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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자연재해, 두 개의 시선

칼럼/여적

by gino's 2012. 11. 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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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논설위원


자연재해는 국경을 넘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TV와 인터넷 덕분에 외국 피해현장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대다. 하지만 자연재해 뉴스는 발생국가에 따라 굴절돼 수용된다. 세계가 미국 동북부 지역에 접근하는 허리케인 샌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지난달 말, 샌디가 이미 할퀴고 지나간 카리브해 국가들은 잊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리브해를 통과하면서 1급 허리케인에서 2급 허리케인으로 위력이 커졌던 샌디는 정작 미국에 상륙하면서 열대성 폭풍으로 규모가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계절성 돌풍과 만조와 겹치면서 샌디는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31일(현지시간) 현재 73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22조원에서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다행히 미국은 발빠르게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다.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도 지극히 미미하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관측이다. 뉴욕 증시는 31일 다시 문을 열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유세를 재개했다. 그러나 똑같은 샌디의 공격을 받고, 미국 처럼 빨리 일어서지 못하는 나라들이 있다. 지난주 ‘허리케인 샌디’가 휩쓸고 간 카리브해 국가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고난의 시기를 보내야 한다.


허리케인이 접근중인 케이프메이 해변에 큰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출처: 경향DB)


특히 2010년 1월 대지진과 지난해 8월의 열대성 돌풍 아이작의 피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이티는 또다시 자연의 헤비급 주먹을 맞았다. 지진 이재민 40만명에 더해 20만명의 이재민이 추가로 발생했다. 전 국민 970만명의 6%가 넘는 사람들이 이재민인 셈이다. 사망·실종자만 74명에 달한다. 더구나 농작물의 70%가 피해를 입어, 외부의 식량지원이 절실해졌다. 


샌디의 미국 상륙이 대형 뉴스로 커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상륙 다음날인 31일이 핼러윈이었다. 프랑켄스톰(프랑켄슈타인+폭풍우)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과 무관치 않다. 오는 6일 대선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세계의 경제수도라는 뉴욕이 피해를 입으면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끼어들었을 수도 있다. 재해와 선거, 핼러윈, 경제 걱정이 섞이면서 뉴스가 커졌다.


지구촌 어디에서 발생한 자연재해건 그것을 겪는 사람들의 고통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체계에서는 다르다.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서남아 국가들의 초대형 태풍과 홍수 피해 뉴스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것처럼 말이다. 공교롭게 아이티와 미국을 ‘공평하게’ 강타하고 간 샌디가 자연재해에 대한 두 개의 시선을 새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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