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무인기, 군이 보냈나?) 그런 적 없다. (1시간 뒤) 확인해 줄 수 없다." (김용현, 10월 11일 국회 국정감사 발언)
지난 10월 한반도 군사 긴장을 끌어올렸던 '평양 무인기'의 배후가 전 국방장관 김용현(이하 김용현)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친위 쿠데타 사태의 총대를 멘 김용현에게 '떠밀기' 차원의 의혹 제기가 아니다. 속속 드러나는 정황이 정확히 그를 가리키고 있다. 수사를 통해 규명할 사안이다.
"보낸적 없다"는 말, 믿을 수 있나
애초 <시민언론 민들레>의 전제는 적어도 국가기관을 책임진 고위 공무원들이 "거짓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또는 상식이었다. 그러나 내란을 건의, 지시, 시행한 대통령 윤석열과 김용현이 모두 '양치기 소년'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김용현은 지난 9월 2일 야당의 계엄 의혹 제기에 대해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라며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되받았던 인사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평양 무인기는 실제로 우리 군의 소행이며, 이는 김용헌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제보를 군 내부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한겨레신문에 김 전 장관의 고교 후배인 여인형 전 사령관이 이끄는 국군방첩사령부가 실무를 기획한 것이라면서 "사실상 계엄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의 지적이 맞다면 대통령과 국방장관, 방첩사령관 등 '충암파 3인방'이 이미 10월부터 계엄령 발동 요건을 만들기 위해 모의했다는 말이다.
단순한 무인기 침투가 아니었다.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비난하는 삐라 살포가 더 큰 도발이었다. 북한이 군사행동을 했다면, 무력충돌이 불가피할 것이기에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했다는 시나리오다. 실제로 헌법 제77조 제1항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를 계엄 선포 요건으로 규정한다.
11일 군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평양 무인기는 김용현 작품이었던 게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 지적대로 방첩사령부가 기획한 것도 맞다"고 전했다. 다만 실행 주체는 달랐다. 정보사령부와 드론작전사령부(드작사)가 나섰다는 전언이다. 이 전문가는 "북한 국방성이 지목한 백령도가 무인기 송출지였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전했다. 10월 초 발생한 평양 무인기 사건은 국방부와 합참이 확인을 거부하면서 오리무중이었다.
"백령도, 적과 아군 감시 모두 피할 장소"
북한 국방성이 10월 27일 평양 무인기 비행기록 238개를 분석한 결과 "무인기가 백령도에서 이륙했다"고 발표하면서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이 떠올랐다. 평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약 150㎞)에 있는 백령도는 한국전쟁 때부터 대북첩보활동의 거점이었고,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정보자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백령도는 우리 군이나 주한미군이 무인기 감시 자산을 두지 않은 곳으로 적과 아군을 모두 속이기에 최적의 장소다.
정보사의 관여 여부도 관심을 끌었다. 믿을만한 소식통은 이즈음 "정보사가 정보수집용으로 해군 함정을 서해에서 운용하고 있다"라면서 국정원과 정보사의 합작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그러나 같은 달 29일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은 "우리가(국정원이) 한 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보위 여야 간사가 전한 내용이다. 조 원장은 '몇몇 국정원 요원들이 원장 모르게 보낸 적이 있다'라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말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닐 거다. 알고 있지 않다"라면서 모호성을 유지했다. 김용현이나 조 원장이 국회에서 위증을 했다고는 단정하기 어려웠다. 국회 위증은 최고 10년 형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국정원 수장이 모두 공개 부인함에 따라 평양 무인기 사건의 실체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공교롭게 불에 탄 드작사 컨테이너, 증거 인멸?
북한 공개한 무인기 잔해는 드작사가 국군의 날 공개했던 무인기와 흡사했다. 또 다른 의혹의 출발점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가 드작사 보유 무인기와 비슷한 건 맞다"라면서 하지만 "소음이 너무 큰 탓에 군의 요건에 미달한 불량품이었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군의 특성상 명확한 증거는 끝까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는 드작사 장비 보관 컨테이너 1개에 지난 주말, 의문의 화재가 발생해 내용물이 소실된 사건이 발생했음이 밝혀졌다. 김용대 드작사 사령관(소장)은 "증거 인멸로 의심된다"라는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불이 난 건 사실이지만, 화재 원인은 조사중"이라고 답했다. 컨테이너 안에는 무인기와 발사대 등이 들어 있었다. 김 사령관은 "누구로부터 명령을 받고 평양에 드론을 보냈냐"는 질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정상적 침투가 목적이었다면 부적격이었겠지만 북한 자극이 목적이었다면 소음이 오히려 안성맞춤이었을 터. 10월 9일 0시 30분 평양에서 대사관 파티 중 드론을 목격한 알렉산데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마체고라 대사는 "그 시각 평양은 적막했고, 어떠한 소음도 없었다"라면서 "갑자기 우리 머리 위에서 '짹짹'거리는 드론 소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16일 자 러시아 로씨리스카야 가제타 인터뷰에서다. 그는 "다음 날 아침 대사관 주변에서 현지 경찰관들이 수거한 남한 삐라를 내 눈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우리 군 당국이 흘린 '북한의 자작극 주장'을 무너뜨린 목격담이었다.
러시아 외교부가 10월 14일 이례적으로 평양 무인기 송출의 주체를 '대한민국'으로 명시하면서 "대북 도발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배경이다. 그런데도 우리 국방부와 합참은 "확인 불가" 입장을 유지했다. 다행히 북한이 강한 비난 성명을 내면서도 군사행동을 하지 않음에 따라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의도는 빗나갔다. 북한은 계속 쓰레기 풍선을 부양하고, 파주와 강화도 등 인접지 대남 소음 방송을 개시하는 데 그쳤다.
8일 민주당이 공개한 방첩사의 '계엄사-합수본 운영 참고자료'에 따르면 방첩사는 남북 무력 충돌과 같은 위기가 발생할 경우, 군사적 대응과 내부 치안 통제를 동시에 실행하기 위해 '계엄-통합방위 동시 발령'을 검토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1주일 전 김용현 장관이 합참 작전통제실을 방문, 북한 오물풍선이 다시 날아오면 원점 타격하도록 지시했지만, 김명수 합참의장의 반대로 실현되지 않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합참은 그러나 "북한 오물풍선 살포와 관련해 국지전 유도를 위한 김 전 장관의 원점 타격 지시는 없었다"고 부인했다.
김용현은 '내란 중요임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최고 사형의 중죄다. 평양 무인기 사건을 주도했다면 형법 제2조에 따른 외환 및 국회 위증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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