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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의 '동아시아 정치'는 왜 빛 좋은 개살구로 보이나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7. 14.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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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끝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는 나토와 동아시아의 관계에 획을 그었다, 고 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에 따르면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장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인사를 하고 있다. 2023.7.11. 연합뉴스

코뮈니케 유일한 언급은 북핵 CVID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나토와 동아시아의 관계가 서로 엮여 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나토의 동아시아 관계의 실체는 분명치 않다. '중국의 위협'에 대한 해석 역시 미국·유럽 간의 이견 탓에 수년째 정체상태다. 이번 정상회의 코뮈니케에 명시된 중국 관련 언급도 지난해 채택한 '신안보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 단계에서 나토 동진의 실체는 무엇이며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 또 한반도 안보에 나토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이번 회의 기간 말과 글로 표현된 나토와 동아시아의 관계는 모호하기 짝이 없다. 스톨텐베르그는 지난 12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인·태 국가들과의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여전히 정리돼 있지 않다. 외교적 수사가 너무 많다. '중국 및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나토가 인도·태평양 안보에 어떻게 더 관여할 것인가'라는 회견 질문에 대한 그의 답에 대강이 들어 있다.

"오늘 아침 호주·일본·한국·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국가(IP4) 정상들과 회의에서 매우 강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있었다. 안보는 지역적이지 않고, 지구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토가 글로벌 군사동맹이 된다는 말은 아니다." 스톨텐베르그는 초점을 피했다. 그러면서 "인·태 지역은 아프리카와 극지방과 함께 중국의 부상이 제기하는 글로벌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중국은 사이버공간에서 중요한 인프라를 통제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리투아니아 빌뉴스 대학 학생들이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양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3.7.12. EPA연합뉴스

한·일과 사이버 안보·정보 공유 합의

"안보가 지구적"이라면, 나토는 동아시아 유사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스톨텐베르그가 동아시아와의 협력의 예로 든 것은 지극히 소박했다. "영국 노스우드의 나토 해군사령부에 일본인 직원이 파견돼 있고, (나토) 사이버 훈련에 인·태 파트너 국가들이 참가하는 것을 포함해 함께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는 IP4와의 협력사안으로 △해양 안보 △신기술 △사이버 △기후변화 △(코로나19 이후) 회복력 등 5개를 꼽았다. 이번 회의에서 IP 4개국과의 관계를 기존 '국가별 동반관계 협력 프로그램(IPCP)'에서 격상한 '국가별 맞춤형 동반관계 계획 (ITPP)'의 주요 골자이기도 하다. 용산 대통령실은 여기에 △비확산 △대테러 △정보공유 등을 더해 11개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90개 항목으로 된 정상회의 코뮈니케에서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관련 조항은 북한 대량살상무기 및 탄도미사일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CVID)를 언급한 57항이 유일하다. 북한에는 일본을 포함, 미국, 한국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11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낙 영국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2023.7.11. UPI 연합뉴스

스톨텐베르그는 지난 1월 30일 서울의 최종현학술원 강연에서 '한반도 유사시 한국이 나토로부터 기대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추측하는 것은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당시의 어정쩡한 입장에서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왜 나토는 한국을 비롯한 IP 4개국 정상을 2년 연속 초청했을까.

동아시아 유사시 나토 대책?

스톨텐베르그는 11일 한국, 12일 일본 정상과 가진 양자 회동에서 그 일단을 드러냈다. "한국은 나토의 매우 큰 가치의 파트너"로 일본은 "다른 어떤 파트너도 일본처럼 나토와 가깝지 않다'는 외교적 수사를 내놓았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겐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결국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일이 한반도(일본)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협력의 실체는 우크라이나 지원인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한국이 수출한 K-2 전차가 지난 3월 30일 폴란드 오르지스 인근에서 열린 군사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2023.3.30. 로이터 연합뉴스 

IP 4개국 외 지난해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초청됐던 필리핀과 태국, 대만 등 아시아 3개국 정상이 이번에 제외된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필리핀과 태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은 물론,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되레 7월 15일 태국 푸켓에 영사관을 개설했다. 제재 참여국인 대만이 빠진 것은 나토·중국 관계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상회의 코뮈니케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이어 중국을 '총체적인(systemic) 도전이자 포용(engagement) 대상'으로 명시했다. 지난해 나토 신전략개념에서 규정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중국을 기존 국제질서를 바꾸려는 의도와 경제·외교·군사·기술적 능력을 갖춘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한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전략서(NSS)의 평가와는 거리가 있다.

EU 정상회의는 지난 6월 30일 중국과의 탈 위험(de-risking) 전략을 공식 채택했다. "균형 잡힌 포용과 상호성에 토대를 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를 중국과 함께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취임 이후 사실상 중국과의 탈 동조화 (decoupling)을 추진해온 미국과 결을 달리한 것이다. 31개 나토 회원국(스웨덴 제외) 중 29개를 차지하는 유럽 국가 사이에도 중국 평가에 이견이 있지만, EU 차원에서 아퀴를 지은 것이다. 2019년 'EU 전략 전망(Strategic Outlook)'에서 밝힌 "중국은 유럽에 협력 및 협상 파트너·경제적 경쟁자·총체적 라이벌의 삼중 관계"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과 우크라이나 전쟁 및 대만해협 긴장 고조에도 바뀌지 않은 유럽의 대중국 정책이다.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지난 6월 30일 중국 전략을 발표하면서 포함한 그래픽 자료.  EU와 중국이 세계 양대 교역 파트너라면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23.6.30. 유럽연합 정상회의 누리집

EU, 나토 정상회의 전 대중국 포용전략 채택

스톨텐베르그가 지난 1월 방일 이후 공표해온 도쿄 연락사무소가 코뮈니케에 담기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번 회의에서는 스위스 제네바와 요르단 암만을 역외지역 연락사무소 후보지로 결정했다. 당초 IP 4개국과의 군사협력을 염두에 둔 '도쿄 사무소'는 일단 물 건너갔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반격전을 시작한 이후 미국의 한 달 생산분의 포탄을 일주일에 소비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높아진 국방예산의 최소 20%를 무기 구매 및 연구&개발(R&D)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무기·탄약을 확보하기 위해 방위산업 육성도 다짐했다. EU 정상회의는 내년 3월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에 100만 발의 포탄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무기·포탄의 생산력을 높이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또 투자를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뒤에는 공장에 불이 꺼질 가능성도 있기에 얼마나 생산설비를 늘릴지를 두고 회원국 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이래저래 당분간 한국산 무기·포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반도 안보와 큰 관련은 없지만, 한국이 당분간 나토에서 '특별대우'를 받게 될 것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가  열린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동에 앞서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다. 2023.7.12.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후보국이 거쳐야 하는 2단계 절차 중 ‘멤버십 행동계획(MAP)’을 면제하고, 추후 민주주의 거버넌스 구축 및 나토군과의 상호운용성 등을 평가해 결정키로 했다. 가입 일정은 규정하지 않았다. "일정이라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해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간청에도, '제한전'이자 '대리전'에 그치려는 강대국 정치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워싱턴조약 10조에 따라 가입을 결정, 통보하는 주체는 미국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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