’을 표방한 곳이 브누아 아몽 후보의 집권 사회당(PC)과 군소후보 가운데 필립 푸투 후보의 ‘반자본주의 신당(UPR)’ 등 두곳 뿐이라는 점이다. 

이는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당’이 주는 부정적인 인상 탓이다. 역사적으로 당은 딱딱한 이미지에 더해 당략과 당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좌파연대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프랑스 앵수미즈)의 장 뤽 멜랑숑 후보와 같이 프랑스공산당(PCF)를 비롯한 여러 정파가 선거연대를 한 경우 전체를 아우르는 정파의 이름을 지어야 하는 연유에서다. 후보를 낸 정파 별로 느낌표가 붙은 구호나 각 후보가 꿈꾸는 프랑스에 대한 염원이 담긴 내용을 정파이름에 담고 있어, 이를 통해 선거를 바라보는 프랑스 각계각층의 염원을 짐작할 수있다. 당명 또는 정파명에 이미 정체성이 담긴 것이다. 

후보 별로 보면, 중도우파의 프랑수아 피용은 한국 언론에서 편의상 '공화당'으로 표기하지만, 실제 이름은 ‘공화주의자들(Les Republicains)이다. 1차투표 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에마뉘엘 마크롱은 ’전진!(En Marche!)이고, 프랑수아 아셀리노 후보는 ‘인민공화연맹’을 대표한다. 이밖에 ‘연대와 진보’의 자크 슈미나드, 니콜라 듀퐁에냥 후보의 ‘일어서라 프랑스(Debout la France)’, 장 라살르 후보의 ‘저항하자!’ 등이 정파 이름이다. 

■11명의 후보들의 소속 정파 중 ‘당’은 사회당과 반자본주의신당 두곳뿐

프랑스 앵수미즈를 구성한 정치그룹들의 이름도 다양하다. PCF와 ‘다함께(Ensemble!)’ ‘신좌파사회주의자 혁명’ ‘공산주의자 르네상스의 극(極)’ ‘혁명좌파’ 등 6개 극좌성향의 정파들이 뭉쳤다.

당명이나 정파명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선거판의 판세에 따라 소속당을 옮기고 정치적 소신을 달리하는 동아시아 한 분단국가의 ‘철새 정치인’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 수십년 동안 같은 신념을 갖고 사회활동 또는 정치일선에 섰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탈당과 창당을 했더라도 손바닥 뒤집듯이 소신을 버렸다기 보다 치열하게 소신을 지키기 위한 경우가 많다.

주요 후보 가운데 마크롱은 사회당원으로 현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경제장관까지 지냈지만 당의 좌경화(정확히 말하면 노동자들을 대변해온 사회당의 본질)에 불만을 품고 2016년 ‘전진!’을 결성했다. 그가 내세우는 공약들은 자신이 경제장관 재직중에 추진했던 성장과 경제적 기회의 평등을 골자로 하는 경제개혁과 정체성이 맞는다. 유럽통합과 세계화가 초래한 불평등의 문제를 고쳐야 하지만, 정체된 상태가 아니라 앞으로 전진하면서 고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대로 역시 사회당원으로 35년 동안 활동했던 프랑스 앵수미즈의 멜랑숑은 당의 우경 리버럴화(정확히 말하면 사회당의 본질이 바뀌는데)에 반발해 2008년 탈당, ‘좌파정당(PG)’을 창당했다가 이번에 범 좌파진영으로 외연을 넓혔다. 같은 사회당에 몸담았었지만 마크롱과 달리 전진하기에 앞서 유럽통합과 세계화의 문제부터 해결하자, 그 과정에서 결코 굴복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군소후보들도 평생 외길 걸어온 소신의 정치인들 

'노동자의 투쟁'의 나탈리 아르토 후보는 노동운동의 전위에 서 온 인물로 지난번 대선에선 0.56%를 득표했다. 프랑수아 아셀리노는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엘리트이자 우파정치인이지만 프랑스의 유럽연합(EU)탈퇴 프로그램을 공약으로 내건 주권주의자이다. 자크 슈미나드는 반 시스템, 반 제도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아웃사이더 정치인이지만 기후변화회의론자이자 동성애를 혐오한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니콜라 듀퐁에냥 역시 ENA 출신이지만, 주권주의자로 2012년 대선에서 1.79%를 득표했다. 장 라살르는 농촌운동과 환경 및 생태운동을 벌여온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2006년 39일 동안 단식을 벌이기도 했다. 2013년에는 프랑스 국토 6000㎞를 도보여행했다. 필립 푸투는 공산주의 혁명을 주창하는 극좌파 정치인으로 2012년 대선에서 41만표(1.15%)를 득표했다.

전체 11명의 후보 가운데 8명이 반 유럽, 반 세계화를 주장하고 있다. 득표율로 보면 얼추 프랑스 유권자 2명 가운데 1명이 현재의 정치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대선 후보들과 정치그룹을 토대로 본 올해 프랑스의 현주소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4231108001&code=970205#csidxaa47a1e62bc353aaa15f66f29455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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