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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 부시의 알쏭달쏭 화두

칼럼/기자메모

by gino's 2012. 2. 2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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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2002-02-22|06면 |45판 |오피니언·인물 |컬럼,논단 |897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방한은 우리에게 알쏭달쏭한 화두를 남겼다.그는 서울 회견에서 "악의 축은 북한 정권을 말한다. 국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권은 밉지만 죄없는 주민들에게는 식량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북한관을 수정한 건 아니었다. 비무장지대 시찰 길에 "그들(북한)을 악이라고 생각할 만도 하군(No wonder I think they are evil)"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대화용의를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전언이라면서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악의 제국' 발언 뒤에도 미국이 구소련 고르바초프 정부와 대화를 계속했음을 언급했다. 최근 방한한 미 공화당 중진의원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소련=악' 발언 뒤에도 미국은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베풀었음을 강조하면서, 역시 미국의 적은 정권이었지 국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정권은 악, 국민은 선'이라는 말은 탈냉전 이후 미국이 여러차레 반복해온 말이다. 이라크에 대한 제재는 후세인 정권에 대한 것이고, 아프가니스탄 공격도 국민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권이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국민이 어떻게 편하겠는가. 실제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전란의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돌아갔다.

이와 관련, "소련을 무너뜨린 건 전쟁이 아니라 국민이다"는 미 의원의 또 다른 발언이 목에 걸린다. 혹, 정권과 분리된 국민으로 하여금 '악의 정권'을 붕괴케하려는 전략적인 포석이 숨어있는 게 아닐까.

'악의 축' 발언과 정권.국민을 가르는 이분법적 논리. 그럴듯한 연설문구는 될 수 있어도 현실정치(realpolitik)에서는 성립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미 악의 축 발언은 한반도 남쪽에서 역풍을 맞고 있지 않은가. 정부가 아닌, 국민들의 반미감정을 덧들이면서.

김진호 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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