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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스파이 풍선 해프닝의 '나비효과' … 흔들리는 동아시아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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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이 F-22 스텔스 전투기로 중국의 스파이 풍선(spy balloons)을 지난 4일(현지시간) 격추함으로써 지속된 군사적인 상황이 종료됐다. 미·중은 진실 공방을 자제하고 숨고르기 국면에 돌입했다. 그러나 미군 당국이 풍선 잔해를 수거, 분석 작업에 돌입하면서 언제든지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다분하다.

 

성조기 문양의 미국 지도 위에 떠있는 중국 오성홍기 풍선. 로이터 통신이 5일 스파이 풍선 사건의 관련 그래픽으로 작성한 것이다.  2023 02 05. 로이터연합뉴스

강대국 간의 첩보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널리 알려진 비밀이다. 미·중이 풍선의 임무와 관련, 정찰용 또는 기상관측용이라고 갑론을박을 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 가장 먼저 짚을 문제는 미국 국방자산에 어떤 피해를 줬느냐이다.

미국 국방부 고위관료는 지난 4일 언론브리핑에서 "스파이 풍선이 어떤 정찰 장비를 달고 있었다고 해도 중국이 저궤도 인공위성과 같은 정보자산으로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 어떠한 부가가치도 더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몬태나주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 맘스트롬 공군기지를 비롯해 풍선이 지나간 군사자산에서 어떠한 중요정보도 빼가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 당국자가 전한 미국 정보당국의 의견은 유용한 정보는커녕 미국민과 미국 영토에 어떠한 물리적인 위협도 제기하지 않았다. 민항기의 항공 고도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에 항공 운항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다.

미군 당국이 고려한 유일한 위협은 영토 위에서 격추하면 만에 하나 잔해 낙하물로 인한 민간인 피해였다. 미군은 다만 중국에 의한 명백한 주권 침해라는 명분을 강조하기 위해 영공을 벗어나지 않은 시점에 격추했다.

 

미 해군 카터 홀 호의 브래드 팬처 함장이 지난 4일 미국 동부 대서양에서 격추된 중국 스파이 풍선의 잔해 수거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2023.2.4 UPI연합뉴스

펜타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중국이 과연 어떤 의도에서 스파이 풍선을 영토 상공에 며칠 동안 띄웠느냐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 외교부의 설명대로 편서풍과 조종의 어려움 등 불가항력 탓으로만 돌리기엔 석연치 않다는 말이다. 그런데 미국이 비무장 비행선 1대를 격추하는 데 F-22 전투기를 비롯해 최첨단 전력을 동원한 것 역시 선뜩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쓴 격이기 때문이다.

펜타곤이 밝혔듯이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3번, 조 바이든 행정부 초기 1번 등 지난 몇 년간 여러 번 스파이 풍선을 미국에 띄웠었지만,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 상공이나, 미해군 군함 위를 정찰하는 데 그쳤다. (뉴욕타임스 외교안보전문기자 데이비드 생어) 펜타곤은 지금까지 중국 스파이 풍선에 어떠한 군사 조치도 취하지 않았었다. 이번처럼 미국에 아무런 위협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이번에 굳이 보란 듯이 격추한 것은 의회와 여론을 감안해 최대한 단호한 태세를 보이기 위한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중국이 시험삼아 풍선을 몬태나 상공에 띄웠다'는 제목의 3일 사설에서 "미국이 몬태나 상공에서 풍선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뒤에야 중국이 이를 인정한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미국민의 중국에 대한 불신을 깊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동시에 미국인들은 중국의 행동이 기껏 태평양의 섬들을 목표로 할 뿐 미 본토와 무관하다고 여겨왔지만, 미국 역시 중국의 위협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6일 베이징의 외교부 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EPA통신 기자가 비디오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잡았다. 2023.2.6 EPA연합뉴스

