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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월드/ 美로비에 허물어진 UN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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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s 2012. 2. 25.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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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월드/ 美로비에 허물어진 UN인권위
[경향신문]|2002-05-01|07면 |45판 |국제·외신 |컬럼,논단 |1158자
매년 인권위원회 새 회원국을 선출하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지난 29일 미국을 다시 선출했다. 작년 연례회의에서 1947년 유엔 인권위 창설 이후 처음으로 탈락시켰다가 1년만에 '복권'시킨 것이다. 하지만 복권만 있었지, 복권의 명분은 생략됐다.시카 시브 미국 대사는 이날 결정을 반기며 "이제 (인권위에) 돌아왔으니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 해왔던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인된 인권후진국에 머물렀던 지난 1년 동안 미국은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지난해 미국이 탈락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빈번해진 반 인권적 자세 때문이었다. 교토기후협약 탈퇴와 국제형사재판소(ICC) 및 지뢰금지조약 거부, 유엔분담금 체불 등 대외정책에서부터 에이즈 백신 특허권 보호 주장, 사형집행수 세계 2위 등 국내정책이 문제가 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중국과 쿠바 등 다른나라의 인권상황을 비난해온 '괘씸죄'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많은 탈락사유 가운데 개선된 것은 없다. 되레 악화됐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9.11테러 이후 이른바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민의 안전을 만국민의 인권 위에 위치시켰다. "미국의 대외정책의 초석은 인권이었다"는 시브 대사의 주장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휴먼라이츠워치(HRW) 홈페이지의 '미국 대외정책과 인권'란을 클릭하는 순간 바로 그 '초석'에서 비롯된 반 인권적 사례들이 무수하게 쏟아졌다.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권탄압국가 지원, 탈레반 포로들에 대한 처우로 인한 제네바협정 위반, 미국내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부당대우, 중동정책의 인권문제 경시 등.

미국의 인권위 복귀과정도 말끔하지 못했다. 지역별로 배정된 4개국 자리를 신청했던 6개 나라 중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슬그머니 발을 뺌으로써 경쟁없이 선출됐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이에 대해 지난해 탈락 이후 미국이 부쩍 로비를 강화해왔음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인권탄압 사례에 대한 조사 및 대응을 주임무로 하는 인권위의 2003년도 새 회원국으로 선출된 나라는 짐바브웨와 중국 등 9개국. HRW가 이날 결정을 '인권탄압자들의 연대(Solidarity)'라고 표현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강대국의 로비에 인권 기준을 허문 인권위의 도덕성에 신뢰를 보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적어도 향후 1년간은.

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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