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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현장을 가다]제7부 ① 캘리포니아의 도전…불과 물에 맞선 ‘터미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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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6. 5. 2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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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현장을 가다]제7부 ① 캘리포니아의 도전…불과 물에 맞선 ‘터미네이터’

김진호특파원/ 샌프란시스코·새크라멘토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면 상승 등으로 주정부 내 강 유역에 있는 생활기반이 침수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은 새크라멘토강과 샌 호아킨강이 만나 삼각주를 이루는 지역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   캘리포니아 주정부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수면 상승 등으로 주정부 내 강 유역에 있는 생활기반이 침수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진은 새크라멘토강과 샌 호아킨강이 만나 삼각주를 이루는 지역을 하늘에서 내려다 본 모습. 캘리포니아 주정부 제공

오늘의 캘리포니아를 만든 단초는 ‘황금을 향한 욕망’이었다. 1848년 1월 아메리칸 강에서 사금이 발견된 이후 30만명에 이르는 ‘일확천금의 꿈’들이 몰려들었다. 허황되게 시작한 이 꿈들이 인구 3800만명에 세계 7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미국 속의 ‘또 하나의 국가’로 캘리포니아가 성장하는 출발점이 됐다. 그런 캘리포니아는 이제 또 다른 ‘독립’을 꿈꾸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위기에서 탈출하는 외로운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연례행사 된 산불과 홍수

지난 1월24일 해질 무렵 도착한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 여느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교통 지옥 같은 퇴근길 풍경이 펼쳐졌다. 허위허위 둥지를 찾아가는 주민들. 그들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니다. 캘리포니아가 150년 가까운 황금으로의 여정 끝에 목도한 것은 음울한 종말의 서곡이었다. 덥고 건조한 대기로 발생하는 산불은 캘리포니아의 연례행사다.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잦아진다.

지구의 평균온도가 14.57도로 인류 역사상 두번째로 더웠던 지난해 10월, 캘리포니아 주민 100만명은 산불을 피해 흩어져야 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몇 주 빨리 찾아온 불청객 탓에 지난 4~10일을 산불예방주간으로 선포했다. 비앙카(38)는 “산불과 가뭄 등 이상기후 현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산다면 정말 바보”라며 기후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교포학생 허경씨(27·UC버클리대)는 “몇 년 전 뉴욕에서 이사했을 때만해도 여름이 시원해서 좋았는데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날씨가 뉴욕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 주변의 설괴빙원(雪塊氷原)의 녹은 물을 사용하고 있는 위태로운 수자원은 ‘물지옥’을 예고한다. 1800㎞의 해안선은 해수면 수위가 0.5m만 높아져도 재앙을 부른다. ‘대기지옥’은 더욱 절박하다. 엄격한 오염관리에도 불구, 대기는 갈수록 탁해지고 있다. 새크라멘토의 주정부 건물에서 만난 주정부 환경고문인 마거릿 킴(46)은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전국 10대 공해도시 중 6개가 캘리포니아에 몰려 있다”며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호흡기 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조기사망의 원인도 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 정부는 물과 불, 가뭄, 갈수록 더워지는 기온에 따른 오염증가 등 총체적인 위기의 주범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했다. 지구온난화는 먼 장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환경재앙이 아니라 당장 주민들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이 현안을 푸는 열쇄는 바로 온실가스 감축. 주 정부는 2004년 6월 ‘청정대기법’을 통과시키고, 2016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0%까지 줄이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환경에 앞서 비즈니스를 앞세운 연방정부는 되레 어깃장을 놓고 나섰다. 워싱턴의 연방환경청(EPA)은 공해를 줄이기 위한 ‘청정대기법’에 대해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가뜩이나 경쟁력을 잃어가는 자동차산업 등 미국 재계의 호소에 귀를 기울인 탓이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공화당 출신이면서도 조지 부시 행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외롭고 고단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여전히 밀어붙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온난화 대책은 총력전의 양상이다.

#온실가스 줄이기와 전쟁중

연방정부의 허락이 필요한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오염방지 차량 제조 의무화를 당장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 정부는 주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부터 착수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공기’도 자원이다. 주 정부 대기자원위원회는 산업과 에너지, 농경, 정유, 차량운행 등 분야별로 올해 말까지 행동계획을 완성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업체별로 탄소배출량의 상한선을 정해놓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탄소 교역시장’에서 크레디트를 구입하게 했다. 낡은 주택의 벽을 두껍게 개조, 열 효율을 높이는 가정은 3년, 5년, 7년 단위로 공사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2002년 취임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아예 “지구온난화 대책에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면서 환경 재앙과의 전쟁에서 ‘터미네이터’가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그린테크놀로지 선도 꿈도

캘리포니아는 유엔과 연대해 태평양 건너 중국, 인도와도 환경연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개월 간 베이징에 머물면서 현지 환경전문가 교육을 하고 돌아왔다는 킴 고문은 “우리가 사용하는 중국·인도산 상품들이 현지에서 오염을 배출하면서 만들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의 25%가 수출산업에서 나온다는 점에 착안한 노력이다. 그는 “중국이 멀다고만 할 수 없다”며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인 골드 러시의 본향(本鄕)이 반 자본주의적인 온난화 대책에 앞장서는 것은 모순처럼 보인다. 캘리포니아는 그러나 온난화 대책도 돈이 된다는 생각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들이 기술개발로 이어져 또 다른 시장을 창출한다는 논리다. 주민들이 자동차 운행시간을 줄이고, 주택을 개량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불편을 겪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그린테크놀로지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캘리포니아에 또 다른 황금러시를 예고하고 있다. 수십억 달러의 부가가치를 가진 환경기술시장의 선도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 속에서 유럽의 환경 기준을 적용하려는 캘리포니아의 노력은 미 대륙 반대 쪽에서도 미미하나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워싱턴의 미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지난해 11월 ‘결과의 시대’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구온난화가 외교정책 및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에는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포데스타 빌 클린턴 행정부 백악관 비서실장, 커트 캠벨 전 국방부 차관보 등 거물들이 참여했다. 온난화가 캘리포니아 리버럴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워싱턴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집필에 참여한 리언 푸어스 조지 워싱턴대 연구교수는 향후 30년 내에 평균 온도가 3.6도 증가하고 해수면이 0.52m 높아졌을 경우를 가상해 “미국 서부의 강줄기가 말라가면 멕시코 북부의 물부족으로 이어져 카트리나 사태에서 보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난민’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민의 증가로 미국 내 사회적, 정치적 구조가 바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어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푸어스 교수는 “온난화 대책보다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거액의 예산을 쏟아붓는 지금의 외교정책으로는 향후 수십년간 미국의 국제적 지위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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