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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아이켄베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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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2. 2. 25.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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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大 교수 "북.미 직접대화로 '생존 패키지' 제공을"

 

[경향신문]|2006-06-29|26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인터뷰 |3212자

 

존 아이켄베리 미 프린스턴대 교수(51)는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자로 유명하다. 국제 분쟁을 국제 협력과 기존 제도(regime)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변하는 자유주의 성향의 국제정치학자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조짐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투명지수가 더욱 높아진 가운데 방한한 그를 만나 한반도 정세와 한·미 동맹의 현주소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미사일 문제는 북핵 위기의 하위 문제로 북·미간 직접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북아협력을 강조하다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계기로 대미협력 쪽으로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변경한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외교전문가만을 지도자로 뽑을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학습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교안보연구원이 미 윌리엄 앤 매리 대학과 공동주최한 제1차 한·미 전략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와의 인터뷰는 28일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이뤄졌다.

-북핵 6자회담이 장기간 겉돌고 있다. 북한이 끝내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보유국임을 선언할 경우 동아시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동아시아 전체의 안보에 유동적인 요소를 제공할 것이다. 일본에서는 보통국가화와 군사력 증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을 실릴 것이며 이는 중국의 우려를 사게 될 것이다. 한국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를 잃을지도 모른다. 중국과 일본 간의 긴장과 한·미 동맹의 위기 등 기존에 존재하는 미제들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함에 따라 동맹관계에 긴장이 조성된 것 같다.

“동맹의 위기는 한·미 양국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다른 이유는 한국 자체의 변화다. 민주주의가 성숙함에 따라 나타난 포퓰리즘과 반미주의가 한국 정부로 하여금 미국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게 했다. 동맹관계의 균열은 부시 행정부가 이미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워싱턴 방미 때부터 북한 문제를 잘못 다룬 데도 기인한다. 한반도 정책을 수립할 능력이 없었던 데다 대북 포용정책과 정권교체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부시 행정부 내부의 이견, 이라크 등지에서의 대 테러 전쟁에의 몰두 등도 이유다. 동맹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도 실용적으로 됐다. 워싱턴 일각에서는 더이상 한·미 동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동맹관계가 약화된 데는 한·미 양측 모두에 책임이 있다.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고려할 때 양국은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북한 문제를 넘어 동아시아 안보에도 필요하다는 데 같은 이해를 갖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을 사전에 탐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선제공격론을 합리화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에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조정관을 지낸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공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딕 체니 부통령은 페리 전 장관이 주장하기 전에 이미 대북 선제공격론을 반대했다. 이로 미루어 선제공격은 부시 행정부가 생각하는 대안이 아닌 것 같다. 나 역시 선제공격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해체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의 미사일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없는 초기적인 단계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만큼 지금 필요한 것은 보다 평화적인 해법, 북한이 필요로 하는 ‘생존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협력을 강조한 국제법과 국제정치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선제공격은 미국을 북한보다 더 깡패국가로 보이게 할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도구로 미국에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뭐라고 보는가. 또 미사일 문제는 결국 북·미가 직접대화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보는지….

“전술적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주의를 끄는 동시에 마카오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를 없애려는 노력일 수 있다. 전략적으로는 북한처럼 가난하고 궁지에 처한 국가 입장에서 유일한 협상의 지렛대는 스스로를 더 위험하게 보이는 것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북·미 직접대화는 북한에 선제공격 및 완력에 의한 정권교체를 하지 않겠다고 안전보장을 직접 해주기 위해 필요하다. 리처드 루가 상원의원(인디애나)을 비롯해 공화당 내에서도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려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권의 생존이다. 북한에 핵은 포커판에 남은 유일한 칩(chip)이다. 북한은 단 한 개의 칩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일괄타결안(패키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미는 FTA 협상을 계기로 기존의 군사동맹 관계에서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한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건 훌륭한 아이디어다. 정치적 측면에서는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세계 10대 경제국가인 한국과의 FTA는 보다 강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중국 경제가 지배하는 상황에서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길은 중국으로 통한다’는 생각보다는 시장과 투자의 상호의존성의 선택범위가 넓을수록 좋다고 본다. 특히 한·미간 안보적인 유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경제적 유대의 강화는 (동맹관계를 굳건히 하는 데)추동력을 줄 것으로 본다.”
-노무현 정부는 한동안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해 미국측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한·미 FTA 협상도 갑작스레 가속도가 붙은 인상이다. 한국 정부의 전반적인 외교정책을 평가해달라.

“한·미 관계를 강화하는 건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에 유익하다고 본다. 김대중 정부는 이를 인식하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도 이를 이해하고 있기를 바란다. 동시에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역시 성공적이지 못했다. 오만하게 국제기구들을 무시해왔다. 미국은 가까운 장래에 좀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다음 미 행정부에서는 한국 등과 보다 전통적 동맹관계로 복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정부의 외교정책 변화가) 미국에도 혼동스러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에서 외교정책 전문가만을 지도자로 뽑을 수는 없다. 대만과 독일 슈뢰더는 물론 부시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습 과정’이 필요하다. 지도자의 갑작스러운 정책변화가 민주주의 자체의 덕목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글 김진호·사진 김문석기자 j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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