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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통합? 왜 '서울'을 북한군 박격포 사거리에 두려하나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11. 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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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공격받고 있다! (Seoul Under Attack!)'

9·11테러 당시 CNN 방송을 비롯한 각국 언론은 '미국이 공격받고 있다(America Under Attack)'는 머릿기사 제목을 뽑았다. 마찬가지로 한반도 군사적 충돌이 서울에 미친다면, '서울이 공격받고 있다'는 헤드라인이 나오게 된다. 서울·김포를 아우르겠다는 집권 여당의 총선용 아이디어가 구현된다면, 북한군은 박격포와 기관총만으로 이러한 헤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비행기 조종훈련에서부터 여객기 탈취까지 알카에다가 보였던 미증유의 발상도 필요 없다. 

집권 국힘당이 띄운 김포시의 서울 편입안이 과소비되고 있다. 사진은 5일 경기도 김포시 한 거리에 내걸린 서울 편입을 환영하는 현수막. 2023.11.5. 연합뉴스

유효 사거리가 1100m(최대 사거리 2500m)인 박격포나 기관총도 남측을 공격할 수 있다. 김포반도가 어떤 곳인가. 직사각형 모양의 김포반도의 오른쪽 북단은 바로 남북의 접점이다. 한강 하구의 폭은 좁은 곳이 700~800m이고 넓어야 2㎞가 안 된다. 한강 하류 넘어 개성시 개풍구역에 진을 치고 있는 북한군 4군단의 기관총과 박격포 사거리 안에 놓인 게 김포반도의 강안이다. 강이나 바다에는 비무장 지역(DMZ)처럼 완충지대도 없다.

집권 여당 대표의 혀끝에서 시작한 김포의 서울 편입 문제가 주로 부동산 담론으로 과소비되고 있지만, 단순히 행정구역상의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군 편제 및 군 전략상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하는 문제다. 그럼에도 이에 관한 논의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신원식 국방장관의 지난 3일 국방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메가 서울'이 거론됐지만, '촌평'에 그쳤다. 논의의 근거가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나온 즉흥 답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가 시티'의 안보적 측면이 가져올 안보상의 변화는 녹록지 않다. 

 

수도 서울 방어 전략상의 변화

서울을 기준으로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내곽을, 수도군단은 인천과 경기도 서남부의 외곽 방어를 나눠 맡고 있다. 수방사 사령부가 서울 관악구에 있는 반면에, 수도군단 사령부가 경기도 안양에 있는 까닭이다. 국방부가 수방사와 수도군단을 두면서 이중, 삼중으로 방어선을 설정해 놓은 가장 큰 이유는 유사시 수도 서울의 방어 때문이다. 군사분계선에서 서울까지의 거리가 40~60㎞에 불과하고, 북한이 강력한 포병 전력을 갖고 있지만, 서울을 방어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한국전쟁 정전 73년 동안 유지해 온 방어 전략의 골간은 북한이 남침하면, 전선을 시간적·공간적으로 전환하면서 유엔사 증원군이 당도할 때까지 최대한 버티는 데 있다. 수도 서울이 침범당한다면, 군은 물론 국민의 정서와 사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적·공간적 전환은 육상의 경우 248㎞의 군사분계선(MDL) 중에서도 적의 공세가 가장 격렬한 공간에서는 약간 후퇴하더라도 나머지 공간에서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설정된 개념이다. '최전선 전투지역(FEBA·Forward Edge of the Battle Area)'을 북에서 남으로 설정한 이유이다. 적의 압박이 심한 FEBA 지역은 약간 뒤로 밀리더라도 그 안에서 적의 출혈을 극대화해야 한다. 동부전선과 달리 서울이 포함된 서부전선은 짧은 종심 탓에 여지가 별로 없다. 유사시 수도권 방어가 녹록지 않은 이유다. 북한의 재래식 포 전력은 핵·미사일 전력이 갖춰지기 전부터 존재해 온 실질적인 위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서 입증된 바, 아무리 첨단무기가 배치했더라도 정작 전쟁의 핵심 무기는 재래식 포 전력이다. 군사분계선 넘어 북한이 제기하는 위협은 거창한 위협이 아니다. 장사정포나 방사포 등 최신 대포도 아닌, 한국전쟁 때 사용하던 사거리 수십㎞의 재래식 대포가 실제적인 위협이 된다.

해병 사단이 맡고 있는 강화도~김포~(한강)~서울 방어선은 북한의 남파공작원이 수없이 드나든 통로이기도 하다. 북한 박격포의 사거리 안에 있을 뿐 아니라, 인적 침투에서도 최전방이다. 폭 좁은 한강 하구를 건너 곧바로 '서울'로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편제 및 작전통제권의 문제

현재 김포반도의 방어는 해병 1개 사단과 육군 1개 사단이 맡고 있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되면 해병 사단의 전부 또는 일부와 수도군단 예하 사단이 수방사에 통합돼야 한다. 신 장관은 간담회에서 "(부대 간) 책임 구역 조정과 부대조정이 크게 어려운 게 아니다"면서 "메가 시티는 군사작전 측면에서 유·불리가 없는 가치중립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수방사는 육군본부 직할부대로 국군 중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이 평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는 부대이기 때문이다.

수도군단은 평시건, 전시건 한미 연합사 사령관 또는 유엔사 사령관의 통제를 받는다. 주한미군이 통제권을 내놓을 리도 만무하지만, 내놓더라도 수도권 안팎을 방어하는 군의 편제를 바꾸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우리 군 내부의 논의는 물론, 한미 간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야 할 문제다. 한 군사전문가는 시민언론 <민들레>에 "현재의 군 편제를 고치지 않고 행정적으로만 김포를 서울과 통합한다면 김포는 군사적으로 서울이되 서울이 아닌, '무늬만 서울'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기도 김포 최전방의 벌컨포 초소에서 해병 청룡부대 장병들이 전투배치 훈련을 하고 있다. 2010.5.23. 연합뉴스

공개 과정을 보면, 우리 군은 물론, 한미 군당국과의 사전 협의를 따지는 것조차 사치인 것 같다. 김기현 국민의 힘 대표는 이러한 발상을 국방부와 아무런 협의도 없이 덜렁 공개했다. 신 장관은 '여당이 띄우기 전에 국방부와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조율이 없었다" "특별한 협의는 없었다"고 거듭 확인했다. 아무리 5개월 앞둔 총선 대책이 급했더라도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이라면 절대로 시도하지 말았어야 할, '국방의 정치화'가 아닐 수 없다. '서울이 공격받고 있다'는 외신 헤드라인 하나가 얼마나 많은 국민의 정서적 충격과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지 생각해봤는지도 의심스럽다. 대한민국이 어느새 이런 걸 '총선 아이디어'라고 내놓는 집권 여당 보유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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