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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공식발표엔 무기 거래 없었다, 항공-우주-운송-인프라 협력 강조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9. 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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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동지"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의 운반 로켓 조립 및 시험종합체 건물 앞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0초 동안 악수한 손을 놓지 않고 인사를 나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앞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맞고 있다. 2023 09 13. 로이터 연합뉴스

40초 동안 놓지 않은 손

두 정상은 곧바로 앙카라 로켓 조립장소로 이동했다. 현재 80% 정도 조립된 앙카라 로켓은 20t 이상을 적재할 수 있으며 조립이 끝나는 대로 발사될 예정이다. 러시아가 개발한 로켓 발사대도 둘러봤다. 발사대는 발사 전 로켓의 성능과 결함을 분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초기에 소유즈급 발사를 했고 이후 10여 차례 중형 우주 로켓을 발사한 것으로 보도됐다. 김 위원장은 특히 로켓 발사장에 관심을 보였다. 두 정상은 소유즈-2 발사체와 발사통제센터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서명한 뒤 러시아 측과 비공개로 구체적인 기술 협력을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방명록에 "첫 우주 정복자들을 낳은 로씨야(러시아)의 영광은 불멸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러시아, 북한 우주인 우주선 탑승 제안

푸틴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경제협력과 인도적인 문제 및 지역 정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주 강국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면서 "러시아 우주 파워의 심장인 이곳에서 회담은 매우 특별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 경제, 문화를 포함한 관계 발전에 관한 주제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크렘린궁이 공개한 대화록에서 두 정상은 서로를 '동지(comrade)'라고 불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에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3.9.13. AFP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에 대적하는 헤게모니 세력으로부터 주권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전투'라고 표현하며 북한은 푸틴 대통령 및 러시아 정부의 모든 결정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국주의와의 싸움에서 늘 러시아와 함께하기를 희망한다"면서 "현재 러시아와의 관계가 우리의 최우선 순위라고 강조했다.

회담은 전체 회담에 이어 두 정상의 단독회담으로 진행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단독회담에서는 세계와 아주 아주 어려운 지역(한반도와 유럽)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지역 정세에 대한 설명을 했고, 푸틴이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양국 간 전략·전술적 협동을 더욱 긴밀히 하고 강력히 지지연대 하면서 힘을 합쳐 국가의 주권과 발전 이익,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전,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는 데서 당면한 협조 사항을 허심탄회하게 토의하고 만족한 합의와 견해일치를 보였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회담은 시종 동지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면서 정상 오찬 뒤 김 위원장이 '편리한 시기'에 북한을 방문할 것을 초청했고, 푸틴은 "초청을 쾌히 수락했다"고도 전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무기개발과 관련해 6자회담의 부활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는 핵전쟁의 위험이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페스코프 대변인이 확인했다. 러시아는 북한이 원한다면, 북한 우주인의 훈련과 러시아 우주선 탑승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보리 대북 제재 전혀 다른 지정학 상황의 산물"

우주기술 외에 북한이 보스토치니 정상회담에서 보인 관심 분야는 항공과 운송 및 인프라 재건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이었다. 페스코프는 "회담이 전반적으로 아주 중요했고, 아주 의미가 있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이 13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9.13. 로이터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콤소몰스크나아무레의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 및 방위산업체와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본부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보스토치니 우주 기지는 푸틴의 지시로 2007년 건설된 곳으로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지난해 방문, 로켓 발사 기술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복수의 유엔 안보리 제재는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푸틴은 정상회담 뒤 로씨야 1TV 인터뷰에서 "몇 가지 제약이 있고, 러시아는 모든 제약을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논의할 것이 있다. 현재 (제재) 규정의 틀 안에서도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기회가 있고, 그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러시아가 안보리 대북 제재에서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 장관도 이날 로씨야 1TV 인터뷰에서 "오늘 정상 간에 확인한 상호 호혜적인 협력 방안을 북한과 도출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협력은 서방의 불법적인 압력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북한은 평화의 이름으로 행동한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러시아와 중국이 지난해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에 반대한 이유에 대해 "대북 제재들은 전혀 다른 지정학적 상황에서 채택됐던 것"이라면서 서방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 왼쪽)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둘러보고 있다.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북러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23.09.13. 연합뉴스

페스코프 "안보리서도 북한과 행동 조율"

앞서 페스코프는 12일 "물론 이웃 국가로 러·북은 민감한 분야에서도 협력한다"면서 "그러나 공개하거나 발표할 주제가 아니다. 이웃국 간에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안보리 제재와 관련해서는 "안보리에서 북한 동지들과 행동을 조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양국이 발표한 정상회담 의제에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4일 뉴욕타임스에 흘렸던 무기 거래는 없었다. 그러나 16일로 알려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구체적인 군사 협력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라브로프가 10월에 방북,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갖는 회담에서도 논의될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무기'가 오가기는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장인이 만든 카빈총과 기타를, 푸틴은 러시아산 카빈총과 우주에서 사용된 우주복 장갑을 각각 선물했다고 페스코프가 14일 소개했다. 그는 푸틴이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했다는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확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푸틴은 10월 중 중국에서 열릴 제3차 일대일로(BRI) 포럼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3일 북·러 정상의 오찬 메뉴는 아무르주 특산물인 캄차카 산 대게 만두와 오리고기 야채, 철갑상어 수프 등이었다. 양국 정상이 함께 한 시간은 5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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