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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헤이글의 반유대주의 괘씸죄

칼럼/여적

by gino's 2013. 2. 2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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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논설위원



 


미국 중부 네브래스카주에서 자란 청년은 보병 병장으로 베트남전에서 전투현장을 누볐다. 미 육군 최고 영예 훈장인 퍼플하트 메달을 두 개나 받았다. 휘하 분대원 중에는 자신의 남동생도 있었다. 16세에 아버지를 잃은 그는 제대한 뒤 전역병사 지원법인 GI법 덕분에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한때 보훈부 차관으로 일했지만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의 피해를 두고 “10대 아이들의 여드름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은 것”이라는 장관의 막말에 분개해 공직을 차고 나왔다. 휴대폰 회사를 세워 백만장자가 됐고 두 차례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냈다.



엊그제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과해 사병 출신으로는 처음 국방장관에 오른 척 헤이글의 약력이다. 공화당원으로 전통적인 보수의 가치를 가장 잘 대변했다는 평판을 얻은 헤이글은 민주당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높다. 버락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무부 장관 물망에 오른 데 이어 지난 1월7일 국방장관에 지명됐다. 객관적인 경력이나 정치인으로서의 평판 및 전문성으로 보아 펜타곤의 수장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는 그러나 50여일 동안 혹독한 인준과정을 거쳐야 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가 인준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지난 1월31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7시간30분 동안 까탈스러운 청문회를 거쳤는가 하면 국방장관 내정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 탓에 제때 인준을 못받았다. 존 매케인 의원을 비롯해 12년 동안 상원에서 동고동락한 공화당 의원들이 더욱 반대하고 나섰다. 왜 그랬을까.


미국에서 정치인으로 살려면 어떠한 경우에도 유대인 주류사회의 눈 밖에 나면 안된다. 헤이글은 그 금기를 어겼다. 상원의원 시절인 2006년 한 인터뷰에서 “유대인 로비가 연방의사당 내 많은 사람들을 협박하고 있다”면서 “나는 이스라엘 상원의원이 아니라 미합중국 상원의원”이라는 소신발언을 내놓았다. 이란 및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등 ‘이스라엘의 적’들에게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직접 대화하라고 촉구한 것도 화근이었다. 


정확히 따지면 헤이글의 정치적 신념은 반유대주의가 아니다. 그럼에도 유대인들이 반대 로비에 나선 데는 이스라엘의 이익에 반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미리 잘라내자는 예방적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친 헤이글이 앞으로도 소신을 지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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