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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키라고 준 살상무기 러시아 침공에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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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회원국이 지원한 무기·탄약은 러시아군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방어가 목적이다.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사용 장소를 특정한다. 우크라이나 국경 너머에서 사용됐다면 우선 우크라이나 정부가 지원 조건 또는 지원 계약을 위반한 것으로 통제력에 결정적인 결함을 드러낸다.

더 중요한 의미는 러시아 내에서 발견된 자국 무기·탄약은 대러시아 적대행위의 증거가 된다는 점이다. 이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의 충돌로 확전되는 것을 경계해온 미국과 나토의 방침을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러시아 벨고로드주 소보레브카 마을에서 친 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벨고로드 주정부가 공개한 사진이다. 2023.6.2.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폴란드·벨기에·체코 무기 확인, 우크라 통제력에 의구심

지난 4월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이후 불거진 국산 155㎜ 포탄의 우크라이나 직접 지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국이 직면할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러시아 벨고로드주를 습격한 친우크라이나 무장세력은 러시아 자원병들로 조직된 러시아자유군단(LFR)과 러시아의용대(RDK) 등 두 곳이다. 두 단체 구성원의 일부는 신나치 극우주의자들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3일 두 무장단체가 소셜서비스네트워크(SNS)에 게시한 현장 동영상과 사진을 분석한 결과 미국과 폴란드의 지뢰방호장갑차(MRAP)와 벨기에 및 체코산 소총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장갑차 3대는 미국이, 1대는 폴란드가 각각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토군이 사용하는 AT-4 대 탱크 무기도 확인됐다.

두 단체는 모스크바에 드론 공격을 하는 한편, 벨고로드주에 침입해 아파트에 포격을 퍼부었다. RDK는 지난 1일 벨고로드 깊숙이 침입해 전투를 벌이는 동영상을 공개했고, LFR도 같은 날 국경에서 1.6㎞ 정도 떨어진 벨고로드주 노바야 타볼잔카 마을의 시가전 동영상을 내놓았다. 브야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셰비키노의 아파트 건물 두 곳이 이날 최소 850여 발의 박격포 공격을 받아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친 우크라 무장세력인 러시아자유군단이 이 친 우크라이나 무장세력 러시아자유군단(LFR)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벨고로드주 노바야 타보잔카 인근에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LFR이 1일 SNS에 공개한 사진이다. 2023. 6.1. 로이터 연합뉴스

벨기에 조사 착수, 미국은 "조사 안할 것"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의 무기는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를 방어하는 데 사용한다는 조건 하에 공급된 것"이라면서 국방부와 국방정보국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포스트의 질의에 "미국은 러시아 영내 공격에 미제 장비가 사용되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는 원칙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LFR의 정치조정역은 "러시아군으로부터 전리품으로 획득한 무기들"이라고 주장했지만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RDK는 성명을 통해 서방 국가들의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비디오에서 벨기에와 체코산 소총을 들고 있음이 확인됐다. 포스트가 5월 22일 이후 RDK가 공시한 동영상과 사진에는 또 다른 MARP 4대와 50 칼리버 기관총이 탑재된 험비 장갑차를 발견했지만, 제조국을 규명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쟁 첫해에는 우크라이나 측이 러시아 영내 공격을 할 때마다 러시아군이 나토 회원국에 보복 공격할 가능성을 들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군의 역공세가 임박해지면서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타임스 기고를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어 공격하도록 장려하지도, 가능케 하지도 않는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타임스는 그러나 미제 무기 사용과 관련해 "우리가 이 문제를 조사할 것 같지는 않다"는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의 말을 전하면서 미국의 입장 변화를 짚었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의 카호우카 댐이 폭파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6일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각각 상대방의 소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3.6.6. AFP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 입장 선회, 확전 우려 높여

개전 초 공격무기 제공을 거부했던 미국은 작년 7월부터 다연장로켓시스템(HIMARS)을 비롯한 공격무기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M1 에이브럼스 탱크를 제공한 데 이어 최근엔 F-16 전투기 제공을 승인했다. 러시아와의 확전 또는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사용에 대한 두려움이 잦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타임스는 분석했다.

달리 말하면 전쟁이 더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측은 아직 무장세력의 월경 공격에 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드니프로강의 카호우카 댐이 6일 파괴되면서 수십만 명이 거대한 환경 재앙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측은 각각 상대방이 댐을 파괴했다고 주장하지만, 파괴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이날 드니프로강 우안의 10개 마을과 우크라이나군이 수복한 헤르손시 일부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아직까지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의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면서 방사성 물질 피해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참호전과 포격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핵강국 러시아가 참전하고 있어 확전 가능성이 상존한다.  러시아군 점령지에 있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전경. 2023.3.3  타스 연합뉴스

카호우카댐 폭파, 러-우 각각 "상대방 소행" 

카호우카 댐을 파괴한 주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토와 유럽연합(EU)은 일제히 러시아를 비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정치인 출신 답게 이날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민간인 수천 명을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심각한 환경 파괴를 유발한다"면서 러시아를 비난했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도 "민간 시설 파괴는 명백한 전쟁범죄"라며 "러시아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호우카 댐 폭발은 우크라이나 군이 지난 4일부터 도네츠크주 동남부 5곳에서 대규모 공세를 벌인 가운데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진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군이 탱크 10여 대를 잃고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채 격퇴됐다고 발표했다. 진격에 성공했다는 우크라이나 군의 발표를 보면 500m, 1000m 정도 전진했다. 본격적인 대공세라고 보기 힘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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