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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서 기업을 보라? 시대 착각한 '수출입국론'

시민언론 민들레(Dentdelion)

by gino's 2023. 1. 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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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서 기업을 보라? 시대착오적 '수출입국론' < 정치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항공모함서 기업을 보라? 시대착오적 '수출입국론'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미 태평양 함대의 항공모함과 함재기들이 대양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거기서 수만 개의 기업을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외교·국방부·대통령실 합동 새해 업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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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태평양 함대의 항공모함과 함재기들이 대양을 가로지르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거기서 수만 개의 기업을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외교·국방부·대통령실 합동 새해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던진 화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이 전환을 고민하는 사이 대한민국에선 철지난 수출입국이 명제로 대두됐다. 대통령은 정부가 수출 상대국 정부를 상대해주지 않으면 기업이 어렵다면서 "정부 스스로 기업의 한 전략부서라는 마음으로, 공무원들은 그 기업의 기획부서 직원이라는 생각으로 일해달라"고 당부했다.

눈치 빠르기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안 빠질 대한민국 공무원 아닌가. 외교안보 부처들까지 새해 업무보고에서 대통령의 철학 또는 구미에 맞는 보고를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모든 정부 부처가 산업부처가 돼라"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신호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 국방부 새해 업무보고 자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1  대통령실

박진 장관의 외교부는 전세계 대한민국 외교부 공관을 수출 거점기지로 만들겠다고 보고했다. 건설·인프라·원전·방산의 수주 및 수출을 위한 '세일즈 외교'를 올해 핵심 추진과제의 하나로 제시했다. 선제적·능동적 경제안보 외교를 통한 민생 보호와 △신흥·첨단 기술 분야 국제질서·규범 형성 적극 선도 △2030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노력도 포함된다. 이종섭 장관의 국방부는 국내 방위산업의 에이전트가 될 것을 다짐하며 신발 끈을 고쳐매고 있다.

지난해 638억원이었던 방산 수출지원 예산을 올해 813억원으로 늘리고 △방위산업발전협의회 확대 운영 △권역별 수출전략 수립과 잠재적 수출국·수출품목 발굴을 통한 기업별 맞춤형 정보 제공 △방산 전시회 계기 우리 무기체계 홍보 강화, 방산 협력 추진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방위산업이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고, 국방부가 추진 주체가 된 셈이다. 장성급 이하 고위 장교들이 군복을 입은 채로, 아니면 벗자마자 미국 방산업체 세일즈맨으로 변신하는 것을 지켜본 국민으로선 반길 일이다.

맞다. 자동차 한 대에 2만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데 항공모함이나 F-35와 같은 첨단 전투기 한 대에 얼마나 많은 부품이 들어가겠는가. 이를 꿰뚫어 본 시각을 탓할 이유는 없다. 대통령은 미국 방산시장과 군사·과학 기술과의 협력 시스템을 배울 것을 강조했다. "카이스트 최고 인재들이 국방과학자가 돼야 한다"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의 말을 소개하며, "정부가 이(방위산업) 시장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방기술, 무기기술은 단순히 특허권의 보호를 받는 기술이 아니고, 군사기밀인 만큼 이를 유출하면 감옥 가야 한다"는 말에 법조인의 경륜 또는 사고가 묻어났다.

다른 어떤 공무원보다 수출 입국에 전력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15일 순방중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확대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에너지 △기업투자 △방산 등 4대 핵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4일 오전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과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등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오르며 인사하고 있다. 2023.1.14. 연합뉴스

그러나 대통령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반갑지만 않은 까닭은 한반도 안보 문제까지 경제 문제로 환치해보는 사고방식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한국형 3축 체제 중 대랑응징보복(KMPR)을 최우선시했다. 이어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보다 방어하는 게 비용이 10배가 더 든다"면서 "북한은 우리 같이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비하기 쉽지 않기에 우리가 공격을 당하면 100배, 1000배로 때릴 KMPR 능력을 구축할 것"을 강조했다. 경제력이 절대 열세인 북한이 우리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나온 말이다.

북한의 1차 공격으로 한국이 입을 치명적인 피해는 생략됐다. 북한의 경제력이 고갈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국민의 희생과 국가경제의 단기간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원려도 읽히지 않았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행태도 경제 논리로 예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전면전과 장기적인 전쟁보다 비대칭적이고, 비정규적이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소프트 테러, 우리 사회를 교란하고 정치적으로 흔드는, 허를 찌르는 도발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핵이라는 것은 전면전을 의미하는 건데 어떤 정치적, 경제적 상당한 이익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괜히 쏘겠나?"라는 반문도 던졌다.

어느 나라건 안보 정책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다. 상식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소프트 테러'를 지레짐작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을 휘젓고 다닌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2022.12.26 연합뉴스

각국 전문가들이 북한 연구의 드문 이점 가운데 하나로 꼽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북한이 당 중앙위 전체회의 결정문 보도에서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남한 전역을 상대로 한 핵 도발을 경고했다. 북한이 정치적, 경제적 상당한 이익이 없기에 전면전을 안 벌일 것이라는 짐작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김정은의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 뒤 국가적 명운을 걸고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2021년 1월 발표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서 밝힌 극초음속무기, 초대형핵탄두, 고체발동기, 핵잠수함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정찰위성, 무인기를 하나하나 구현하고 있다.

격변하는 세계질서는 각국 지도자들의 역량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시험장이기도 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시대전환'을 선언했다. 미국의 안보우산·러시아의 값싼 에너지·중국과의 교역 등 탈 냉전뒤 독일을 지탱했던 3개의 기둥 가운데 2개를 버렸다. 미국으로부터 안보 독립 원년을 시작했다. 러시아산 원유·천연가스에 의존했던 에너지 문제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담대한 전환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의 일본은 어떤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질서를 본질에서부터 흔들고 있다"라며 지금은 '역사의 전환점'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새 국가안보전략에서 올해부터 10년을 '결정적인 10년'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공산당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처음으로 중국이 경제발전에만 몰두할 수 있는 '평화의 시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대한민국 정부의 새해 각오를 보면 세계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어깨에 손 얹으며 맞이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경제와 교역에 관한 문제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2023. 01. 13. AP연합뉴스

대통령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과 수준은 세계적이다. 불과 6년 전 겨울 각국의 찬사와 부러움을 받지 않았던가. 경제적 발상에서 북한의 위협을 축소 평가하고, 되레 사회적 교란과 정치적 혼란을 예견하는 것은 여느 단견에 그치지 않는다. 그 어떤 외침보다 파괴력이 큰 위협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마무리 발언에서 거론한 '핵무장 가능성'이 각국 언론의 주목을 받자 이례적인 서면브리핑을 내놓았다. "보도에 참고하시라"는 말 외에 어떠한 설명도 없이 200자 원고지 41.7매(8064자)에 달하는 마무리 발언록 전문을 제공했다. 대통령의 사고방식(mindset)을 가늠하게 한 발언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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