풍선은 또 의회 내 초당파적으로 지난 1월 창설한 중국 특위에 대중 경각심을 더하고 있다. 톰 코튼 상원의원(공화·아칸소)은 "풍선이 중국에 첩보 상의 횡재가 됐을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사안이 드러낸 위기의 정체는 다른 데 있다. 미·중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 양측간 돌발 사안에 대한 전략적 소통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발견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미 의회 내 팽배한 반중 정서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대 강화된 중국인들의 애국주의를 함께 지적하며 "미·중 간 경쟁이 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모두의 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미·중은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 해군의 대만 주변 합훈으로 긴장이 고조된 뒤 군 당국이나 정부 간 대화채널이 막힌 상태다.

아이로니컬한 사실은 스파이 풍선 사건 탓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이 전격 취소됨에 따라 고위급 대화채널의 복원이 요원해졌다는 점이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지난 1월 1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있었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 간 회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고위급 대화 자리였다.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거리에서 한 주민이 게시판에 내걸린 신문에서 미국이 중국 스파이 풍선을 격추한 데 중국 외교부가 강한 항의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있다. 2023.2.6  AP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미·중 갈등이 심각한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유도할 '난간(guardrails)'의 필요를 역설해왔다. 하지만 의회와 여론의 압박이 강해진다면 대중 태세를 더욱 공격적으로 가져가지 않을 수 없다. 국내 정치가 대외노선을 결정하는 기제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영·미 언론의 우려는 여기까지다. 이를 바라보는 동아시아의 시각은 감안하지 않고 있다.

미·러 관계의 파탄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구현된 것처럼, 미·중 관계가 가파르면 필연적으로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된다. 미국 본토를 유유하게 횡단한 스파이 풍선이 엉뚱하게 동아시아 위기로 연결되는 ‘나비효과’가 가능한 것은 이미 깊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 때문이다. 차이나 데일리를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은 대체로 과도한 대치를 피하려는 중국 외교부의 입장을 대변했다. 하지만 여론은 달랐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비행선 격추에 대한 항의 성명이 게재된 지 2시간 만에 68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는 “미 군용기나 선박이 중국 영공과 영해에 들어오면 그걸 공격한다고 해서 비난하지 말아 달라” “중국 비행선이 미국에서 격추된 것과 마찬가지로, (작년 8월처럼) 낸시 펠로시 같은 인물이 다시 온다면 (항공기를) 격추해야 할 것”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중국 정찰풍선"(미국 주장) 격추 장면. 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스파이 풍선 해프닝이 미국이 대만해협 전쟁을 염두에 두고 군사적 대비를 하는 와중에 발생한 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블링컨 장관이 방중 연기를 발표한 지난 3일 호주를 방문 중이던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호주·영국·미국 핵잠수함 동맹(AUKUS)에 따라 호주의 핵 추진 잠함 도입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직전 방문국인 필리핀에서는 현지 군기지 4곳에 미군을 추가 배치키로 합의해 대만해협 유사시를 대비한 포석을 놓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군 당국이 스파이 풍선 잔해물을 수거해 분석하는 작업에 최소 몇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정부는 6일 일단 추가적인 갈등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기대하고 있다"라면서 블링컨의 방중은 취소된 게 아니라, 연기된 것으로 '조건이 허용하면 가장 빠르고 적절한 시점'에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같은 날 "풍선 사건은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얼마나 진지하게 안정시키고 개선할 것인지를 가늠할 시험"이라면서 "미국은 차이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오해와 오산, 상호신뢰 파괴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과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스파이 풍선'의 부수적 피해…동아시아 평화 위협 < 외교안보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미·중 '스파이 풍선'의 부수적 피해…동아시아 평화 위협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미 공군이 F-22 스텔스 전투기로 중국의 스파이 풍선(spy balloons)을 지난 4일(현지시간) 격추함으로써 지속된 군사적인 상황이 종료됐다. 미·중은 진실 공방을 자제하고 숨고르기 국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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