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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해양패권다툼 서해로 불러들일 순 없다

칼럼/破邪顯正

by gino's 2012. 6. 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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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지역을 중시하겠다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신국방전략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미해군 전력의 증강 방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지난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자회견에서 2020년까지 미해군 함정의 60%를 태평양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11척인 항공모함 중 6척을 아시아에 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함정이 늘어나면 중국 함정 역시 늘어난다.

미국의 아시아 군사전략은 중국의 군사적 부상이 본격화하면서 중동에서 남중국해에 이르는 해상루트(Sea lane)에 대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핵심 목표의 하나로 두고 있다. 최근 긴장의 파고가 높아지는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은 그 일환일 뿐이다. 물론 미국 항모는 아직까지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워싱턴호를 제외하고 아라비아해와 호르무즈해협 등 중동지역에 취역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해 시험항해를 마친 항모 바랴크호에 이어 제2, 제3의 항모를 배치할 경우 미국 항모전단의 중심이 동쪽으로 이동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해·공군을 내세운 미국의 아시아 전력 강화가 한반도 안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은 각각 아시아의 핵심 군사동맹국들이면서 서로 과거사의 질곡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과 일본을 한데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북한의 위협 및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을 전후해 제기된 한반도 급변사태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은 좋은 빌미가 됐다. 한·미·일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이어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전후해 군사적 협력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3국 국방장관이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언론발표문을 통해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3국 모두를 위협한다면서 공동대처를 다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이 제주 강정해군기지 건설을 서두르고, 한·일 간에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에는 일본이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처럼 미국이 올해 초 신국방전략을 발표한 이후 한반도 주변에서 조성되는 군사적 긴장은 서해로 결집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신국방전략 발표 직후에는 미국의 한반도 방위공약에 이상없다는 동문서답으로 넘기더니 일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에 대해서는 공해상이라 우리와 무관하다는 듯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서해는 중국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연안 도시들이 집중돼 있는 데다 베이징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이다. 남북 간 북방한계선(NLL) 갈등에 미·중 간 해양패권 다툼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일 공조만으론 한반도 평화를 낙관할 수 없다. 중국과 북한이 함께 테이블에 앉아야 서해 평화는 담보된다. 서해를 더 큰 전쟁의 바다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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