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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의 눈]한반도 주변에 만만한 나라는 없다

칼럼/경향의 눈

by gino's 2012. 11. 1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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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논설위원


 

중국이 21세기 들어 가장 중시하는 전략적 요충의 하나는 중동에서 동아시아로 이어지는 해상루트이다. 인도양을 건너야 하는 긴 루트지만 호르무즈 해협과 아덴만 등 두 곳의 길목만 장악하면 끊긴다. 일본은 그 중 아덴만의 지부티에 지난해 7월 해외 첫 군사기지를 확보했다. 자위대 호위함 2척과 P-3C 초계기가 배치됐다. 소말리아 해적을 막는다는 명분이지만 군사전략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작성된다. 유사시 일본은 아덴만을 오가는 중국 함선의 목줄을 겨냥할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일 간에 독도분쟁이 벌어지면 한국은 동쪽 바다만 바라보지만 일본은 2010년 9월 중국인 선원들의 억류를 계기로 센카쿠 분쟁이 불거지자 시선을 서역 멀리 지부티로 돌린 것이다. 중국은 10여척의 군함과 수백척의 어선을 동원해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주장을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정작 중·일 해군이 무력충돌한다면 청일전쟁처럼 중국의 참패로 끝날 것이라고 점치는 군사 전략가들이 적지 않다. 4만5000여명의 일본 해군은 작지만 강하다. 대잠함 공격능력을 중심으로 세계 2위의 해군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이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과 사열하고 있다. (경향신문DB)



 한반도를 둘러싼 나라들 가운데 어디 하나 만만한 나라는 없다. 중국을 견제하고, 경제적으로 세계 대국의 이해를 유지하려는 일본은 미국과 국가안보의 틀을 같이 짜고 있다. 조만간 치러질 일본 총선에서 원내 제1당 등극이 유력한 자민당이 제3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자위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1992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의 권력교체가 겹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으로 완전한 교체는 되지 않았지만, 시진핑의 시대가 도래함으로써 미·중은 세계라는 장기판을 놓고 새로운 10년의 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불행히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재임 마지막 3년간 미·중관계는 악화됐다. 그 핵심에 미국의 아시아 선회 정책과 중국의 해상 영토분쟁 군사화가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이 지난 20여년간 유지해오던 대중국 포용정책의 근간을 흔들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관료들은 “센카쿠가 미·일 상호방위조약에 해당된다”는 공개발언을 내놓았다. 또 베트남과 필리핀, 태국 등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나라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버마와 캄보디아 등 중국이 오랫동안 공을 들인 국가들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고 있기도 하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 뒤 첫 해외방문국으로 버마와 캄보디아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군사적 실재를 강화하는 데는 이명박 정부의 ‘한·미동맹 절대주의’(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일조를 했다. 한·미는 지난 3년간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합동훈련을 해왔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만이 빌미는 아니었다. 한국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미·필리핀의 연례 합훈에 참가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추진도 미국이 구상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일환이라는 게 정설이다. 미국은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계기로 미사일방어(MD)에 한국을 끌어들이려 한다. 


아시아에 미국의 군사력이 강화되는 것은 중국의 우려를 자아낸다. 시진핑 중국 부주석은 지난 2월 워싱턴 방문길에 미·중 간 ‘새(新型) 대국관계’를 제안하고 영토분쟁과 같은 핵심이익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군사적 대립과 경제적 협력의 이중관계에 놓인 양국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뉘앙스의 차이는 있지만 대선 후보들은 모두 남북대화를 통한 긴장 완화 및 관계 개선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문제의 진전에 남북관계 개선만이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함께 나서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군사적·외교적 공세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미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북한의 안정화 쪽으로 한반도 정책의 초점을 옮겼다. 


한반도 문제 해결의 환경을 조성하려면 서해를 중심으로 한반도 주변에 조성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 중 과도하게 진행된 한·미 간 군사협력을 어느 정도 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과제를 남긴다. 만만치 않겠지만 밟아야 할 길이다. 


한·미동맹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것 같으면 경기부터 일으키는 국내 일부 세력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동맹은 결국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신성불가침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군사적 패권을 강화하는 중국,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무장하는 일본, 아시아로 전력의 중심을 옮기는 미국. 차기 정부가 물려받을 동아시아 정세다. 어렵지만 그 어려운 일을 풀어보라고 청와대 입주권을 주는 것이다. 과연 누가 그 준비가 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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