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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세밑, 세계화라는 괴물

세계 읽기/인사이드 월드

by gino's 2012. 2. 25.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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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0-12-30|06면 |45판 |국제·외신 |기획,연재 

세계화 그늘- 굶주림과 호황 '두얼굴의 괴물'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내다보는 세밑에 서서 지구촌의 변화를 총칭하는 단어를 하나만 찾으라면 단연 '세계화'다. 1970년대 초 오일쇼크에서 비롯돼 탈냉전을 거치면서 견고한 시스템으로 정착한 세계화는 올 한해도 예외없이 지구촌의 화두가 됐다.

아프리카 동부의 굶주린 아이들에서부터 신경제의 총아인 미국의 닷컴 기업주에 이르기까지, 워싱턴에서 포연이 채 가시지 않은 베오그라드까지, 변화의 깊은 심연에는 늘 세계화라는 괴물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지구를 통째로 떠받들던 아틀라스가 신화 속에서 걸어나와 부활했다면 바로 세계화의 왕관을 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거리에서, 전장에서, 노사분규의 현장에서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했다. 지구 한쪽에서 '사상 최대의 호황'을 향유하는 동안 하루 1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생존을 영위하는 절대빈곤층이 여전히 10억명선을 유지했다. 지구 환경은 번영을 지피는 화석연료의 양 만큼이나 혼탁해졌고, 평생직장에서 쫓겨난 샐러리맨들은 임시직으로 전락했다.

집행관은 늘 국제통화기금(IMF)이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태국은 지난 봄에, 80년대에 이어 두차례나 거덜났던 멕시코 경제가 지난 8월 'IMF의 졸업장'을 받았지만 아르헨티나와 터키가 '경제주권'을 기꺼이 맡겼다. IMF가 빌려준 돈은 다국적기업 또는 투기자본의 전주들에게 '본전'을 보장해줬다. 이어 공기업 민영화와 이에 따른 대량해고, 교역 자유화와 이에 따른 국내 산업기반의 붕괴, 재정지출 억제와 이에 따른 사회보장 예산 격감의 시나리오가 반복됐다. 돈의 흐름은 늘 아래에서 위로 역류했다. 인종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지만 일단 세계화의 궤도에 진입하면 '국화빵'같이 닮은 꼴의 문제를 떠안게 됐다. 한나라의 경제를 죽이고 살리는 심판권은 아이로니컬하게 여전히 월스트리트의 두 신용평가기관이 틀어쥐고 있다. 무디스와 S&P가 그들. 일부 국가, 일부 계층에게 '대박'을 안겨준 세계화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담이 열린 시애틀에서 맹위를 떨친 반 세계화의 기치는 워싱턴과 IMF와 세계은행의 총회가 열린 프라하에 이어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열린 남불의 니스까지 파급됐다. 그러나 우주의 고민이 담겼더라도 달걀은 바위를 깨지 못했다.

퇴임을 앞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최근 말했듯이 "세계화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인 것이 분명하다. 달력은 20세기를 훌쩍 건너뛰어 21세기로 접어들지만 '아틀라스'가 틀어쥔 지구의 질서는 꼼짝도 하지않고 있다.

김진호 기자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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