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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하나로도 즐거운 쿠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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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2. 2.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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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정보
2008/02/25 (월)     45판 / 10면
분류
미주
제목
야구 하나로도 즐거운 쿠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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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야구 이야기를 빼면 쿠바 남자들이 할 이야기가 없다." 서방 언론만 읽다보면 쿠바는 '닫힌 사회'다. 하지만 아바에서 접한 쿠바는 '절반쯤 열린 사회'다. 최소한 국민들이 불만을 배출할 '출구'를 확보해놓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아바 구시가지에서 만난 호세(62·전문직)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공장소에서 내놓고 '반 혁명' '반 피델' 시위를 벌이면 경찰이 잡아가겠지만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거리낌없이 정부를 비판해도 아무 탈이 없다"고 말했다. 사적인 자리에서 벌이는 정치담론을 단속하는 '감시의 시선'은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아바 시민들은 낯선 '치노(동양인)'가 던지는 질문에 별 망설임없이 '변'을 늘어놓았다.

아바 시민들이 야구 이야기만큼 즐기는 정치담론에는 올해 들어 후계자로 유력시되는 라울 국가평의회 수석부의장 겸 국방장관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라울이 등장해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 중의 하나는 2005년 4월 라울이 다시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뒤 개혁·개방을 둘러싸고 피델과 논쟁을 벌였다는 소문에서 비롯된다.

아바 태생의 마누엘(62·대학교수)은 "피델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도입하자는 라울의 제안을 '미친 짓'이라면서 묵살했다는 소문이 있었다"면서 '피델 없는 피델 체제'가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소문이 아닌 사실도 있다. 2006년 7월 피델로부터 권력을 임시로 넘겨받은 라울이 정권교체에 앞서 치밀하게 여론 동향을 파악해왔다.

라울은 지난해 말 쿠바 주요 노조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방적인 연설보다는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1959년 혁명 이후 대국민 연설과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의 고정란 '레플렉시옹(회상)'에 거의 매일 게재한 칼럼으로 국민에게 단방향 메시지를 전달해온 형 피델과 달리 자신은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는 게 많은 아바 시민들의 반응이다.

노조는 라울이 직접 만났지만 각종 단체 모임과 대학의 경우 정부 고위관리들이 대신 의견수렴에 나섰다. 특히 알라르콘 국회의장이 지난 1월 우씨(정보통신대학·UCI)에서 대학생들과 가진 대화록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그중 쿠바 정부가 내국민들에게는 불태환화폐(CUP)로 지불하면서 각종 생필품을 구입하려면 외국인 또는 외국기업 종사자들만이 갖고 있는 태환화폐(CUC)가 있어야 하는 모순을 지적한 대목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했다는 전언이다. 학생들은 또 "정부가 왜 해외여행을 통제해 외국에 나가고 싶은 국민들을 묶어놓고 있는가"라는 항의도 제기했다고 한다.

라울은 또 옛소련이 무너진 뒤 극심한 경제난이 덮쳤던 1990년대 '특수한 기간(고난의 행군)' 시기 소규모 식당, 노점상, 농민시장 등 자영업을 일부 허용해 실용적인 인물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라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아바 시민들의 산책 장소인 말레콘(해안도로)변에서 만난 페드로(47·외국합작기업 직원)는 "권력대행 뒤 국영 언론매체들은 그의 가정적인 면과 실용적인 면을 집중 홍보했다"면서 "라울이 실제 어떤 지도자가 될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아바 | 김진호 특파원
"야구 하나로도 즐겁다 라울은 좀더 지켜봐야"
아바서 만난 쿠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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