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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갈수록 몰리는 '푸틴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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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방보안국 기념일이었던 지난 20일 화상연설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4개주 상황이 극도로 어렵다면서 국경 보안 강화를 지시했다.  2022.12.20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동진과 러시아와 한 민족인 우크라이나의 배신을 빌미로 지난 2월 24일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부패와 무능, 비효율 탓에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고 지난 3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북부 지역에서 일찌감치 철수했다. 전선은 12월 하순 현재 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등 동남부 4개 주에 고착돼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혹 1개를 떼려다가 2개를 붙인 격이 됐다.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가 지난 5월 나토 가입절차를 공식 착수했기 때문이다. 유럽 의회는 지난 6월 23일 우크라이나에 유럽연합(EU) 회원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조속한 회원국 부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러시아의 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이 확보된 '다극화된 세계'를 꿈꾸고 있을까. '존재론적 위협'인 나토의 동진에 쐐기를 박았을까. 전장의 현황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19일 민스크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22.12.19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 동남부 4개주에 고착된 전선

러시아는 2014년 침공 당시 전체의 3분의 1정도 점령했던 도네츠크·루한스크주의 돈바스 지방조차 석권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 지방의 40% 정도를 지켜내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9월 동부 키르키우주의 전략 거점을 잇달아 포기했다. 헤르손과 자포리자주도 일부만 점령했을 뿐이다. 헤르손주의 주도 헤르손시는 11월 11일 우크라이나군에 넘겨줬다. 러시아가 특별군사작전으로 유일하게 접수했던 주도(州都)였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인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드론 공격을 가하는 등 공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엔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 간 케르츠해협 대교가 화물열차 폭발로 파괴됐다. 

러시아로선 도네츠크주의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지난 5월 점령한 게 그나마 의미 있는 승리였다. 덕분에 러시아 국경에서 크림반도까지 육로를 확보했다. 파죽지세로 키이우를 공략, 젤렌스키 정권을 교체하려던 러시아군의 전력이 이리 형편없었는지 푸틴 자신도 몰랐을 게 분명하다. 러시아군은 애꿎은 병사들의 희생을 야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9일 저녁 연설에서 러시아군 사망자를 10만명으로 추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0일 러시아군과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도네츠크주 바크무트를 찾아 병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22.12.20  AP연합뉴스

당분간 '전쟁 동결'…올 봄 총공세 예상

러시아군이 계속 밀리던 전황은 지난 10월 초 세르게이 수로비킨 장군이 침공군 사령관으로 새로 임명되면서 양상이 변했다. 수로비킨은 대포와 미사일, 이란제 드론으로 전력망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기간시설을 파괴하고 있다. 외신은 12월 들어 전력망의 45% 가량이 파괴됐다고 전한다. 헤르손시 철군작전도 이전과 다르게 질서정연하게 이뤄졌고, 철군한 뒤에도 포격을 집중해 헤르손시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현재 도네츠크주 바크무트를 공격하는 것 외 뚜렷한 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 나토는 결전의 시기를 내년 봄으로 잡고 있다. 

얀스 스톨덴베르그 나토 사령관은 지난 9일 노르웨이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최소한 단기간이라도 '전쟁의 동결'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푸틴의 부분동원령으로 보충된 병력에 대한 훈련과 군대 재조직, 정비, 회복 기간을 확보한 뒤 봄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9월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한 도네츠크주 보호로디친 마을의 파괴된 학교 건물. 주민들은 일부만 돌아와 무너진 집을 다시 짓고 있다.  2022.12.20  AFP연합뉴스

푸틴은 12월 들어 최근 러시아의 '세력권'에 있는 국가 정상들과의 회동을 잇달아 갖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9일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정상회의에 참석,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3개국 간 '천연가스 연맹'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모든 게 안정적"이라면서 "현재로선 어떠한 이슈나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19일엔 민스크를 3년 만에 방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군 합훈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는 공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중립국화·탈나치화, 멀어진 목표

푸틴의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밝힌 전쟁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의 '비무장 중립국화'와 '탈나치화'의 두 가지다.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은 3월 28일자 러시아 신문 로씨스카야 가제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탈나치화가 향후 (종전을 위한) 외교적 협상에서 러시아가 도달하게 될 두개의 요소"라고 밝혔다. 현실은 거꾸로 전개되고 있다. 

중립국화와 관련해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의 '핀란드화'가 담론 차원에서 제기됐지만, 핀란드가 나토가입에 나서면서 사라졌다. 미국과 나토는 전쟁을 빌미로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전진 배치했다. 조만간 미국이 중거리핵전력(INF)조약 탈퇴 뒤 개발중인 신형탄도미사일과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이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배치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다. 푸틴이 가장 경계하는 금지선(red line)이다. 중립국화는커녕 전쟁 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제기했던 안보위협이 더 커졌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세력 아조프 연대에 억류됐던 친러시아계 주민들이 지난 5월 6일 도네츠크주 베지메노예 마을에 마련된 임시 거처 앞에 서 있다. 2022.5.6  TASS연합뉴스

탈나치화 목표 역시 달성할 길이 묘연하다. 2014년 이후 돈바스 지방과 크림반도 내에서 끊임없이 안정을 위협하던 젤렌스키 정부의 민족주의 성향은 전쟁의 포연 속에 철저히 가려졌다. 젤렌스키는 되레 국제적으로 민주주의 가치의 대변자인양 행세하고 있다. 오는 21일 워싱턴을 방문해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원들에게 "민주주의에 특별한 초점을 맞춘 회의에 참석해달라"고 당부했다. 

푸틴으로선 조만간 나설 총공세에서 점령지역을 확대, 병합한 뒤 전쟁을 끝내는게 최선의 길로 관측된다. '남동부 4개주+α'이다. 푸틴은 2월 21일·24일 연설에서 군사작전의 대상지로 돈바스 지방을 지목했다. 여기서 확대된 현 점령지만 유지해도 2014년 침공에 비하면 진전이다. 국내적으로 나올 '패전 비난'에서 어느정도 거리를 둘 수 있다. 

바이든 전략은 러시아 국력의 영원한 약화?

미국 중간선거 이후 제기된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해 푸틴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은 러시아가 더 종전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11월 중순 발리 주요 20개국(G20) 계기에 있었던 정상회담은 바이든이 강하게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미국은 푸틴이 제한적으로나마 전쟁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태세다. 존 미어샤이어 시카고대 교수는 이미 지난 여름부터 "바이든은 러시아의 영토확장을 백지화함으로써 러시아의 국력을 영원히 약화시키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음식점에서 한 남자가 손전화를 들여다보고 있다.  벽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다. 2022.12.13  AFP연합뉴스

전선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서방이 러시아의 완전한 패배를 추구하는 한 파국을 예고한다. 러시아가 강대국(super power) 지위를 내려놓는다고 해도 미국과 함께 양대 핵강국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과정에 핵무기 균형과 안전이 파괴됨으로써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바로 모두가 가장 경계하는 세계 3차대전의 지구종말상황(amageddon)이 된다. 바이든을 주어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개전 10개월, 기로에 선 '푸틴의 전쟁' < 국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우크라이나] 개전 10개월, 기로에 선 '푸틴의 전쟁'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자주. 오는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만 10개월이 된다. 전선은 교착됐고 미·러는 어떠한 타협 조짐도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은 물론, 아시아까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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