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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미 공군기지는 왜 긴급 대피령을 내렸을까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2. 11. 29.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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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발사한 '괴물 ICBM'이 일본 홋카이도 서쪽 바다에 떨어진 지난 18일 일본 도쿄의 한 거리에서 주민들이 긴급 속보를 보고 있다. 1만3500명이 근무하는 일본 본섬 최북단의 미 공군 미사와 기지에는 긴급대피령이 내려졌다.  2022.11.18 EPA연합뉴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동해상으로 날아가던 11월 18일 오전. 일본 아오모리현 미사와 주일 미 공군기지의 경보망이 가동됐다. 미공군 35전투비행전단 사령관은 오전 10시 15분쯤 "(기지 내) 전원 가까운 대피소에 몸을 피하고 추가 알림이 있을 때까지 머물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도 공시했다. 

사령관은 40분 뒤 '예방조치'로 취했던 대피령을 종료했다. '괴물 ICBM'이 6000여㎞ 상공까지 올라갔다가 홋카이도 서쪽 바다에 떨어진 뒤였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고 넘긴 사안이다. 미사와 기지는 일본 본섬 최북단에 위치한 기지로 남쪽의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와 함께 주일 미 공군의 핵심전력이 집중된 곳. 기지 근무자가 1만3500명에 달한다. 북한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한 10월 4일 오전에도 대피령을 내렸다. 

미사와 기지가 올해만 두차례 긴급대피령을 내린 것은 그만큼 북한 ICBM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미 양국의 국가안보회의(NSC)가 입장을 내거나 긴급 소집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비판하고 나선 것은 괴물 ICBM의 심각성을 입증하는 또다른 방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딸과 함께 평양의 한 공항에서 화성-17형으로 보이는 미사일을 바라보고 있다. 북한 당국이 19일 공개한 사진이다.  2022.11.19 UPI연합뉴스

 

무기 성능에 관한 북한의 주장은 대개 몇 발 앞선다. 2017년 11월 화성-15형 시험발사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성능이 100% 입증된 게 아니었다. 이번에도 북한은 아직 핵탄두가 대기권 재진입할 때 고열과 마찰을 견딜 수있는지 입증해보인 적이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화성-17형이 지금까지 나온 ICBM 중 가장 위력적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미사일 시험발사에 관한 한 칼자루는 북한이 쥐고 있다. 한미일이 아무리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도 맞대응 차원에서 전력을 전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3국이 각각 내놓은 입장에는 도발 중단을 촉구하고, 규탄한 뒤 유엔 안보리를 통한 추가 제재 경고가 되풀이됐다가 소멸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및 국제사회와 함께 안보리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북 규탄과 제재를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백악관 NSC와 기시다 일본 총리가 내놓은 말도 대동소이하다.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 2대가(가운데) 각각 4대의 한국 공군 F-35 전투기와 미 공군 F-16 전투기와 함께 지난 5일 비질런트 스톰 훈련의 일환으로 한국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2022..11.5 연합뉴스
 

 

안보리는 21일 소집됐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아무런 제재안도 결의하지 못한채 종료됐다. 올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의제로 소집된 안보리 회의가 대북 추가 제재안을 끌어내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난 게 10번째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이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는게 미국의 입장이지만, '절반의 진실'이다. 좁게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원인을 보는 한·미와 러·중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고, 넓게는 세계 질서를 읽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러·중은 한반도 전쟁위기가 세계의 주목을 끌던 2017년 7월 내놓은 공동방안을 아직 유지하고 있다. 그 첫 단계가 쌍중단(한·미 합훈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유예)이다. 한·미는 "합훈은 방어적 목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무력 시위를 일방적인 도발로 규정해왔다. 

북한 화성-17형 미사일이 지난 18일 평양의 한 공항에서 발사되고 있다. 2022.11.19 연합뉴스

 

21일 안보리에서 장쥔 중국 대사는 "미국이 결단력을 보여 현실적인 제안을 내놓으라"면서 "군사훈련 중단 및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우려에 답하라"고 촉구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한·미합훈을 언급하면서 "그러한 군사적 조치들과 (안보리) 추가 제재는 동북아시아 전체에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안보리는 (추가 제재로 문제 해결에) 장애물이 될 것이 아니라 남북대화 및 다자간협상을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와 북한의 무력시위는 서로 상대를 빌미로 반복되는 연쇄반응이다. 북한이 나흘 동안 초대형방사포탄을 포함해 총 38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한 11월 초에는 한·미 공군이 최대 규모의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실시하던 시기와 겹친다.

그러나 이번 화성-17형 발사는 한·미 합훈과 상관없이 ICBM 성능 개선이 목적이었다. 러·중이 그럼에도 '쌍중단'을 되풀이 강조한 까닭은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방침에 동조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2017년 러·중 공동방안의 2단계는 평화협정 체결, 3단계는 다자간 지역안보체계의 확립 및 비핵화 협상 병행이다. 단계별로 구분한 이유는 다음 단계 이행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에브스티그니바 차석대사가 이중 3단계의 '다자간협상'을 언급한 것은 역설적으로 러시아가 이 문제에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원칙대로 강경한 목소리를 냈지만, 미국에도 한반도는 우선 순위가 아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2019년 3월 2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중이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해 호치민 영묘를 방문했을 때 사진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24일 한국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검토 소식에 반발하며 북한이 서울을 과녁으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을 규합하는 게 최우선 순위일 게다. 핵협상 재개가 걸린 이란과 미국에 고개를 드는 사우디 아라비아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녹록지 않은 골치거리다. 11월 14일 발리 미·중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듭 확인하고 각급 대화 채널을 복원했지만, '꺼진 불'도 다시 봐야하기에 중국과 양안에서 관심을 돌리기 어려운 처지다. 

북한은 빈틈을 활용해 괴물 ICBM 발사에 성공한 뒤 실전배치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1월 24일 담화에 서울을 과녁으로 삼을 수 있음을 내비쳤다.

아이러니하지만,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한다면 오히려 미국과 러·중의 입장이 일시적으로나마 근접할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의 ICBM 발사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붕괴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북한이 쉽게 핵실험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사회가 10번의 '빈손 안보리' 경험에서 얻은 학습효과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더 발사하더라도 같은 장면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같은 구조의 안보위기가 반복되면 돌파구를 마련하거나, 최소한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상식이다. 대통령 이하 외교안보 관료들이 봉급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운데)가 지난 21일 각국 대사들과 함께 북한의 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안보리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2022.11.21 AP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한반도 주변 해역에 북한 미사일이 무더기로 쏟아지는 상황에도 머나 먼 인도·태평양을 바라보고 있다. 수출 역군을 자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무기수출 성과를 자랑한다. 여당 북핵위기대응특위는 생뚱맞게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를 '공개' 제안했다. 

2022년이 저물어가는 지금, 한반도 안보기상도에는 먹구름이 가시지 않는다. 한줄기 빛도 안 보인다. 긴급대피령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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