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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시간은 가라. 이제는 분노의 시간!”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2. 11. 2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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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정부가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앞에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 시장의 근조화환이 쓰러져 있다.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이 쓰러뜨렸다. 2022.11. 연합뉴스
 

때론 '타인의 시선'이 우리를 더 잘 볼 수 있다. 이태원 참사 뒤 한국 사회처럼 끝없는 논란 속에 날을 지새우는 공동체라면 더욱 그렇다. 꽃 같은 청년 158명이 골목길 바닥에서 압살당한 '이태원 참사' 마저 논란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있지 않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국가의 존재'는 안보이고 도처에서 서슬 퍼런 수사의 칼날만 번뜩인다.

외신의 시각 두 개를 소개한다. 참사 20일의 시작과 끝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선 영국 공영방송 BBC가 11월 17일 내보낸 "슬퍼할 시간은 지났고, 이제는 분노할 시간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다. 

쾌활한 성격의 딸을 싸늘하게 식은 재로 다시 만난 송후봉씨의 피맺힌 육성을 담았다. 딸의 이름은 은지(24). 아버지는 세계를 여행하고 싶어했던 딸을 서울 한복판에서 앞세웠다. 가족은 딸의 사망소식을 접하기까지 18시간을 비탄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의료진은 부모에게 딸아이의 두 팔이 부러져 있었다고 전했다.

'10.29 이태원 참사'에서 딸 은지(24)를 잃은 송후봉씨의 사연을 소개한 영국 BBC방송의 11월 17일 기사. 송씨는 왜 정부가 유가족들을 떼어놓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많은 국내 언론이 참사 현장을 떠나 생경한 논란과 수사 속보를 전하는 데 코가 빠져 있는 사이 BBC 진 매켄지 특파원은 서울 외곽 화장장을 찾아 부녀의 작별 현장을 묵묵히 지켰다.

기사의 제목은 참척의 고통으로 울던 아버지가 한 말이다. 그가 슬픔 속에서 '분노'를 꺼낸 까닭은 "그들이 그 많은 인파를 예상했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 때문이다. "(인파를 정리할)경찰관 10여 명만 있었으면 딸이 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3주 가까이 지나면서 당국이 더 잘 대비하고 더 빨리 대처했으면 예방 가능한 참사였다는 사실은 갈수록 분명해진다.

13만명이 모인 이태원에 군중을 통제하기 위해 파견된 경찰관은 없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11월 16일 국회에 출석해 참사 발생 전 핼러윈 안전을 위해 기동대 투입을 두 차례나 서울 경찰청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사실을 증언했다.

BBC는 수사관들은 위험을 경고한 경찰 보고서가 삭제된 경위를 따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고, 고위직의 누구도 사임하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사람들을 더 분노케 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아버지의 말 역시 "아주 높은 위치의 누군가가 이 일에 책임을 져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방송은 윤석열 대통령이 잘못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수천명의 반 정부 시위대는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직후인 11월 1일 참사의 원인과 전망을 짚은 블룸버그 통신 기어로이드 라이디의 칼럼

 

대부분의 외신은 이태원 참사를 2014년 세월호 참사와 연관해 바라본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과 윤석열 대통령의 해임 가능성을 연결시킨다. (집권 여당의 논리에 따르면 "참사를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된다. 그런데 외신 저널리스트들이 내정에 간섭할 이유가 무엇인가.)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희생자의 대부분이 청년들인 점, 참사에 대한 지도자의 낮은 공감력 등 세가지 근거가 외신 논평의 핵심 요소들이다. 대부분의 내신과 확연히 다른 시각이다. 블룸버그 통신이 한국 시간 1일 새벽 6시 전한 기어로이드 라이디의 칼럼 '핼러윈 비극은 매우 인기가 없는 지도자에게 시험'은 BBC 매켄지 특파원과 같은 분석을 일찌감치 내놓았다.

라이디가 청년들의 죽음에 지도자의 공감력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은 것은 한국과 일본을 담당하며 해당국 국민정서를 꿰뚫어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는 세월호와 함께 희생자 규모는 적었지만 미 해군 핵잠수함이 수산고등학교 견습선과 충돌해 고교생 4명이 죽은 2001년 사건을 예로 들었다. 세월호가 공감능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을 부른 것처럼 사고 소식을 보고받고도 18홀까지골프 라운딩을 했던 모리 요시로 총리가 사임한 게 같은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었다.

바야흐로 압수수색의 계절이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정부 서울 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BBC 방송은 그러나 참사 당일 119신고를 묵살한 사람들만의 잘못이라고 보는 여론은 극히 드물다면서 사고 전날 이전에 대비를 하지 않은 게 문제라는 여론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2022.11.17 연합뉴스

 

라이디는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율이 78%로 조사대상 12개국 지도자 가운데 가장 낮았던 점(모닝 컨설트 조사)을 또 다른 이유로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 없는 지도자가 청년들의 죽음에 공감력까지 떨어진다면 국민적 거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었다. 라이디는 칼럼 말미에 "서울에서 벌어진 일은 자연재해가 아닌, 피할 수 있었고, 피했어야 했던 비극"이었다면서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는 그가 어떤 사후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다.

참사 20일이 지나 BBC 매켄지가 내놓은 분석은 바로 그 '사후조치'의 문제를 파헤친 것이었다. 그는 "취임 6개월 동안 지지율이 25%까지 추락했던 윤 대통령이 적어도 젊은층에서는 인기가 높았다"면서 "하지만 이태원 희생자들은 바로 그들의 친구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항의 시위를 위해 거리에 나선 이모씨(여·27)의 말을 인용해 "그(대통령)가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에 화가 난다"고 전했다.

매켄지는 또 현재까지 정부는 경찰과 소방 당국의 과실에 집중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발생 몇시간 전 119 신고를 묵살한 응급당국 만의 잘못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참사 전날까지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BBC는 소방 공무원 노조가 참사 책임의 주체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지목하면서 특별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앞 길에 수많은 조화와 추모의 글이 붙어 있다. 11월 14일 현장에서 본 꽃다발들은 대부분 시들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벌써 참사를 잊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 꽃이 더 시들어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지 않나 싶다.시민언론 민들레

 

푸른 눈의 저널리스트 두 명이 간파한 이태원 참사의 전모다.

BBC 매켄지에 따르면 송씨는 화장장을 떠나기 전 다른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골 항아리를 찾았다. 그는 자식을 잃은 다른 가족을 만나기를 절실하게 원한다면서 그래야 서로 위안을 삼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송씨는 그러나 당국은 유족들의 접촉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 왜 유족들을 서로 떼어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 모닝 컨설트가 11월 17일 발표한 22개국 지도자 지지율 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간 지지율은16%로 최하위 자리를 지켰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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