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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평화, CIA의 충고

칼럼/아침을 열며

by gino's 2011. 3. 2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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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무도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잘 들리지 않는다. 천안함 사건 1주년에 즈음해 전쟁 담론이 압도적이다. 하긴 ‘평화’를 거론했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정치인도 있다. 서슬퍼런 냉전시절의 이야기라고 치자. 하지만 그 서슬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자주 시퍼렇게 되살아 난다. TV토론회에 나온 ‘이른바 보수’ 논객들은 하나같이 임전의 굳은 결의를 강조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을 보내면서 안보의식이 허약해졌다는 지적이 단골로 나온다. 토론 중에 옥신각신하는 여야 의원들을 보면, 참 먹고사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발언 내용의 사실관계나 잘잘못을 따지자는 말이 아니다. 평화 이야기를 하자는 것뿐이다. 

 


서해교전 해상위령제에서 함상에서 유족들이 바다에 꽃을 던지며 오열하고 있다. (2005.06.27) | 경향신문 DB
 
 
보수 앞에 ‘이른바’라는 수식어를 꼭 달아야 할 까닭이 있다. 나라를 막론하고 보수의 변하지 않는 덕목 중 하나는 애국이거늘, 유독 대한민국의 보수는 사랑의 대상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어서다. 세계 십몇위권의 경제권이고, G20을 개최한 나라라고 그리 자랑스러워하면서도 안보문제만 나오면 많은 경우 미국에 기댄다. 그 끝은 미국의 핵우산이다. 물론 종종 별종도 있다. 박정희의 못이룬 꿈을 다시 꾸는 사람들이다. 천안함 관련 TV토론회가 끝날 무렵, 한 보수논객이 “우리도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어려워하는 것은 핵무기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참 태평한 분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필 일본 후쿠시마에서 ‘전기 만드는 핵폭탄’이 폭발해 방사능 공포가 확산되는 마당에 ‘자주적 핵무기’에 대한 눈먼 사랑을 고백하니 말이다. 

38년전 서해분쟁 이미 경고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슬금슬금 넘보기 시작하던 1973년 말. 몇달에 걸쳐 ‘도발’이 시작됐다. 북측 함정이 남측 함정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거나, 서해 5도의 우리 측 3마일 경계를 침범하는 정도였다. 경미한 성격일지언정 전례 없는 도발이었다. 역시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달랐다. 냉전의 워치독 답게 그 가벼운 이상조짐 속에서 수십년 뒤 서해상 교전과 천안함, 연평도의 화약냄새를 미리 맡았다. CIA는 즉각 분석에 들어가 74년 1월 ‘서해 한국 섬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는 NLL이 65년 1월14일 한국 해군사령관에 의해 그어졌을 뿐 어떠한 국제법적 근거도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정전협정상 분계선은 육상에만 있고 해상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남북한이 끝까지 맞선다면 선택지는 두개뿐이다. ‘육상 한국전쟁’에 이어 ‘해상 한국전쟁’을 새로 벌여 해상 분계선을 새로 긋던지, 아니면 평화적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CIA는 이 중 두번째 방식을 가능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제법과 국제관행에 걸맞게 북측 해안과 서해 5도 간 등거리를 따라 ‘중간선(median line)’을 긋자는 것이었다. 한반도 해안에서부터 공해까지 중간선을 연결함으로써 대륙붕 자원개발 구역을 할당하자는 아이디어도 보고서에 담았다. 남측은 서해 5도로 안전하게 접근하고, 북측은 공해상에서 해주로 들어가는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CIA가 내놓은 분쟁 방지 해법이었다.

천안함이건, 서해상 교전이건 대한민국의 젊고 아름다운 영혼들이 스러지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막내 아들을 잃고 “생각하면 할수록 분통이 터지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통곡하는 어머니의 심정도 같았을 것이다. 정부는 K9 자주포를 비롯한 각종 첨단무기의 서해배치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서해를 제패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창과 방패도 100% 완벽할 수는 없다. 북한 측에 더 많은 피해를 입힐지언정 우리 측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을 비법이 없기 때문이다. 반공의 첨병이기도 했던 CIA가 ‘북한 해군의 궤멸 필요성’이나 ‘NLL 사수’ 대신 ‘중간선’이라는 해법을 내놓은 까닭이기도 하다. 

남북 윈윈 ‘중간선’ 참고할 만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건 1주년을 맞아 ‘진실을 둘러싼 국론분열’을 두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했다. 과학적 진실의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것이 왜 국론분열이 되는지 참으로 의아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다음말에는 공감이 갔다. “46명의 젊은이들이 칠흑 같은 밤에 나라를 지키다 순국했다. 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나.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다.” 맞다. 그럼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강 대 강의 맞대결로 갈 것인가, 아니면 CIA의 충고를 따를 것인가. 정녕, 또다시 죄없는 젊은이들의 희생을 막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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