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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동북아격랑 속 한국의 선택은? 문정인-박철희 교수

Interviewees

by gino's 2014. 1. 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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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중·일 만나 신뢰 쌓아야” “일본 배제는 균형 잃은 것”


 

 

 

문정인 연세대 교수(오른쪽)와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7일 경향신문사에서 ‘격랑의 동북아시아와 한국 외교의 방향’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정지윤 기자


ㆍ문정인·박철희 교수 ‘동북아 정세’ 대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미·중의 지역 패권 경쟁 속에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편승한 일본은 전후체제를 탈피해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나아가려 한다. 중·일 영토분쟁,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을 놓고 벌어지는 한·중·일 3국의 갈등 등 각국의 이해관계 충돌로 빚어진 거센 파도는 동북아 협력과 안정을 집어삼킬 기세다. 한국 외교는 동북아 격랑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문정인 연세대 교수와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27일 경향신문사에서 대담을 통해 동북아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한국 외교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 방공식별구역 파장

사회(김진호 선임기자) =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문제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이 새로운 카드를 던지고 미국과 일본이 이에 강경대응하는 모양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문정인 연세대 교수 = 중국의 행보는 2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미국과 일본의 시각인데, 부상하는 중국이 동중국해를 핵심 이익으로 보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군사력을 투사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정해진 수순대로 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각은 중국의 논리다. 댜오위다오(센카쿠) 상공에서 미·일의 공중훈련이 부쩍 늘어나 이걸 그대로 두면 일본 영유권을 기정사실화하게 되니까 중국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센카쿠 갈등이 여기까지 번진 건데 미·중 경합의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걸 어떻게 지혜롭게 극복하느냐가 문제다. 한·미·중·일 4자가 만나서 우발적 군사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신뢰 구축 조치를 해야 한다. 미·중·일을 한자리에 모아서 말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정부가 말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도 해당한다. 이런 외교에는 용기와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런 게 사실상 중견외교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 = 중국이 영토·영해·영공을 포함하는 입체적 주권 정의를 한 것이라고 본다. 전술적으로 중국이 공세에 나선 것으로 이해한다. 미국이 설정한 영역에 대해 국제사회의 사전 협의 없이 일방 선포를 하고 나중에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인 듯하다. 미국과 직접 대항해서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신형 대국관계로 우리 이익도 존중해달라는 의미다. 지금까지 항공 영역은 미국의 질서에 따라갔지만 이제 우리도 할 말을 하겠다는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해놓고 기존 질서를 서서히 바꾸려 할 것이다. 협상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본다.

문정인 = 중국의 행동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중국 견제전략에 대한 전략적 답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공동의 지역 레짐을 만들어서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자는 쪽으로 가야 한다.

박철희 = 그 점은 전적으로 동감이다. 서로 선포하는 식별구역은 오버랩될 수밖에 없고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특정 구역에서는 공동으로 자유항행한다는 레짐을 만들지 않으면 의도하지 않은 무력충돌, 전투행위가 일어날 수 있으므로 거기서 한국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 문정인 교수

“중국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미국의 견제에 대한 답변

미, 북핵 문제 ‘문턱’ 낮춰야… 한국이 창의력 발휘 주도를”


▲ 박철희 교수

“집단적 자위권 추진 일본은‘과거회귀 부정’ 입증해야

정부 강조 ‘신뢰 외교’ 변질… 유연성 발휘 ‘신뢰 구축’ 우선”


■ 집단적 자위권

사회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뭔가. 또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뭘까.

박철희 = 집단적 자위권은 완전한 형태로 갖춰진 게 아니고 현재 일본 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그런데 우리는 전제가 결론이 났다고 보고 그래서 허용하느냐 마느냐 등을 논의한다. 그런 점이 안타깝다. 우리 의사를 선제적으로 알리는 건 필요하지만 마치 결정된 걸 받아들여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식의 논의는 곤란하다.

문정인 = 아베 신조 총리가 적극적 평화주의를 이야기했고 안보간담회에서 그걸 안보정책에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일본이 세계 평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자국 평화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걸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신설, 특별비밀보호법 제정, 무기수출 금지에 대한 3원칙 개정 등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국민적 지지가 있으면 평화헌법도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 집단적 자위권 하나만이 아니고 이런 움직임 자체가 보통국가, 더 나아가 군사대국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맥락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사실 우리가 왈가왈부하지 못한다. 개헌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민의 선택이니까. 하지만 다른 편에서 보면 1930년대 일본 군국주의 부활로 볼 수도 있다.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평화적 이미지를 준 평화헌법 등을 다 깨뜨리는 것이다.

