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대통령(이집트)이나 실세 왕세자(사우디)가 직접 나가 영접을 했던 것과 달리 요란한 의전도 없었다. 국빈방문의 경우 외교부장관을 공항에 내보내는 것이 국제적인 관례다. 2015년 7월 서방과 역사적인 핵합의를 이룬 이란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게 중국의 투자자본이 필요했지만 가장 덤덤하게 시 주석을 맞은 것이다. 지난해 에피소드를 새삼 다시 꺼낸 것은 최근 사건에서 이란의 저력이 새삼 돋보여서다. 한국 사회는 유독 서방 주요국가의 작은 움직임에 쉽게 감동 또는 실망하지만 정작 다른 중견국의 의미 있는 행보에는 관심을 덜 두는 경향이 있다.
![지난 7일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이 자살폭탄과 소총으로 공격한 이란 수도 테헤란 한복판의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혁명수비대 대원들이 한 어린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http://img.khan.co.kr/news/2017/06/13/l_2017061301001577700122712.jpg)
지난 7일 이슬람국가(IS) 테러범들이 자살폭탄과 소총으로 공격한 이란 수도 테헤란 한복판의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혁명수비대 대원들이 한 어린이를 대피시키고 있다. 테헤란/AP연합뉴스
■‘상처받은 거인’의 조용한 행보
규모와 파장은 달랐지만 국가의 양대 상징이 공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2001년 9·11테러를 연상시켰다. 알카에다 테러범들은 당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 월가의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미국 군사패권의 상징인 펜타곤을 겨냥했다.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크게 두개의 적과 대적하고 있다. 주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주변의 수니파 아랍국가들과 물과 기름이다. 여기에 미국이 뒷배를 보아주는 이스라엘과 대적하고 있다. 때문에 2008년 이후 알카에다를 비롯한 수니파의 ‘종교테러’와 이스라엘의 원전 공습 및 스턱스넥 사이버공격, 모사드의 소행을 추정되는 이란 핵과학자 연쇄 암살 등의 ‘국가테러’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시아파 이슬람공화국의 양대 상징에 대한 공격은 없었다.
![지난 7일 IS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한 테헤란 남부의 이맘 호메이니 영묘. 평소에도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곳이다. AP연합뉴스](http://img.khan.co.kr/news/2017/06/13/l_2017061301001577700122714.jpg)
지난 7일 IS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한 테헤란 남부의 이맘 호메이니 영묘. 평소에도 많은 방문객들이 찾는 곳이다. AP연합뉴스
■국가상징에 대한 테러? “폭죽놀이일 뿐”
빈말이 아니었다. 사건 발생 사흘 만인 지난 10일 밤(현지시간) 이란 정부는 테헤란 테러에 대한 응징공격 완료(Mission completed)를 선언했다. 마무드 알라비 이란 정보장관이 TV에 나와 이웃국가에서 테러의 주범을 “지옥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이란 첩보요원들이 이웃국가 정보당국의 협조를 받아 주범을 해당국가에서 제거했다고 했다. 이웃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테러주범이 누구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쥐도새도 모르게 적을 제거해온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의 암살수법을 연상시켰다. 이란 당국은 수년 전부터 이란 쿠르드 지역에 침투한 IS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 짓고 있다.
규모와 파장은 비교가 되지 않지만, 16년 전 미국의 국가상징이 공격을 받은 9·11테러의 후유증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아직도 종료되지 않았다. 특히 ‘9·11테러 배후→대량살상무기(WMD)→독재자 타도’ 등 부시 행정부가 급조한 전쟁명분 탓에 독일을 비롯한 많은 동맹국들 마저 외면했던 이라크 침공은 수십만명의 민간인 피해를 남긴 채 평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7일 수도 테헤란에서 대학생들과의 대화행사에 참석해 국회의사당과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해 말하고 있다. 테헤란/EPA연합뉴스](http://img.khan.co.kr/news/2017/06/13/l_2017061301001577700122711.jpg)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 7일 수도 테헤란에서 대학생들과의 대화행사에 참석해 국회의사당과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서 발생한 테러에 대해 말하고 있다. 테헤란/EPA연합뉴스
■이중, 삼중의 적에 둘러싸인 ‘지역강국(Regional Power)’의 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P5)+1(독일)과 수년 동안 벌였던 핵협상의 내용을 들여다본 각국 외교관들은 이란 외교의 내공에 혀를 내둘렀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관여해온 한국의 한 퇴역 고위 외교관은 “이란은 걸핏하면 억지를 부리는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외교강국”이라고 감탄한 바 있다. 북한 핵문제를 맞닥뜨리고 있는 동아시아 한 분단국가에 시사하는 바도 적지 않다. 명분과 논리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끈질진 협상으로 국가의 이해를 극대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