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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뭐라 하건, 러시아는 다시 푸틴을 선택했다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4. 3. 2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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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민은 전쟁 중 지도자를 교체하지 않았다. 지난 15~17일 사흘 동안 진행된 러시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압도적인 득표율로 5선에 성공했다. 푸틴은 5월 7일 공식 취임, 2030년까지 6년의 새 임기를 시작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모스크바의 선거사무소에서 대선 승리를 자축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18. EPA연합뉴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개표율 98% 기준, 무소속 푸틴 후보가 87.34%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2018년 대선에서 자신이 세웠던 최고 득표율 76.7%를 뛰어넘는 역대 최고 득표율이다. 러시아연방 공산당 니콜라이 하리토노프(득표율 4.3%)와 '새로운 사람들'당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3.8%), 자유민주당 레오니트 슬루츠키 후보(3.17%)가 뒤를 이었다. 17일 투표 마감 시간 직전까지 74.22%의 투표율을 보여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대선 유권자는 1억 1421만 2734명이었다. 선관위에 따르면 129개국에서 1115명이 선거 참관인 자격으로 투표 과정을 지켜보았다.

푸틴은 당선 일성으로 "이번 대선은 국가적 통합을 공고히 했다"라면서 "서방과 대결을 계속하는 과정에 많은 과제가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그는 17일 저녁 모스크바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누구든 아무리 강하게 우리를 겁주려 해도, 우리의 의지와 의식을 억누르려 하여도 역사상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으며 지금도 앞으로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푸틴 정부가 이번 대선에 설정한 열쇠말은 '국가적 단합'이었다. 그가 러시아연합당 후보가 아닌, 무소속 후보로 나선 것도 특정 당 지지자들이 아닌 국민적 단합을 끌어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이 지난 2월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지지하는 압도적인 인기를 누려 온 만큼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거 결과였다. 투표율이 높았던 것은 종전 하루였던 투표일을 사흘로 늘리고, 원격 전자투표를 허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최동단 캄차카반도에서 최서단 칼리닌그라드까지 러시아 영토는 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11개의 시간대에 걸쳐 있다.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의 승리가 확정된 18일은 공교롭게 러시아가 주민투표를 통해 크림반도를 병합한지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크림반도 병합 기념 행진에 참가한 젊은이들이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4.3.18. TASS 연합뉴스

미국과 서방 각국은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18일 백악관 국가안보실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푸틴이 정적을 수감하고 다른 사람들의 출마를 막았다는 점에서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논평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 역시 "러시아군이 불법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선거를 치른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을 제한한 것"이라면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독립적인 모니터링이 없었던 만큼 자유와 공정 선거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일 외교부는 소셜미디어에 이번 대선을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유사 선거"라고 규정하고 "푸틴의 지배는 검열과 폭압, 폭력에 의존하는 권위주의적 통치"라고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은 "러시아 독재자가 또 다른 선거를 모의하고 있다"라면서 "권력에 병든 이 인물이 영원히 통치하기 위해 무엇이건 하고 있음은 세계 모든 사람에게 분명하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서방 언론과 이를 대거 인용한 국내 언론은 투표 기간 벌어진 반푸틴 시위와 투표함 훼손 사건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처음 사용된 '투명 투표함'의 기능에 의문을 제기했다. 러시아 선거관리 당국은 투명 투표함 사용에 대해 투표의 투명성과 신뢰를 높이고, 가짜 표를 방지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실제로 투명 투표함이 부정선거의 도구였다는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지만, 서방 언론은 부정선거의 상징으로 지목했다. 푸틴과 '푸틴의 러시아'에 대한 과도한 악마화로 읽힌다.

지난 2월 16일 시베리아의 감옥에서 산책을 마친 뒤 급사한 야당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리 지지자들은 투표함에 녹색 잉크를 붓거나, 불을 지르는 등의 선거방해 행동으로 연행됐다. 러시아 내무부는 61건의 범죄 행위가 적발됐다면서 테러 23건과 투표권 행사 방해 21건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1억 10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사흘 동안 광활한 영토에서 치른 선거임을 감안하면, 불법 행위가 많았다고는 할 수 없다. 러시아 내무부도 투표 결과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반행위는 없었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에서 임기 마지막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싸잡아 비판했다. 2024.03.08. EPA 연합뉴스

나발리의 부인 율리아 나발리야를 중심으로 반푸틴주의자들은 17일 정오 베를린과 런던 등 각국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푸틴은 선거 승리 회견에서 나발니의 죽음에 대해 "그는 세상을 떠났다. 이는 항상 슬픈 일"이라고 언급했다. 또 "나발니 사망 며칠 전 그와 서방 국가 감옥에 있는 죄수와 교환하는 아이디어가 제기됐을 때 나는 동의했었다"고 소개했다.

서방이 러시아 반체제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푸틴의 정적으로 평가해 온 나발니는 실제로 전국적인 범위에서 푸틴의 맞설 만한 정치적 역량을 보인 적이 없다. 2013년 모스크바 시장 선거 1차 투표에서 27.24%(63만 2697표)를 득표해 2위로 탈락한 게 전부였다. 당시 러시아연합당 세르게이 소비아닌 후보가 51.37%를 얻어 당선을 확정했었다. 서방은 푸틴을 독재자라고 규정하지만, 나발니는 수감 기간 동안 감옥에서 수시로 변호인을 불러 성명을 발표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전쟁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2년간의 전쟁에서 자국 군인 3만1천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2024.02.26. AP 연합뉴스

나발니는 푸틴 정부의 부패를 고발하는 운동으로 주목을 받다가 2020년 8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생화학무기로 사용되는 신경제 노비촉에 중독됐었다. 독일로 이송돼 치료받고 이듬해 1월 귀국했지만, 뇌물수수 혐의와 집행유예 기간 의무 불이행 혐의로 다시 감금됐다. 국제 앰네스티는 그를 '양심수'로 규정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서방 언론은 푸틴이 정적을 제거하는 방편으로 나발니를 구속해 대선 출마를 막았다고 지적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 여론조사기관 레바다 센터의 같은 해 5월 16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나발니 재판이 공정했다고 답했다. 같은 여론조사기관의 2023년 2월 16일 레바다 센터의 정치인 지지율 조사에서 나발니의 지지율은 9%로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접하는 18~24세에서 인기가 높았다. 전 연령에 걸쳐 거부율이 57%였다. 

나발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은 서방이 반푸틴, 반러시아 입장을 유지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발니의 죽음과 2024 러시아 대선을 둘러싼 서방 국가들과 서방 언론의 숱한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규명된 사실은 없다. 분명한 사실은 러시아 국민이 푸틴을 다시 지도자로 선출했다는 점이다. 세계와 한반도는 2030년까지 푸틴의 러시아와 상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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