 

박철희 = 일본은 평화헌법을 개정하는 것은 힘드니까 헌법해석 변경을 통해 군사적 ‘프리핸드’를 갖겠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국제사회에서 평화주의적인 국가다. 일본은 그걸 바탕으로 분쟁 해결까지 해보겠다는 것이다. 그걸 적극적 평화주의라고 한다면 지금 가진 평화헌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동맹국이 공격받을 때 보호해주겠다는 것은 몰라도 교전지역으로 가서 돕겠다는 것은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될 것이다.


문정인 = 평화 연구에는 보편적 개념이 있다. 적극적 평화는 전쟁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소극적 평화는 불완전한 평화를 억지·동맹·군비통제 등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일본은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억제전략을 쓰면서 그걸 평화주의로 포장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의 본심을 더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박철희 = 일본이 과거의 군국주의로 회귀할 것이라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하지만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는 2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또 현존하는 평화헌법 내에서 미·일동맹의 틀 안에서 해야 한다. 그걸 벗어나면 안된다. 우리도 ‘집단적 자위권은 한반도 상황도 포함한다’는 것과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 북한 핵 문제

사회 = 새로운 지역 안보 현안이 불거지면서 북핵 문제가 자꾸 뒤처지는 것 같다. 최근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이 제기되다가 다시 사라지는 분위기다.

문정인 = 북한은 지난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5트랙 회의에서 김계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리용호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북한 주장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다. 한반도 비핵화는 지도자 유훈이며 비핵화는 정책적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은 미사일·핵실험 유예, 우라늄 농축활동 중단 등의 선행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턱을 낮춰야 한다. 한국이 미국과 같이 가면 해결하기 어렵다. 한국이 담력과 창의력으로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을 조율해야 한다. 그렇게 안 하면 쉽게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

박철희 = 나도 6자회담 유용론자이긴 하지만 거기에 너무 장밋빛 기대를 거는 것은 곤란하다. 6자회담을 통해서 북핵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한국이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니까 미·중·북이 받아들일 안을 만들어 설득하는 게 좋다.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에서도 허들이 너무 높으면 안되지만 북한이 기존의 여러 합의를 스스로 위반했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고 들어와야 한다. 잘못했는데 아무런 페널티 없이 받아들여줄 수는 없다.

문정인 = 북한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이런 것을 주장하지 말고 우선 북·미관계 정상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인센티브는 북·미가 협의하고 6자회담 국가들이 증인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단계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하다. 핵물질·핵무기 다 한꺼번에 포기해야 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 북한이 할 수 있겠나.

■ 한국의 선택

사회 = 동북아 안보 지형이 변하고 있는데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제대로 기능을 할지 우려스럽다.

박철희 = 균형외교가 굉장히 중요하다. 균형을 잡는 외교가 아니라 ‘균형잡힌 외교’를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미국에 힘을 실어줬다가 마음에 안 들면 중국으로 가는 식으로는 어느 쪽의 신뢰도 얻지 못한다. 지금 일본의 주장에 미국이 동조하는 것은 외형상 한국이 중국 편으로 간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과 3번이나 정상회담을 하고 고위급 전략대화를 했다. 그런데 일본과의 정상회담은 외면하고 외국 인사 만나서 일본을 비난하면 한국이 중국 쪽으로 갔구나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중국과 북한 문제, 동북아 평화협력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만 기존 우호국 일본을 배제하고 척지면서 가는 건 균형을 잃은 것이다.

문정인 = 지금 형국은 중국이 한국을 끌어당기고, 일본은 한국을 붙잡으려다가 갈 테면 가라고 놓아버리고, 미국은 자꾸 한국을 일본 쪽에 붙이려고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아무런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어정쩡한 상태에서 빠져나오려면 첫 번째가 남북관계 개선이다. 이게 안되면 미국과 함께 가야 하고 중국과의 관계는 깨지고 일본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중국 사람들이 “북한하고 사이가 나쁜데 상식적으로 한·미·일 전략공조가 돼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왜 일본과 그렇게 하느냐”고 묻는다. 그 이유는 전략적 이해관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내 정치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국가 이익보다 국내 정치적 이익이 더 앞서서 생기는 문제다. 그런데 대통령이 진짜 리더가 되려면 국내 정치의 포로가 되지 말고 국가의 대승적 이익을 위한 전략적 포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박철희 = 정부가 신뢰와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데 중간에 변질된 느낌이다. 신뢰 외교보다 신뢰구축 외교가 맞는 말이다. 신뢰 외교는 상대방을 신뢰할 수 없으니 나도 안 한다는 것이다. 신뢰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지를 말하는 외교가 돼야 한다. 강한 나라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원칙은 상대방에게 제시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갖는 것이다. 나는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하게 하면 된다. 상대가 원칙을 안 지키니 나도 안 한다는 것은 경직된 태도다.

▲ 박철희 (50)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 일본 국립정책연구대학원 조교수, 외교안보연구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조교수

▲ 문정인 (62)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자문위원,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제1·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 수행원


<유신모·이지선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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