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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절반 구하기(The white man‘s burden)

책으로 읽는 세계, 한반도

by gino's 2013. 8. 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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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세계읽기]제대로 된 원조를 하려면

▲ 세계의 절반 구하기 | 미지북스

인도적 지원은 숭고하다. 하지만 광장에서 외치는 아름다운 명분이 정작 절체절명의 인도적 위기에 처한 개개인의 삶의 공간에 제대로 다가가고 있는가. 혹여 인도적 재앙이라는 1차적 비극에 더해 선의를 갖고 다가가려던 서구 원조의 부작용 탓에 2차 비극을 초래하지는 않고 있는가.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의 절반 구하기(The white man‘s burden)>에서 색다른 분석틀을 제공한다. 피원조국의 관료주의와 불안한 치안, 비효율적인 집행 등의 기술적인 결함에 앞서 원조 제공자들의 ‘착한 영혼’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빈곤의 덫’에 갇힌 제3세계 국가들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은 그들이 원래부터 가난하게 시작했다는 운명론에 젖줄을 대고 있다. 1950년대 제3세계 국가들을 덫에서 꺼내려면 서구가 대규모 원조예산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빅 푸시(Big Push)의 신화’가 생겨난 배경이다. 새천년을 맞아 유엔을 중심으로 국제사회가 내놓은 밀레니엄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가 빅 푸시의 신화에 매몰됐던 지난 50년 동안 서구와 비서구(일본) 국가들이 인도적 지원에 투입한 대외원조는 2조3000억달러(2580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는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어린이들의 절반을 구할 수 있는 단돈 12센트짜리 예방약과 궁핍한 가정에 필요한 4달러짜리 침대도, 죽어가는 신생아 500만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임산부들에게 긴요한 3달러의 ‘푼돈’도 여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직시할 것인가.


2000년대 초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 뒤 미국이 두 나라의 재건을 위해 내놓은 평화강제(peace enforcement)전략은 비서구지역(the Rests)에서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는 개발원조의 신품종이자 오래된 패착이다. 미국은 치안불안 문제를 해결할 군사력과 재건팀을 결합하는 지방재건팀(PRT)을 모델로 내세웠다. 피원조국 주민들의 필요보다 식민모국 또는 미국의 정치적 필요가 우선이다. 총구를 앞세우고 제공하는 개발원조를 달갑게 받아들일 피원조국 주민은 드물다. 가족·친지를 무인비행기 공격으로 학살하면서 한편으로 도와주겠다고 내미는 피묻은 손을 누군들 기꺼이 잡겠는가.

이스털리는 유토피아적인 청사진을 폐기하고 원조를 조건으로 피원조국 정부를 훈계하려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원조가 빈곤을 종말시킬 것이라는 환상 역시 금물이다. 피원조국 정부가 아닌 자발적 개인들의 역동성과 기업정신에 토대를 둔 개발만이 성공할 수 있음을 인정하라는 말이다. 시장경제원리를 적용하자는 제안은 특히 흥미롭다. 인도적 지원의 수요자들이 공급자(구호단체) 및 공급상품(활동프로그램)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자는 글로벌기빙닷컴식 접근이나, 공급자 중심의 구호활동보다는 수요자들에게 바우처를 제공하고 그 액수에 맞게 수요자들이 구호기관 및 활동을 선택하도록 하자는 방식도 미래지향적인 인도적 지원의 방법론으로 제시한다.

백인우월주의자였던 키플링의 시 ‘백인의 의무(The white man’s burden)’에서 따온 제목은 반면교사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도적 지원의 수요자들을 ‘반은 악마이고, 반은 어린애들’ 로 대해온 오리엔탈리즘적 사고를 버리라는 주문이다. 그 대신 수요자들의 평가와 책임까지 떠맡으라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한마디로 선행도 결과로 평가받고 천사도 인사고과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올해 처음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이 2조원을 돌파한 대한민국 정책담당자들이 특히 귀담아 들어야 할 충고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동료 국가들로부터 부처별 과잉경쟁이 빚은 분절화 탓에 중복사업의 폐단을 낳고 있다는 공식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새 정부 들어 새마을정신의 해외 이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

<김진호 선임기자 jh@kyunghyang.com>


 

입력 : 2013-08-23 19: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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