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3주년의 초점이 엉뚱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띄운 '희토류 5000억 달러'에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X계정(트루스 소셜)에 "미국-우크라 간 희토류 타협안이 곧 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방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우크라전 개전 3년을 맞아 열린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는 희토류 타협안을 '경제 파트너십'이라고 부른 뒤 "미국민이 우크라에 지원한 수백억 달러와 군사장비를 회수하는 동시에 잔인하고 야만적인 전쟁을 끝내고 우크라 경제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우크라와의 '경제 파트너십'에 미국의 대우크라 지원액 회수와 종전이라는 양대 목표가 걸려 있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트럼프의 '희토류 열망'에 불을 붙였다. 그는 25일 VGTRK 방송 인터뷰(타스 통신)에서 미국과 희토류 및 알루미늄 개발에 협력할 의사가 있음을 부각했다. 푸틴 대통령은 "희토류는 현대 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이 방향으로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라면서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 파트너와 기꺼이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미-우크라 간 희토류 협력과 관련, "정확한 매장량 및 개발비용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라면서 돈바스 지방과 러시아군 점령지(노보 로씨야)에 희토류 채굴 프로젝트와 미국 및 다른 외국 파트너들의 참여를 제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 희토류 매장량의 상당수가 점령지 안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푸틴은 한 발 더 나가 알루미늄 공동개발도 제안했다.
소련 시절 러시아 남부 크라스노야르스크에 계획했던 수력발전소를 건설, 알루미늄 추가 생산 시설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어 "미국 기업이 러시아에서 활동한다면 상당한 수익과 알루미늄을 얻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희토류와 알루미늄은 모두 트럼프의 관심을 저격한 것. 트럼프는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추가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상태다. 푸틴은 "(미국 기업이) 절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시장가격으로 국내에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4일엔 로씨야1 TV인터뷰(리아 노보스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보다 훨씬 많은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러시아 북부와 무르만스크, 캅카스, 카바르디노-발카리아, 극동, 이르쿠츠크, 야쿠티아, 티바 공화국 등 희토류 매장 지역을 일일이 열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더욱 공평한 타협안이 논의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의 셈법을 수용할 수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액을 상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 키이우에서 연 전쟁 3주년 기자회견에서 "5000억 달러 문제는 더 이상 거기(테이블 위)에 없다"라고 단언했다. "우리는 지원액을 부채로 간주하지 않는다"라면서 "(미국의 제안은)우크라가 모든 지원국에 상환해야 한다는 선례를 남기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우크라는 미국과 종전 및 희토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안드리이 예르마크 우크라 대통령실 실장은 지난 23일 소셜미디어에 "베센트 장관과 왈츠 보좌관을 포함한 미국 관리들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라면서 "진전이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중동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는 22일 CNN에 "이번 주 중 미국이 우크라 광물자원을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타협안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에 트럼프 행정부의 광물자원 계획은 미-우크라 모두에 윈-윈이 될 것이라면서 "우크라 국민이 돈을 벌면 미국도 돈을 번다"라고 말해 우크라와의 협상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종전 협상 과정에서 러시아로부터 어떤 양보를 받아내고, 우크라에 무엇을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 희토류 제안이 유독 두드러지는 이유다. '5000억 달러' 요구의 근거 역시 트럼프 특유의 '멋대로 셈법'에 따른 것. 트럼프는 이달 초 미국이 그동안 우크라에 3500억 달러 상당의 지원을 했다고 주장하며 희토류 지분의 50%인 5000억 달러를 요구했다. 그러나 독일 키엘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지금까지 안보, 재정, 인도적 지원 등 모두 1149억 달러(1위)를 제공했다. 우크라에 그만한 희토류가 있지도 않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우크라는 주요 희토류 보유국도 아니다. 세계 4대 희토류 광물 보유국은 중국(4400만t), 베트남(2200만t), 브라질(2100만t), 러시아(1000만t)이다. 미국의 추정 매장량은 180만t이며, 트럼프가 눈독 들이는 그린란드가 150만t이다. 우크라가 천연자원 부국인 것은 맞다. 우크라는 2021년 7월부터 유럽연합(EU)과 핵심 광물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개발에 나섰다. 우크라 지질조사국과 환경-천연자원부는 티타늄과 리튬, 흑연, 니켈 및 코발트 광산의 공동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탄탈륨과 니오븀, 베릴륨 등 희토류 광물은 현재 티타늄 채굴 과정에서 부산물로 얻고 있을 뿐이다. 우크라 환경-천연자원부는 세계 '희귀 원자재'의 5%가 우크라에 있으며 특히 '리튬의 보고'라고 2022년 유엔 유럽경제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푸틴이 지적한 대로 희토류와 리튬 등은 자포리자와 돈바스 등 전쟁 지역에도 매장돼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말하는 '희토류 광물'은 우크라가 보유하고 있는 희귀 광물자원 또는 전후 우크라 개발의 모든 이익을 통틀어 말하는 것일 수 있다.
미국은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자원이 우크라가 평화를 위해 양보할 항목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위트코프 특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메시지를 보낸 뒤 젤렌스키 대통령이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영토가 됐건 경제적 양보가 됐건 모든 평화 합의에서는 (분쟁의) 양쪽이 양보해야 한다"라면서 "양측의 양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그러나 러시아의 점령지 반환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함한 안보 보장 등 젤렌스키의 요구를 수용할 태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통칭 희토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와 휴대전화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17가지 금속이다. 니켈과 리튬 등과 함께 미 지질조사국(USGS)이 미국 경제와 국방에 필수적이라고 분석한 50가지 광물에 포함된다. 미국은 광산 한 곳에서만 희토류를 채굴하고 있으며 가공 시설도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광산업계 소식을 전하는 캐나다 마이닝 닷 컴(mining.com)이 전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함께 논의하고 있는 '특별하고 놀라운 경제적 기회'는 여전히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푸틴과 트럼프는 각각 "주요 경제개발 거래에 대한 논의가 진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만 전했다. 세르게이 리야브코프 러시아 외교 차관은 타스 통신에 미국과의 추가 협상이 다음 주 말 속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특별하고 놀라운 경제적 기회'는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미·러 간 첫 우크라 종전협상을 벌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표현이다. 이들은 "미·러 고위급 협상팀이 양국이 함께 놀라운 경제적 기회에 대한 탐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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