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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월드/ 도마에 오른 美.中 사형제

세계 읽기/인사이드 월드

by gino's 2012. 2. 2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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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1-06-23|06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28자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21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 국제회의에서는 상식적인 '문명국'과 '야만국'의 기준이 뒤바뀌고 있다.회의의 명칭은 사형제 폐지를 위한 국제총회. 세계 110개국과 비정부기구 대표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미국은 '서방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야만적인 사형제를 여전히 실행하고 있는 마지막 대국'으로 집중 성토되고 있다. 반면에 코트디부아르와 엘살바도르, 피지 등 제3세계 국가들은 야만을 포기하고 문명국가의 반열에 오른 국가로 분류됐다.

사형제 고수 국가는 87개국. 이 가운데 중국과 미국에 비난이 집중된 것은 규모와 상징성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해 각각 약 1,000명과 85명을 집행, 1, 2위를 차지했다. 양국은 이란(63명), 사우디아라비아(75명)와 함께 전세계 사형집행의 88%를 차지했다.

미국에 대한 공격은 텍사스 주지사 5년 재임 동안 152명을 사형집행한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폐지론자들의 반감이 다분히 섞여 있다. 최근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폭파범 티머시 맥베이의 사형장면을 공개한 것도 '쇼킹 아메리카'의 단면이었다.

발터 슈빔머 유럽의회 사무총장은 회의 기조연설에서 "사형제가 범죄예방을 위한 효율적 수단이었다면, 미국은 아마 범죄가 없는 나라가 됐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레이몽 포르니 프랑스 국민회의(하원) 의장은 "사형제 폐지를 향한 행보가 미국에서 특히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그 이유로 "미국은 사형제를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주도하는 사형제 폐지운동은 갈수록 반향을 얻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했거나, 집행을 유예한 국가들만 30개국. 현재 109개국이 폐지 또는 유예하고 있다. 사법당국의 실수가 늘어남에 따라 미국에서도 변화는 일고 있다. 지난 94년 80%였던 사형제 찬성이 최근 조사에선 67%로 줄었다. 일리노이주는 지난해 사형집행을 유예했다.

'죽일 놈은 죽여야 마땅하다'는 성난 목소리도, 그 죄인 중 상당수가 무죄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선악의 경계선이 선명한 나라일수록 사형제를 옹호한다. 그러나 사형제는 잦은 오판으로 인해 도덕적인 명분도, 범죄억제력의 미미함으로 인해 실리도 잃고 있다. 스트라스부르 회의의 기준에 따르면 한국도 야만국이다.

김진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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